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서 나온 것을 축하해!
회사에서 기획을 했던 사람들은 꼭 콘셉트를 정하려고 한다. 학교 내 책 전시기간에 붙일 포스터를 만들면서도, 북토크에 띄워 줄 PPT 화면을 구성할 때도 콘셉트를 정하고 그에 맞게 디자인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누군가 '7권이니까 무지개 어때요?' 했다. '일곱 빛깔 골고루 맛있는 책 어때?'라고 덧붙였다. 또 누군가가 '표지 색깔로 빨주노초파남보 정하면 되겠네~' 했다. 그러고 보니 신기하게도 표지 이미지들이 무지개를 만들고 있었다. 사실 가장 애매한 건 Y의 '안녕'이라는 책이었는데 어디서도 보라색 느낌은 안 나지만, 워낙 그림이 수준이 높아서 역차별을 받았다. '그냥 보라색인 것으로 해요.'라고.
북토크의 낭독 순서를 어떻게 정할지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었다. 무지개 빛깔 순서로 할까 하다가 주의 환기와 집중을 고려하기로 했다. 일단 그림책이 너무 전문가 수준인 Y의 책은 맨 마지막 순서로 두었다. 마지막의 부담감을 모르지 않지만 그의 책 뒤에 다른 책을 선보이는 것은 더 부담이었다. 그리고 80분이나 되는 긴 시간을 고려해 책 주제나 분위기로 강약 조절을 해서 순서를 정했다. 무지개 콘셉트가 애매해졌다.
그런데 진짜 콘셉트는 바로 "관계"였다.
마지막 순서인 Y의 책 <안녕>은 '관계'에 대한 고찰을 '손'이라는 매개체로 전달하려고 하였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자연과 사람, 모든 관계 맺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내용이다. 다른 6권의 책도 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아침탐정>에는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엄마의 사랑을 담았고, <나는 아나>에는 길고양이의 아픔과 함께 새로운 가족을 만난 행복함을 담았다. <너의 메아리>에는 전학을 와 모든 것이 낯선 아들에게 용기를 주는 엄마의 응원이 담겼고, <얘들아, 축구하자>에는 축구로 뭉친 남자아이들의 우정을 담았다. <만원이의 행복여행>에는 만원이 건네지는 사람들 간의 만남과 서로 위하는 마음이 그려졌고, <원래 없었던 거야>는 북한과 남한 사이에 그어진 선이 만들어낸 마음의 선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아마 다른 누군가가 책을 쓴다면 그것 또한 '관계'가 내포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는 관계 맺음을 통해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니까 말이다. 그 당연한 사실이 7권의 라인업만 봐도 크게 느껴진다.
우리 또한 '관계' 속에서 더욱 성장했다.
'내 이름이 새겨진 그림책이니 이걸 정말 나 혼자 만들었을까?'하고 북토크 때 아이들에게 질문했다. 단번에 "아니요!"라는 답변이 나왔다. "그럼?"하고 되물었다.
"같이 생각하고 알려주고 했을 것 같아요."
모를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정답을 알고 있었다.
서로 알려주고 함께 고민하고 밀기도 하고 당기기도 하고 서로가 서로의 리더가 되고 지원자가 되었다. 어떤 대가를 바란 것도 아니고 같은 반 학부모라서 잘 보이려고 한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속에서 끄집어내는 그 힘든 과정을 공유하고 공감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방식이 제각기 달라도 방향이 맞으면 이게 되는구나 싶더라.
그러니 이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욱 소중히 이어나가고 싶다.
그래서 내년에는 뭘 하지?
혹시나 궁금하신 분을 위해 판매되고 있는 교보문고 URL을 공유합니다.
아침 탐정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436326)
너의 메아리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436324)
얘들아, 축구하자!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436352)
나는 아나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436325)
안녕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438814)
만원이의 행복여행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438816)
원래 없던 거야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438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