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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 editor Mar 02. 2020

"서울은 조각보 같아요"-박세인

진짜-서울 바운더리 인터뷰 06

진짜-서울의 인터뷰는 서울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엿보기 위해 시작되었다. 지역적, 건축적, 도시적, 인문학적인 관점을 살펴보기보다는 서울에 대한 경험, 생각 등을 살펴보고자 했다. 이전 다섯 번의 인터뷰에서는 개인의 추억과 경험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게다가 일곱 개의 포인트는 자신이 사는 곳, 일하는 곳, 최근에 자주 가는 곳 등 일상생활과 아주 밀접한 곳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가 이번에 만난 박세인인 조금 다르다. 

박세인(가명)은 건축을 전공했지만, 건축보다 건축 언저리 혹은 관련 없어 보이는 일들을 많이 해오고 있다. 새로운 일에 주저하기 마련이지만, 그는 혼돈 속에서 자기 자리를 굳건히 지킨다. 진짜-서울은 가능하면 익명으로 인터뷰를 하지 않으려 한다. 세인인 일상생활보다는 서울의 대표하는 지점들을 뽑아서 일까, 특별히 익명으로 나가길 요청했다. 어떻게 객관적으로 서울을 바라보고 있는지, 다른 인터뷰들과 비교해가며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세인의 바운더리 맵

진짜-서울 웹사이트에서 지도를 움직이며 관찰해보세요. 
https://jinjja-seoul.com/boundary/person/379






이전에 인터뷰했던 이들은 직장, 거주지 등 최신의 기억이 반영되곤 해요. 근데 세인의 포인트는 차이가 있어요. 어떤 기준으로 일곱 가지를 뽑았나요?


부산에 살다가 스무 살 때 서울에 왔어요. 저는 부산에서 살 때도 마찬가지지만, 집과 도시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부산에 산다는 느낌보다는 집에 산다는 인식이 강했어요. 생활과 도시를 객관화해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서울에서도 이방인적인 견지를 갖게 되었어요. 아직 서울에 정주하는 곳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가끔 외국에 사는 것 같아요. 

일곱 개의 포인트는 서울에서의 10여 년의 생각을 반추하면서 찍었어요. 기본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서울의 바운더리를 뽑았고, 과거 그리고 지금 제가 생각하는 서울을 찍었어요. 





그렇다면 세인이의 바운더리는 어디인가요?


먼저 서울의 동북쪽 끝은 회기라고 생각해요. 회기역을 지나갈 때 지하철에 불이 한번 꺼져요. 그리고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오게 되죠. 그때부터 서울에서 교외로 나가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서울역에서 남영역시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긴 하지만, 회기역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에요. 회기역을 지나면서부터 지하철의 풍경이 많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남쪽의 끝은 사당인 것 같아요. 사당역을 경계로 많은 것이 달라져요. 사당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면 구도심을 만날 수 있고, 사당에서 강남으로 가면 세련된 도심을 경험하게 돼요. 사실 지금은 별로 갈 일이 없지만, 특히 학교 다닐 때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상암은 서울의 서쪽 끝인 것 같아요. 대학생 때 처음으로 상암에 갔는데, 너무 멀다고 생각했어요. 집은 성북구이고, 학교는 관악이라서 홍대도 멀다고 생각했는데, 홍대에서 20분 정도는 더 가는 상암을 서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지금은 상암이 서울이라는 것에 의심할 여지가 없어요. 그때는 아마도 처음 가본 곳이기 때문에 더욱더 낯설게 느꼈던 것 같아요. 저의 과거와 현재 인식이 완전히 바뀐 동네예요. 



서울에 온 지 10년 정도 되었다고 했는데, 스무 살 이전에 서울에 온 적은 없나요? 


고등학생 때 친구와 대학교 투어를 했어요. 그때 경희대, 고대, 서울대, 연대를 갔다가 집에 갔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되는 경로였죠. 위치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을 때였어요. 처음에 경희대를 갔는데, 회기역에서 내리면 학교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사람들을 따라 다 같이 마을버스 같은 걸 타고 들어간 경험이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마치 그 모습이 큰 도시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비슷하게 서울대를 갔을 때도 버스를 타고 한참 들어가서, 서울에 있는 학교들은 다 이런 건가 생각했어요. 

 


서울에 처음 왔을 때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기차를 타고 서울에 내리면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게 서울역이에요. 서울역이 생각했던 것보다 낡은 느낌이었고, 부산과 또 다른 풍경이라서 기억에 남아요. 하지만 이전에 서울에 대해 특별하게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저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가야지’ 생각했어요. 동경이나 기대감, 호기심은 없었어요. 그래서 서울역을 보고도 덤덤하게 ‘아 낡았구나...’하고 느꼈던 거 같아요.

저는 서울에 대한 산발된 이미지가 있는데, 그중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서울역에서 회기역으로 연결된 1호선 지하철이에요. 역과 그 주변에 있는 종로 3가, 동대문 등에 대한 느낌을 강하게 가지고 있어요. 서울역은 그중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죠. 



서울역에서 회기역까지 연결되는 지하철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광운대역 주변에 살아서, 1호선을 타고 통학했어요. 아주 먼 거리였죠. 서울역에서 사당 사이의 지하철은 지하로 다니기 때문에, 크게 특색이 있거나 인상이 있진 않아요. 하지만 1호선은 다른 노선과 좀 다르게 느껴졌어요. 다른 노선에 비해 연령대도 높고, 특유의 냄새가 나기도 하고, 싸우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요소들이 뒤섞여 있어요. 그리고 1호선의 시트는 파랑 천으로 되어 있어서 지하철이라기보다는 기차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4호선이 도시의 첨단 같은 느낌이라면, 1호선은 사람 사는 작은 동네 같은 느낌이에요. 



