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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두두 Feb 05. 2021

연상: 너는 어떤 사과가 떠오르니?

서로 다른 사과 그리기

엄마표 생각수업_[발견]



"사과" 하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가장 먼저 탐스럽게 잘 익은 빨간 부사 한 알이 떠오르네요.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러한 사과를 떠올리셨을 거예요.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사과" 이미지에는 그렇게 잘 익은 빨간 사과가 가장 많이 등장하거든요. 물론 아오리 사과를 좋아하시는 분은 초록색 사과를, 아이폰 애용자는 "사과" 제시어를 보고도 영어인 "애플"을 연결시켜 한 입 베어 문 애플사의 로고를 떠올렸을 수도 있고요.


지금 떠오른 그 사과 말고 또 다른 사과는 생각해 볼까요? 아침에 깎아서 접시에 담아 놓았던 사과 조각도 떠올릴 수 있겠네요. 사과나무를 떠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네, 이렇게 "사과"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다양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해진 시간 내에  다양한 사과를 다른 사람과 중복되지 않게 그려내야 한다면 어떨까요?





서로 다른 사과를 그리도록 하는 활동이 있습니다.

창의적 아이디어 발산을 위한 워크숍에서 사전 워밍업으로, 혹은 협력을 위한 소통의 메시지로, 시각화 표현 연습 등을 목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요.


간단하게 할 때는 "4 ×4 Apples",  "16 Apples"로, 총 16칸의 사과를 그리게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어른들의 워크숍에서 간단한 브레인스토밍 워밍업으로 진행할 때 16칸 정도로 진행하죠.


16 Apples 진행방법

1. 한 명이 플립차트 또는 전지, 보드 등에 16칸을 그리게 한다.
2. 팀원 각자 다른 색의 마커펜을 들고 서 있게 한다.
3. 2분의 제한시간 동안 16개의 서로 다른 사과를 그리도록 한다.
4. 다른 제한조건은 없다.


어른들의 16 Apples



사과박스에 들어 있는 사과가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이 활동은 아이들과 함께 하면 어떤 다양한 사과가 나올까요?




6세, 7세, 8세 아이들과 서로 다른 사과 그리기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이 활동 자체가 생각 수업의 본 활동이므로 시간제한을 두지 않고 더 많은 생각을 해 내도록 칸 수를 늘려봤어요.



30  Apples

1. 전지에 5 × 6=30 칸을 그린다.
2. 다양한 색의 미술도구를 사용하도록 한다.
3. 대화하면서 서로 다른 사과를 그리도록 한다.
4. 제한시간은 두지 않는다.


아이들은 시간에 쫓기는 데에 익숙하지 않아요. 그래서 시간제한을 하지 않고 대신 적당히 활동성 있는 배경음악을 틀어주어 활동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0칸 서로 다른 사과를 그리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 3명이 참여한다면 한 아이당 10개의 사과를 그려야 하는데, 서로 어떤 사과를 그렸는지 확인하면서 다른 사과를 그려야 하니 결국 30개의 사과를 다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생각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가사 없는 밝은 분위기의 피아노 연주곡 등이 아이들의 에너지를 유지시켜 줄 수 있어요. 또한 생각하고 그리느라 말이 없는 침묵의 시공간을 적당히 채워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 줍니다. 음악뿐 아니라, 중간중간 아이들에게 질문도 하면서 창의적인 생각을 촉진해 줄 수도 있겠죠.


30 apples 그리기 시작하는 아이들



시작하면,

어른이나 아이나 일반적인 사과를 제일 먼저 그립니다. 이때, 아이들은 다른 사람 그림은 먼저 보지 않고, 일단 내 그림부터 그리기 바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사과 그리기"를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어떤 사과를 그렸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 번 더 강조해 주는 것이 좋아요.


