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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정 May 09. 2019

다이어트 따위 됐고! 춤이나 춥시다

'자옥아'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든다는 것

둘째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는 운동이었다. 누가 보면 내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겠으나 그건 전혀 아니다. 나는 그 흔한 헬스장 한 번 가본 적이 없는 사람. 헬스 같은 운동을 내가 좋아할 리 없다는 걸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수영은 한동안 했는데 그건 운동보다는 배움의 의미가 컸다. 그러니까 나는 운동을 할 생각도 없고, 필요성도 못 느끼며, 땀 흘리는 것조차 좋아하지 않는 다시 말해 '운동을 전혀 즐기지 않는' 부류의 사람이다.


그런 내가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계단으로 한층 올라가는 것조차 힘겹게 느껴졌던 어느 날이다. 걸어서 산책을 하자는 남편의 말에 '힘든데 그냥 차 타고 가지'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던 걸 보면 운동이 많이 부족한 상태임에 틀림없다. 건강검진을 받을 때도 항상 '운동 부족'이라고 했던 게 생각났다. '30대에 만들어 놓은 근육으로 평생을 산다'라는 믿거나 말거나 한 동네 아이 엄마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도 한몫했다.


그럼 무슨 운동을 할까? 필라테스, 헬스, 수영 , 크로스핏, PT 등 많은 운동 중 나에게 맞는 걸 찾아보기로 했다. 접영을 채 마스터하지 못하고 끝낸 수영이 가장 하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근처에 수영장이 없다. 헬스는 지금까지 안 한 이유와 같은 이유로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 '자기와의 싸움'이라는 PT나 필라테스도 생각해봤는데 나는 나의 정신이 내 몸과 싸우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남편은 필라테스를 권했다. 뭔지 모르겠지만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체험 수업을 들으러 갔다. 타이트한 운동복을 아주 잘 소화한 강사는 근 10년 동안 내가 한 번도 써보지 않은 근육을 자꾸 쓰라고 했다. 수업을 하는 내내 왜 그 근육을 꼭 써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힘들고 지루하며 무엇보다 재미가 없었다.


그날 저녁 남편에게 "필라테스 체험수업을 해봤는데 재미가 없어서 못하겠어"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운동은 재미로 하는 게 아니야"라는 반박할 수 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참고로 남편은 새벽 6시에 PT를 받고 이어서 50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수영을 해서 한 달 만에 10Kg을 빼는 아주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다. 뱃살을 빼려고 복근 운동을 하고 있으면 "세상에 복근만 뺄 수 있는 운동이란 건 존재하지 않아"라고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그냥 춤이나 췄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근처 복지관에 '다이어트 댄스' 강좌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다이어트는 됐고 그냥 춤이나 추자는 생각에 덜컥 수강신청부터 했다. 소싯적 HOT를 따라다니며 친구들과 춤을 추러 다닌 내가 아닌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일단 시작부터 했다.

출처 : http://www.freepik.com

첫 수업 날, 정각에 시작하는 줄 알고 맞춰 들어간 수업은 이미 한껏 달아오른 상태였다. 수강생들의 나이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해 보였다. 다들 안무를 잘 따라 하는 걸 보니 한두 달 춘 솜씨가 아니다. 별도로 동작을 설명해주고 이런 것도 없다. 그냥 음악에 맞춰 강사와 다른 사람들의 춤을 보고 눈치껏 따라 추면 된다.


흥미로운 건 음악이다. 수강생의 연령과 같이 아주 다양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 박상철의 '자옥아' 등 트로트를 비롯해 ABBA의 'Mamma Mia', Blondie의 'Maria' 등의 팝송. 하이디의 '진이', 쿨의 '슬퍼지려 하기 전에' 같은 전통 댄스곡은 물론이고 비교적 요즘 노래에 속하는 투 애니 원의 'Come back home'까지. 하다못해 백지영의 '사랑 안 해', 박지윤의 '하늘색 꿈'과 같은 발라드에 맞춰서도 춤을 춘다. 물론 모든 곡은 원곡의 2배쯤 빠른 비트다.


사실 처음엔 트로트는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는데 웬걸 따라 추다 보니 흥이 절로 나는 게 아닌가. 따라 부르시는 분들도 있는 걸 보면 트로트가 빠질 수 없겠구나. 그렇게 40여분 신이 나 방방 뛰며 춤을 따라 추고 나니 거친 숨을 내쉬며 온몸에 땀을 흘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땀이다. 나는 원래 땀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운동도 전혀 하지 않았으니 땀 흘릴 일이 뭐가 있었겠는가. 그런데 오랜만에, 정말 몇 년 만에 몸을 움직여 땀을 냈다. 그리고 심지어 그 과정이 즐겁고 신이 났다.


아! 이거구나!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았다!

다이어트 따위 됐고, 춤이나 추자!


내가 일주일에 3일 가는 다이어트 댄스 수업에서는 20대가 '자옥아' 노래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고, 50대가 'Come back home'에 맞춰 힙합 리듬에 몸을 맡기는 실로 흥겨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신나게 땀을 흘릴 수 있는 운동을 찾았으니 근육은 차차 만드는 걸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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