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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 editor Mar 02. 2020

"걷기 좋은 도시는 도시의 풍경과 관련 있어요"-조우리

진짜-서울 바운더리 인터뷰 05

서울시민들의 발이 되어 주고 있는 이동수단은 무엇일까? 지난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38.9%는 지하철을 이용한다고 했고, 26.1%는 버스, 24.3%는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동차라는 이동수단을 넘어 자전거 같은 비동력 이동수단을 거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이동성에 대한 다양한 이슈가 존재한다. 또한 IT와 결합하면서 과거 상상 속에 존재하던 이동수단들이 나타나고 있다.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헤쳐 나갈 문제들이 많지만, 아마도 10년 뒤의 서울은 지금과는 아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만난 조우리 역시 “10년 뒤에는 대로변의 가장 끝 차선 하나씩을 자전거 도로로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조우리는 자전거, 대중교통, 걷기 좋은 도시, 안전한 도시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는 대중교통은 강이고, 자전거는 지류라 표현한다. 버스가 지하철이 닿을 수 없는 곳은 자전거로 도보보다 쉽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꾸준히 자기계발을 하고 포럼과 콘퍼런스 등을 다니며 부지런히 시대를 따라간다. 그와의 대화에서 배울 점이 너무 많았고, 걷기란 주제로 한 시간은 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의 바운더리 맵

진짜-서울 웹사이트에서 지도를 움직이며 관찰해보세요. 
https://jinjja-seoul.com/boundary/person/351






서울교통공사에서 일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일을 하시나요?


저는 지하철 레일을 유지 관리하는 팀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레일이 부러지는 일은 별로 없지만, 일상적으로 레일의 간격이나 체결상태 등을 검사하고, 보수 공사를 할 때는 감독하는 일을 합니다. 역마다 기술센터가 있는 것은 아니고, 일정 구간을 담당하는 기술센터들이 있어요. 제가 맡은 구간은 2호선 지선으로 성수역과 신설동역 사이에 있는 레일들을 관리해요. 제가 관리하는 곳은 비교적 짧은 거리예요. 보통은 합정에서 을지로 정도까지를 한 센터가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떻게 레일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되었나요?


사실 처음부터 지하철 혹은 교통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토목을 전공했는데, 그때는 구조공학이나 건축구조설계에 관심이 많았어요. 관련 대학원에도 진학할 예정이었죠. 그러다가 문득 ‘내가 배운 학문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정체성,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세월호 사건을 접하면서 스스로 사회 전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여기에 안전한 도시 혹은 사회를 만드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철도는 가장 안전하면서 공공성이 높은 분야라고 생각했어요. 생각의 꼬리가 이어져 지금의 일을 하게 되었어요. 

일하다 보니 도시교통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어요. 특히 정책적으로 도시교통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에 관심이 있어요. 크게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을 어떻게 하면 대중교통 중심을 만들 수 있을지, 또는 도보나 자전거 같은 비동력 수단을 활용해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정책을 연구하고 싶어요. 내년에 대학원을 진학할 예정이라 최근에 신림동으로 이사를 했어요. 



이동수단에 대한 관심이 높을 것 같은데, 어떤 대중교통을 이용하나요?


저는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좋아했어요. 시야가 딱 뜨여 있어서 그런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근데 버스는 교통상황에 따라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최근에는 지하철을 많이 타고 다녀요. 걷는 거나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해요. 신림으로 이사하기 전에는 합정이나 신촌 쪽에 약속이 있으면, 미리 나와서 자전거 타고 이동하기도 해요. 

저는 지하철이나 철도가 강이라고 보면, 자전거는 지류라고 생각해요. 골목 깊숙한 곳은 자전거로 갈 수 있어요. 회사용 자전거가 따로 있어서, 출퇴근할 때도 자전거를 이용해요. 집에서 지하철역까지는 집에 있는 자전거를 이용하고, 지하철로 갈아탔다가 지하철역에서 회사까지 또 자전거를 이용해요. 





신림동으로 이사하기 전에 어디에 살았나요?


고향은 안성이고,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서울에 살게 되었어요. 처음 서울에 왔을 때는 대학교 주변인 안암동이나 제기동 등에 살았어요. 신림동으로 이사하기 전엔 경동시장 근처에 살았는데, 도매시장이라 지게차 소리나 오가는 트럭으로 생활하기 좋은 곳은 아니었어요. 지금 사는 신림동은 사람 사는 동네 같은 느낌이 있어요. 


 

신림동은 복잡하고, 원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은 가봐요. 신림동으로 이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니고 싶은 학교 주변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 때문에 관악구로 이사를 해야 했어요. 원래 낙성대입구나 봉천동을 가고 싶었는데,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신림동까지 오게 되었어요. 막상 이사하고 보니 동네 분위가 좋아요. 

제가 사는 곳은 번화한 곳과는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요. 역 주변을 조금 벗어나면, 골목마다 작은 상점이 있는 아기자기한 동네가 나와요. 오래 거주하신 분들도 많은 것 같고, 정감 있는 동네인 것 같아요. 



꽤 오랫동안 한강의 북쪽에 살다가 처음으로 한강의 남쪽으로 이사하게 되었는데, 다른 점이 있나요?


