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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 Apr 23. 2022

바빠 죽겠는데 무슨 명상이야

솔직한 지도자 과정 일기

나는 가만히 있는걸 잘 못했다. 

늘 뭔가 하고 싶어 했고, 카페는 좋아했지만 커피를 쪼르륵 다 마시고 나면  일어나고 싶었다. 

일을 하면서 앉아있는 건 괜찮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면서 앉아있는 건 답답했다. 


그래서 처음 요가를 했을 때 나에게 제일 어려웠던 건 아사나(요가 동작) 보다 명상 시간이었다. 

눈을 감고 있는 게 적응이 안돼서 처음에는 슬쩍 눈을 뜨고 주변을 요리저리 살펴봤다. 다들 어쩜 그렇게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지 너무 신기했다. 어서 빨리 동작을 시작했으면 했다. 아마 명상 시간을 오롯이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처음 명상을 접하게 되면 나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마음이 바빠서 빨리 운동을 했으면 싶고, 

마음이 바빠서 빨리 일부터 해야겠고,

마음이 바빠서 우선 일어나야겠고


그런데 RYT지도자 과정을 시작하고 요가 철학을 공부하면서부터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다. 

아사나가 요가의 완성이 아니라 나는 지금 살아가는 법을 새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과 마음을 연결해야 하는데 이때까지 몸의 연결에만 치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명상을 어렵게 여길 필요도 없고 너무 엄숙하게 여길 필요도 없었다. 명상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건 다른 편에 쓰도록 하겠다. 아직 명상을 익혀가는 중이지만 명상은 나와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몸과 마음을 하나로 잇기 위해서는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다. 명상은 호흡을 의식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해 준다. 물론 운동을 할 때 호흡은 근육 재생과 지방분해를 도와 중요하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중요하다. 내 팁은 명상이 어렵게 느껴질 때는 그냥 들이쉬고, 내쉬고 하는 호흡의 흐름에 집중을 해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우연히 읽었던 책이 큰 도움이 됐다. 명상은 충분히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 명상을 할 때 눈을 떠도 괜찮고, 움직여도 괜찮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한 곳에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 얼마나 인간적인가. 그래 일단 마음에 들었다.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다! 


책에는 야생마에 관련된 비유가 나온다. 처음 야생마를 줄에 묶으면 야생마가 난리를 부린다. 넓은 초원에서 뛰어다니다 한 곳에 묶여있으면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야생마와 같은 거칠게 날뛰는 마음과 앉아있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부터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이 가라앉고, 느긋해질 시간부터 주면서 말이 여전히 자유롭고 편안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내가 이 야생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눈을 반쯤 뜨고서는 원하면 언제든지 이 명상을 그만둘 수도 있고,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마음부터 가져봤다. 그랬더니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다. 


무슨 청개구리 심보일까. 아무튼 그렇게 호흡에 집중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어느날부터인가 눈을 뜨는 것보다 감는 게 좋아졌다.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보고 일을 하고 지하철에 치이고, 정신없이 요가원에 와서 눈을 감는 시간이 감사하고 소중했다. 하루 종일 뻑뻑했던 눈을 감을 수 있어서 좋았고, 멈추지 않던 온갖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감사했다. 

그렇게 눈을 감고서 처음에는 주로 나와 대화를 했다.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일 때문에 내가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를 받아들이려 했다. 그리고 절대 자학하지는 않았다. 답을 내리지 않고 그냥 '그랬구나, 그럴 수 있지' 하고 내 안의 얘기를 천천히 들었다. 좀 웃기게 들릴 수도 있고, 뭔 소리지 싶을 수도 있지만 이 방법은 살아가는데 꽤 큰 힘이 된다. 내 곁에 있는 좋은 사람들이 나를 위로해줄 때도 많지만 나 스스로 나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건 엄청난 힘이다.

그렇게 천천히 나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내가 왜 힘들었는지 불안했는지 알게 된다. 그러고 나서는 별생각 없이 요가(아사나) 동작을 시작한다. 수업이 끝날 때쯤 다시 사바 사나워 함께 명상을 하는데 이 시간도 내가 참 좋아하는 시간이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이 시간을 내어준 나 자신이 기특하고, 옆에서 호흡과 좋은 에너지를 나눠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나는 나를 치유하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바빠 죽겠을 때 더 명상을 해야겠다고 느끼는 중이다. 여러분은 명상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혹은 어떨 때 명상을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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