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남짓한 거실망부석 생활이 끝나고 , 아빠는 더 이상 사장이 아닌 ,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 많은 직원이 되어 일터로 향했다.
함께 일을 쳐내야 하는 집단이라 손이 굼뜨고 , 체력이 딸리면 금방 아웃이 되는 제빵사의 세계에서 정년이 꽉찬 아빠를 직원으로 받아주는 곳은 거의 없었고 , 겨우 자리를 얻어 취직한 곳에서는 젊은 팀장님들이 나이 많은 아빠를 무시하기 일 수 였다.
그런 수모를 겪으면서도 아빠는 물러나지 않았다. 아니 ,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하셨다.
그날로 좋아하시던 술을 끊으셨고 , 팔굽혀 펴기를 하루에 300번씩 하신 단다. 남들보다 30분 일찍 나가 밑작업을 하는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 그렇게 본인만의 방식으로 본인의 자리를 지켜내고 계셨다.
언젠가 아빠에게 다른 일을 구해 보시는건 어떠신지 여쭤본적이 있다.
“죽기전에 이 일에서 끝을 봐야 하지 않겠니? 마지막 한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 아빠는 . 한번왔다가는 인생 이렇게 가긴 싫다. ”
어릴때는 ‘아빠가 그냥 직장만 다니면서 살면 안되나? ‘ 하는 생각도 들었다. 늘 도전하고 깨지고 그 과정에서 가족들과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는 아빠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다 몇 년 전 , 나 역시 책임감으로 장사를 함께 했었고 ,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 다시금 피어나는 욕망을 느꼈을 때 , 비로소 아빠의 많은 부분들이 이해가 되었다.
내 것을 한번쯤은 일궈내고 싶은 욕망과 그것 만이 가족과 , 동생들 , 나이 많은 노모를 챙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간절함. 끝내 이루지 못한다 할지라도 , 먼저 내려놓을 수 없는 책임감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온 사람.
그런 아빠의 모습이 싫었는데 , 내 안에도 그런 감정이 존재하는 걸 보니 “이럴 때 보면 니 아빠랑 똑같다” 라고 말씀하시던 엄마의 말이 어렴풋 이해가 된다.
이해가 되니 , 아빠의 새로운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 할 수 있게 되었다.
머지않아 9번째 도전을 하시게 된다면 , 누구보다 아빠를 응원할것이다.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 끝까지 해내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
아빠에게 지금 필요한 건 그만하라는 한숨 섞인 핀잔보다 , 가족의 진심 어린 응원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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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 진심으로 응원 할께요 . 그리고 잊지 않을께요 . 아빠의 도전은 가족을 위한 아빠의 간절함이였다는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