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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수 변리사 Apr 08. 2020

펭수, 덮죽 브랜드를 다른 사람이 가로채다

 한국 브랜드가 중국에서 빼앗기는 현상을 먼저 설명드렸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한국과 중국의 상표제도는 동일하게 상표 등록을 먼저 신청한 사람을 보호합니다. 또한 브랜드는 소비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므로 소비자 보호라는 원칙을 한국과 중국 상표 제도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나중에 설명드리겠지만, 중국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해서 한국 브랜드를 자신의 상표권으로 확정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따라서 한국 브랜드가 중국에서 뿌리내리기 위한 기초는 한국 상표권의 확보이므로, 한국 상표 등록을 위한 기본 상식을 알아보겠습니다.


 EBS 캐릭터인 ‘펭수’에 대해 EBS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먼저 상표 등록을 신청하여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펭수’에 대한 상표권이 사회적 관심사가 되자, 특허청은 상표 사용자의 정당한 신청이 아니고 상표 선점을 통해 타인의 신용에 편승하여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려는 부정한 목적이 있는 신청이라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상표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자이언트 펭TV


 이러한 논란이 발생되는 이유는 원칙적으로 먼저 상표를 신청하지 않으면 등록받을 수 없기 때문인데요.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특허청 입장은 EBS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펭수’에 대한 상표를 먼저 신청했더라도 예외적인 상표법 규정을 적용하여 상표 등록을 거절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펭수'라는 브랜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예외 규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덮죽'도 다른 사람이 상표등록을 신청하여 논란이 되었습니다. 특히 '덮죽덮죽'이라는 브랜드로 프랜차이즈 사업이 시작되고 이를 상표등록 신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습니다. 이후 프랜차이즈 사업을 철수하고, 상표 등록 신청을 취소하면서 이 논란은 일단락되었습니다. 현재 특허정보넷 키스리스에서 검색해보면, 다른 사람이 '덮죽' 또는 '덥죽'을 상표등록 신청하였고, 프로그램에 출연한 최민아 대표는 <THE신촌's 덮죽>, <오므덮죽>, <소문덮죽>, <시스덮죽>을 신청해둔 상태입니다. 다른 사람이 상표등록을 신청한 구체적인 사정도 있을테니 모방했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어째든 '덮죽'이 방송에서 유명해진 만큼 누가 상표권을 가지게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또 다른 사례로 ‘꼬꼬면’ 상표가 있습니다. 꼬꼬면은 이경규 씨가 예능 프로그램인 <남자의 자격>에서 선보인 라면입니다. 꼬꼬면은 하얀색 국물 라면이라는 트렌드를 만들어낼 정도였지요. 하지만 이경규 씨가 꼬꼬면이라는 상표를 신청하기 전에 다른 사람이 상표로 신청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경규 씨는 꼬꼬면을 상표로 등록하지 못하게 됩니다. 아무리 이경규 씨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꼬꼬면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더라도 먼저 상표를 신청하지 않으면 등록받을 수 없습니다.


출처: 팔도 홈페이지


 실제 현실에서는 브랜드를 개발하기 위하여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기 때문에 창작적 요소가 있기 마련이지만, 법에서 상표는 선택하는 행위이지 창작이 아니라고 합니다. 상표를 창작 활동이라고 하여 창작한 사람에게 상표권을 준다면 다른 사람이 무단으로 권리를 가져갈 수 없습니다. 반면 상표를 선택하는 행위로 본다면 어떤 주머니에 수많은 상표가 있는데 그중 하나를 누가 먼저 꺼내어 선택하느냐가 중요하게 됩니다. 상표는 법률상 ‘선택’하는 행위이므로, 상표를 가질 수 있는 권리는 원칙적으로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꼬꼬면도 다른 사람이 상표로 선점한다면 이경규 씨가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꼬꼬면이 시청자에 의하여 선점당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이 사람은 상표 신청을 취소합니다. 다행히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꼬꼬면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자신의 사업을 위하여 상표를 만들고 홍보하거나 제품을 판매하기 전에 상표를 신청하지 않는 것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다른 사람이 똑같거나 비슷한 상표를 사용한다면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게 되며, 다른 사람이 먼저 상표를 신청한다면 사업 도중에 상표를 변경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사업 준비가 어느 정도 완료되면 상표를 신청해두는 일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이 나 중소기업은 갑자기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더라도 펭수처럼 유명한 브랜드가 되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자신의 상표를 보호해달라고 주장하기 쉽지 않습니다.


 시청자의 꼬꼬면 상표 신청이 취소되자, 이경규 씨는 ‘꼬꼬면’이라는 상표를 신청하여 다음과 같이 상표권을 확보했습니다. 당시 이경규 씨는 팔도와 상표권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매출의 2%를 로열티로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상표권을 확보하고 직접 사업하지 않거나 사업하기 어려울 때는 상표권을 양도하거나 상표권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특히 프랜차이즈의 경우 상표권을 이용하여 가맹점을 모집하고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로열티를 꾸준히 걷어들이는 사례가 많습니다.


상표는 창작이 아닌 선택하는 행위로 취급되므로, 먼저 신청일을 '선점'하는 성급함을 가져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한국 브랜드가 중국에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한국에서 상표 등록을 먼저 신청하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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