동네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 환경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자연환경을 찾기에는 청량리 부근이 좋았어요. 청계천이나 다른 천변을 타면 도심지를 갈 수 있었어요. 지금 사는 곳은 주변에 도림천이 있지만, 다른 천과 연결된 지점이 많지 않아서, 도심으로 나가긴 어려운 것 같아요. 아직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자전거 타기에 좋은 공간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좋은 점도 있어요. 신림동 대로변이 조금 더 쾌적한 느낌이 있어요. 역 주변에 높은 빌딩들도 많고 보도가 넓게 정리되어 있어 걷기 편해요. 간혹 도로 중앙에 가로수가 심어져 있는 곳도 있어요.





서울에서 자주 가는 곳이나 좋아하는 곳이 있나요?


어릴 때 시골에 살아서 그런지 쉬는 날이면 녹지나 자연환경을 찾아가요. 한때는 등산이 취미이기도 했어요. 야경을 보러 야간산행을 한 적도 있죠. 최근 들어서 가장 많이 가는 곳은 서울숲이에요. 자전거를 탄 지 4~5년 정도 되었는데, 시간이 있거나 쉬는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청계천, 중랑천을 지나 서울숲이나 한강으로 나가요. 서울숲에 가서 쉬기도 하고 한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기도 해요. 서울숲은 자연스럽게 조성된 숲 같아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자주 가요. 

근데 이제 이사를 해서 서울숲에는 자주 못 갈 것 같아요. 

가끔 야경을 보러 낙산공원에 가요. 낙산공원에 가면 한편으로는 높은 빌딩이 가득한 도심이 보이고, 다른 한편에는 성곽과 낮은 집들이 보여요. 그 모습이 이질적이면서 색다른 풍경을 만드는 것 같아요. 



사실 요즘 따릉이도 많이 생기기도 하지만 의외로 자전거 도로가 없는 곳이 많아서 탈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인 것 같아요.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실제로 하천이나 한강 주변 말고는 맘 편하게 자전거 타기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최근 들어서 도심에도 자전거전용도로가 생기고 있지만 자동차 통행과 완벽히 분리되지는 않은 곳들이 많아서 위험한 구간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보행하는 인도로 자전거를 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보행자와 사고 위험도 있고요. 자전거가 도시 내에서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보행로와 자전거도로, 자동차도로를 구분해서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당장은 어렵겠지만 10년 후에는 대로변의 가장 끝 차선 하나씩을 자전거 도로로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서울에 대한 첫인상을 어땠나요?


서울에 처음 왔을 때 제일 먼저 본 곳이 고속터미널이었어요. 도시의 웅장함 같은 걸 느꼈던 것 같아요. 건물도 워낙 크고 차들도 빽빽하게 있어서 답답한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고속터미널에 왔을 때 ‘여기가 서울이구나’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처음 서울 왔을 때는 무서웠어요. 안성에 살 때는 외딴집이어서, 주변에 논두렁뿐이 없었어요. 밤에 혼자 다녀도 별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서울에는 골목길에서 강도라도 만날 것 같았어요. 



빽빽함, 웅장함은 도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느껴지곤 하는데, 서울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을까요?


저는 쉬는 날에 강좌나 포럼, 문화행사 같은 것에 참여하곤 하는데, 그런 활동은 대부분 서울에서 일어나요. 무언가 공론화되는 문제가 있을 때, 가장 선도적으로 다루는 것 같아요. 정책에 대해 관심이 많다 보니, 정책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고, 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 서울에 왔을 때는 부정적인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대학교 때 친구들에게 나중에 시골 가서 살고 싶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근데 도시에 오래 살다 보니, 지금은 도시에 사는 게 좋아요. 청계천이나 한강을 다니면서 저만의 도시에서 사는 법이 생긴 것 같아요. 저만의 바운더리가 생기면서 서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줄어들었어요. 



서울과 안성이 비교되는 이미지가 있나요?


서울은 역동적이에요. 새로운 시도는 서울에서 많이 일어나요. 반면 안성은 갈 때마다 동네 모습이 비슷해요. 간혹 정체된 것처럼 느껴져요. 





‘걷기 좋은’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곤 했는데, 걷기 좋은 도시란 무엇일까요?


걷기 좋은 도시는 도시의 풍경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여유로워야 하고 사람 냄새가 나야 하는 것 같아요. 유럽에 가면 차보다 사람이 걷기 좋게 되어 있다고 느끼곤 하는게, 보도가 넓어서라기보다, 걷을 때 즐거웠어요. 바르셀로나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특이하게 차도가 일방통행이었어요. 그래서 차도폭도 좁고, 걸어 다닐 때 볼거리가 많아서 다양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어요. 아쉽지만 아직 서울은 자동차 중심인 것 같아요. 풍경이 삭막하게 느껴졌어요. 여러 가지의 풍경이 생기면 도시가 좀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에디터 공을채 / 일러스트레이터 조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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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서울은 사람들의 서울을 모으고 기록하는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입니다. 웹사이트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바운더리 맵'은 각자의 서울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7개의 마커로 시각화된 나만의 지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브런치에 발행되는 '진짜=서울 인터뷰 시리즈'는 바운더리 맵을 만들어 본 분들을 대상으로 지도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다. 각자의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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