한 알의 사과, 반 쪽 사과, 조각 사과 등의 그림이 그려지다가 어느 누군가 사과씨나 사과나무, 사과 박스 등 새로운 시공간의 사과를 그리기 시작하면 "좋은 생각이야~"라고 칭찬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면 다른 아이들도 일반적인 사과의 모습에서 생각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되거든요. "아, 저런 것도 그려도 되는 거구나~" 하고요.


그러다 한 아이가 저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사과만 그려요?"

무언가 떠오르지 않으면 아이들은 다른 걸 그리고 싶어 합니다. 그렇다고 "사과만 그려야 돼"라고 하면 또 일반적인 사고 이미지 틀에 갇힐 수도 있겠죠.


그래서 엄마는 다시 역질문을 합니다. "그럼 뭘 그리고 싶어?"

"사과가 달려있는 나무요."라고 하면 "되지~"라고 대답해 주고, "바나나요."라고 하면 "사과를 떠올릴 수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생각해볼까?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동생이 언니가 그리고 있던 사과나무를 보고 비슷하게 따라 그리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언니와 동생의 사과나무


그러면 엄마는 질문을 합니다. "언니 사과나무와 네 사과나무가 다른 점이 뭐지?" 아이가 대답하더군요. "언니 나무는 사과가 다 아래로 매달려 있는데, 나는 위로 달려있는 사과도 있어요!"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관찰하고 그로부터 또 다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협력의 시너지 효과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됩니다.


물론 그 이후로도 아이들은 아이디어가 떨어질 때 곁눈질하며 비슷하게 그리려고 할 수 있어요. 자기도 그렇게 그리려고 했다면서. 그러면 엄마는 또 강조해서 얘기해 줍니다. "어떻게 하면 다르게 그릴 수 있을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아이들의 손이 멈출 때가 와요. 엄마는 기다려줄 수도 있지만, 기다려줘야 하지만, 아이들이 이 작업을 어렵게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그래서 힌트를 주기도 해요.


"우리가 사과를 먹기도 하지? 먹을 땐 어떤 모습이었지?"

그 질문에 아이들이 포크에 찍힌 사과를 그리기도 하고, 다 먹고 남은 사과 심지를 그리기도 합니다. 베어 먹은 사과를 비슷하게 혹은 조금 다르게 그리기도 해요. 그러면 또 엄마는 질문을 하죠. "베어 먹은 사과가 무엇이 다르지?" 한 아이의 베어 먹은 사과는 정말 그냥 한 입 베어 먹은 사과이고, 다른 아이의 사과는 "자기가 자기를 키워준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서 해피한 표정을 짓고 있어." 하는 답변도 들을 수 있네요. 표정이 나오니, 사과 사람도 그리고 사과 캐릭터도 등장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색칠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인지 연필로 슥슥 그리기도 해요. 하지만 이 활동은 미술 시간이 아니라 생각 수업이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어요. 얼마나 잘 그리는지 색칠을 꼼꼼히 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생각을 했느냐가 중요하죠. 아이들이 그린 사과가 표정 하나, 눈썹 하나, 손짓 하나 모두 정성껏 그리면서 즐거워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완성된 30 Apples


한 명씩 자신이 그린 사과들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설명하고 표현하는 것도 의사소통능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죠. 아이들이 그린 30가지의 사과는 정말 다양합니다. 네모사과, 세모 사과, 동그라미 사과, 반쪽 사과, 사과씨, 사과나무, 해피 사과, 글자 사과, 베어 먹은 사과, 포크에 찍힌 사과, 사과 캐릭터, 사과 사람 남자, 여자, 접시에 놓인 사과, 사과 가족, 경비원 사과, 말하는 사과 등.




아이들이 그린 사과와 어른들이 그린 사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요?



아이들의 사과에는 감정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아이들이 그린 사과에는 표정이 있고, 감정이 있고, 말을 합니다. 점점 더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상상 세계의 주인공이 됩니다. 동심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사과에 드러나 더욱 재미있는 생각 수업이 되었답니다.


어른들에게도 30 apples를 그리게 한다면 이런 모습들이 나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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