서울이 다른 도시들과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나요? 


제가 생각했을 때, 개념적으로 대도시와 소도시를 구별하는 것은 문화예술인 것 같아요. 서울은 다른 지역에 비해 문화, 예술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그걸 위한 큰 규모의 공간도 마련되어 있는 거죠. 그런 곳이 예술의 전당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예술의 전당을 갔을 때, ‘내가 서울에 있구나’가 몸으로 와 닿았어요. 공간이 넓기도 하고, 분수도 있고, 평화로우면서 도시의 우아함이 느껴졌어요. 그렇게 큰 규모의 예술 공간에 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넓은 평지에 여러 건물이 있던 것도 인상적이었던 거 같아요. 지금은 익숙하지만 그때는 더 강렬했던 것 같아요.





예술의 전당을 문화예술의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했다면, 서울에서 또 다른 중요한 공간은 어디라고 생각하나요? 


사실 예술의 전당은 그 규모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부산에도 비슷한 공간이 있어요. 하지만 국회의사당은 서울에만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국회의사당이 위치한 여의도는 여의도 공원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나누는데요.  동여의도는 유명하고 높은 빌딩들이 많고, 직장인들이 많이 있는 곳이고, 서여의도는 그보다 낮고 낡은 건물들이 많아요. 그 이유는 국회의사당 때문이에요. 물론 그 덕에 넓은 잔디가 있고, 서울 어디서도 보지 못한 광경이 펼쳐지는 것 같아요. 비슷한 성격의 청와대가 있긴 하지만, 청와대는 국회의사당보다 감춰져 있다는 느낌이 강해요. 국회의사당은 일상적인 생활 지역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특별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수도로서 서울을 상징적으로 느끼기 쉬운 곳이 국회의사당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서울에 처음 온 사람에게 꼭 국회의사당을 가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국회의사당은 생활에 밀착해 있는 ‘서울스러운’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사전 인터뷰에서 국회의사당 외에 추천하고 싶은 장소로 종로 3가에서 동대문까지 연결된 길을 이야기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국회의사당과는 전혀 다른 이유예요. 저는 서울을 믹스드 볼(Mixed Bowl)이라고 생각해요. 서울은 요소 하나하나 다 다른 성격과 풍경을 가지고 있고, 특정한 하나만 요소가 서울을 대표하긴 힘들다고 생각해요. 마치 조각보 같은 느낌이에요. 국회의사당이 수도로서 역할을 하는 풍경이라면, 강남이나 광화문은 업무지역으로써 그 가치가 있어요. 그 가운데 서울만이 가지는 특징 중의 하나가 오래된 도심으로서 흔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길이 종로 3가에서 동대문으로 연결된 길인 것 같아요. 그 길은 서울의 역사를 잘 나타내고 가장 서울 같고, 서울스러운 곳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많이 회자되고 있는 가장 로컬한 동네인 거죠. 





그런 다양한 모습을 가진 서울을 좋아하나요?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고, 강하게 자기만의 특색을 드러내는 것이 처음 서울에 왔을 때는 재미있고, 신기했던 것 같아요. 근데 지금은 조금 피곤하다고 느껴져요. 좋아하냐고 물어본다면 예전만큼은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서울만의 강한 개성들이 가끔은 피곤할 때도 있어요. 



서울에 살다 보면 부정적인 면을 많이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혹시 서울에 살아서 좋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나요? 


제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당연하게 이루어져요. 예를 들어 신선식품 배달도 그렇고, 예쁜 소품을 선물할 때, 언제든지 살 수 있어요.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별일 아닌 일상 속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비슷한 예로 지금은 문화생활을 개인의 선택에 의해 안 하고 있지만, 부산에 있을 때는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서울에 안 살면 불편한 것들이 상대적으로 저에게 좋은 것들인 것 같아요. 가끔 서울에 살면서 잃어버리는 것 같아요. 





서울에서 자주 가는 곳이나 좋아하는 곳이 있나요? 


요즘은 새로운 곳을 탐험하거나 답사할 열정이 줄어 사는 곳 주변을 자주 다니는 것 같아요. 실제 움직이는 바운더리는 과거보다 훨씬 작아졌어요. 합정, 홍대 정도를 가장 많이 가는 것 같아요. 확실히 강북에 자주 머물게 되는 것 같아요. 강남은 제가 좋아하는 서울의 모습은 아닌 것 같아요. 삶이 강북으로 재편된 것 같아요. 

홍대, 합정을 넘어 비일상적이라고 느끼는 곳은 덕수궁 주변이에요. 제가 잘 아는 공간이면서 이방인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덕수궁 안에서 주변 건물을 보는 것, 밖에서 덕수궁을 보는 것을 좋아해요. 덕수궁은 뭔가 폭 감싸고 있다고 느끼게 해요. 주변과 단절되어서 안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것 같아요. 



짜 서울이라고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나요? 


서울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다양한 모습을 가졌기 때문에, 딱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서울의 이미지의 큰 한 축은 을지로나 동대문이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좁은 골목길과 과거의 것이 결합되어 있는 모습이요. 그런 모습을 외국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서울이란 도시 자체를 빠르게 느끼려면 을지로나 동대문을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에디터 공을채 / 일러스트레이터 조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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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서울은 사람들의 서울을 모으고 기록하는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입니다. 웹사이트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바운더리 맵'은 각자의 서울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7개의 마커로 시각화된 나만의 지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브런치에 발행되는 '진짜=서울 인터뷰 시리즈'는 바운더리 맵을 만들어 본 분들을 대상으로 지도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다. 각자의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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