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돌고래를 보러 감...
[세부(Cebu, Philippines) 남부 투어]
#09, 돌고래를 보러 감...
아침 일찍 동네 선착장에 나왔다.
김 선생님은 출근을 해야 한다며 내가 나올 때까지 일어나지도 않았다.
바이스 시티의 “화이트 샌드 & 돌고래 투어”는 이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관광 상품이었다.
선착장에서 현지인 가족이 전세 낸 배에 얻어 탔다.
혼자 몸인데 좀 태워 달라고 했더니 선선히 응해 줬다.
필리핀 사람들은 낯선 이에게 친절하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혼자 구석에 앉아 되도록 가족들에게 방해 안 되려고 노력했다.
민폐를 끼칠까 봐 많이 조심스러웠다.
선장이 돌고래 포인트 쪽으로 배를 출발을 시켰다.
세부에도 보홀 섬으로 가면 “돌고래 투어”라는 것이 있다.
새벽에 돌고래들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포인트로 가서 돌고래 구경을 하는 것이다.
"보홀 섬"은 '세부'와 같은 여행권이라 두 섬을 함께 여행하는 사람이 많다.
보홀 호핑투어에 포함되어 있는 "돌고래 와칭"은 인기 있는 상품 중 하나다.
"바이스 시티"의 돌고래 투어도 같은 스타일의 관광 상품이었다.
포인트에 도착하자 돌고래들이 우리 배 밑을 지나가거나 점프를 했다.
돌고래가 뛰어오를 때마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무척 좋아했다.
많은 돌고래들이 배를 보고 도망가지 않고 빙글빙글 돌면서 놀아줬다.
먹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돌고래들이 사람들을 피하지 않고 배를 에워싸고 놀아주는 것이 신기했다.
돌고래 구경을 마치고 배는 “화이트 샌드”로 들어섰다.
필리핀에는 보홀의 “버진 아일랜드”를 비롯해서 “수밀론 샌드바”등
이런 화이트 샌드들이 많이 있다.
바다 한가운데 물이 빠지면서 흰 백사장이 나타나는데 이런 곳은 공중에서 찍으면
정말 환상의 섬처럼 보인다. 이런 모래섬에는 의래 전망대 같은 집들을 지어 놓는다.
아마도 물이 들어왔을 때 지나는 배들이 모래톱에 걸리는 걸 방지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런 곳은 백사장이 물 밖으로 드러나면 물놀이하기도 좋을 수밖에 없다.
풍경은 더할 나위가 없다.
바다 가운데 있는 “화이트 샌드” 모래섬들은 계절과 밀물 썰물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물때를 모르고 가면 낭패를 보게 된다.
“수밀론의 샌드바”나 “보홀의 버진 아일랜드”도 멋진 모래톱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을 잘못 맞추면 그냥 물에 잠긴 백사장만
보게 된다. 물에 잠긴 백사장은 그냥 바다일 뿐이다.
“화이트 샌드”에 도착하자 동네 어부들이 해산물을 싣고 와서 물놀이하는 사람들에게 팔고 있다.
필리핀 가족들이 나 홀로 여행객인 내게도 밥을 챙겨줬다.
나도 가족들이 해산물을 살 때, 코코넛 몇 개를 사서 선물했다.
필리핀 사람들은 아직도 놀러 갈 때 밥솥을 가지고 다닌다.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화이트 샌드에서 한동안 물놀이를 했다.
처음 보는 필리핀 가족과 밥도 같이 먹고 아이들과 물놀이도 함께 했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어젯밤 잠결에 들었던 돌고래 소리를 오늘은 진짜로 와서 봤고 필리핀 아이들과
함께 소리를 지르며 즐겁게 놀았다. 그게 뭐가 중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오늘 그딴 걸 했다.
돌아오는 배에서 사진들을 보면서 "사진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은 그 시간 그곳에 내가 존재했다는 것을 잊히지 않게 하는 가장 큰 증거물이다.
해가 중천을 넘길 즈음에 선착장에 도착해서 김 선생님의 집으로 향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생각하며....
(9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