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면 그 대상이 바뀐다
-웨인 W. 다이어 -
백지를 바라보다 문득 '아하~!' 하고 번개처럼 내리 꽂히는 것만이 창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얀 칩체이스, 샤이먼 슈타인하트의 책 <관찰의 힘>에서도 "혁신의 발화점은 주변의 평범한 것에 있다."고 얘기하죠. 많은 학자들도 창의성을 정의할 때 기존의 지식과 경험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창의와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잡스는 더 심플하게 단지 "있는 것을 연결했을 뿐"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아주 완전히 새롭고 기발한 어떤 것을 생각해 내라고 압박하는 것보다, 기존의 평범한 것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관찰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지요.
에이미 E. 허먼의 <우아한 관찰주의자>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각상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에 대한 극적인 분석을 드러내줍니다. 대다수의 관광객 높이에서 본 다비드상은 강인하고, 느긋하고, 영웅적인 못브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뒤로 돌아가 다비드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면 콧구멍은 벌렁벌렁, 두 눈에는 힘이 팍, 눈섭 근육엔 깊은 주름 등 바짝 긴장한 모습이라는 거예요. 사실 눈이 약간 사시라는 것, 두상이 납작하고 손은 기형처럼 커서 완벽한 육체상이 아니라는 폭로가 하는데 아주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이 주변의 평범한 것들에게도 시선을 주고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해 보도록 격려하는 건 어떨까요? 그대로 있는 것을 다르게 생각해 보고, 더하고 빼면서 새로운 것을 상상해 보는 과정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도록 하는 거예요.
어떤 대상이나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분석해 보는 작업은 문제해결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도형 수학 문제를 보면 이렇게 돌리고 비틀고 뒤집고 여러 각도에서 관찰력을 발휘해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듯이요.
다양한 관점에서
사물 관찰 그리기
알아두기
ㆍ 목적 :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하고 생각해본다.
ㆍ 준비물 : 전지 한 장, 사인펜, 포스트잇,
배경음악
ㆍ 소요시간 : 30분 ~ 1시간
진행방법
1. 아이스 브레이킹 : 물건 한 개를 골라온다
2. 여러 방향(오른쪽, 왼쪽, 위, 아래, 앞, 뒤 )에서 관찰하고 그리기 한다.
4. 물건의 안쪽, 바꾸기, 마음대로 그려보도록 한다.
5.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관찰 대상 정하기
이번 생각 수업은 물건 하나를 정해서 자세히 관찰하고 본 대로 그림을 그려보는 활동을 해 보자고 안내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떤 물건을 관찰대상으로 정하면 좋을까요?
주변의 어떤 물건이라도 다 가능하지만 앞, 뒤, 오른쪽 옆, 왼쪽 옆, 위, 아래 등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봤을 때 그려야 하는 모양이 다른 것이 좋습니다.
아이의 집중력을 이끌고 갈 수 있는 재미있게 생긴 물건 하나를 골라 보라고 할 수도 있겠죠. 다만 연령이나 활동시간에 따라 수준을 다르게 가져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취학 아동이라면 한 쪽면을 관찰했을 때 1분 이내에 그릴 수 있는 단순한 물건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초등 저학년이라면 점, 선, 면, 그림 등 관찰 요소 즉, 따라 보고 그릴 것이 조금 더 늘어난 것이 좋습니다.
사물 관찰 후 본 대로 그리기
엄마표 생각 수업은 언제나 전지와 함께 시작합니다. 생각의 힘을 손으로 옮겨 옴으로써 정리와 기록의 힘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죠.
전지 한 장에 마커펜으로 가로 2줄, 세로 2줄을 그려 총 9칸이 나오도록 그려 준비합니다.
관찰 대상을 그릴 9칸
여러 방향에서 관찰해서 그리기
아이가 선택한 물건을 앞, 뒤, 오른쪽 옆, 왼쪽 옆, 위, 아래(밑), 안(속), 바꾸기, 마음대로 그리기 총 9개의 그림을 그릴 거예요.
먼저, 이 관찰대상을 앞, 뒤, 오른쪽 옆, 왼쪽 옆, 위, 아래로 여러 방향으로 돌려 보며 어떻게 생겼는지 아이와 같이 둘러봅니다. 도형들의 집합체인 이 관찰대상을 요리조리 둘러본 것이 도형 사고력의 기본이 되기도 하죠
이제 아이에게 "어느 쪽부터 그리고 싶어?"라고 질문하여 선택하도록 합니다. 아이가 "앞" 모습을 그리고 싶다고 하면 "앞"이라는 글자를 포스트잇 한 장에 크게 적고, 이 포스트잇을 아이에게 건네어 줍니다. "어느 칸에 그릴래?" 어느 칸에 그릴지도 아이에게 정하도록 하고, 정한 칸에 이 포스트잇을 붙이도록 합니다. 방향을 정할 때마다 아이가 선택하고 포스트잇 작업을 하도록 하는 이유는 그 행동이 곧 주의 환기 시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집중하기 어려운 아동의 특성상 잠깐의 주의 환기와 스스로의 선택 활동이 또 다른 에너지를 줄 수 있으니까요.
Tip 1. 미술 훈수는 안 됩니다!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미술시간은 아닙니다. 엄마의 눈으로 보면 "아니, 이 부분은 왜 이렇게 넓게 그렸지?", "바퀴가 왜 동그랗지 않고 네모나지?", 왜 선을 반듯하게 안 그리고 삐뚤거리게 그렸지?" 하는 피드백이 입 밖으로 나올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피드백은 절대 삼가야 합니다. 이 수업은 미술 수업이 아니라 생각 수업이니까요.
아이가 어떤 관찰 요소를 빠뜨린 것이 아니라 좀 다르게 그렸더라도 상관없어요. 아이가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표현해 내려고 노력한 것이면 충분하다는 것이죠.
Tip 2. 하지만 관찰 지도는 필요합니다!
처음 그릴 때 아주 세밀하게 똑같이 그리는 아이가 있는 반면 일단 대충 보고 그려 넣을 수도 있어요.
기존에 그려봤던 이미지대로 혹은 머릿속에 들어있는 일반적인 이미지를 따라 그릴 수도 있고요. "앞에서 봤을 때 바퀴가 이렇게 보이는지 다시 한번 볼까?", "관찰한 부분이 빠진 곳은 없는지 한 번 살펴볼까?"라는 식으로 넌지시 얘기해 줄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머릿속에 있는 자동차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눈 앞에 보이는 것을 관찰해서 그리는 것이라고 말해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렇게 해야 문제를 해결할 때도 앞의 도형이나 퍼즐의 모양을 왜곡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Tip 3. 관찰 대상과 아이의 눈높이가 매우 중요합니다!
오른쪽 옆을 그릴 때는 물건의 오른쪽 옆모습만 아이에게 보이도록 눈높이를 맞춰 무언가를 받쳐주는 것이 좋습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보이는 것들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위나 밑을 봐야 할 때는 아예 손으로 들어 그 방향의 단면이 보이도록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물건의 안쪽, 바꾸기, 마음대로 그리기
관찰하여 보고 그리기를 진행한 후에는 꼭 추측하거나 상상해서 그리는 그림을 그리도록 합니다.
물론 이쯤 되면 아이는 지쳐서 '언제 끝나요 엄마?' 하는 심정으로 엄마를 바라볼 수 있어요. "팔이 너무 아파요~" 하며 팔을 주무르며 동정심을 유발할 수도 있고요.
그때 이제부터는 아이가 마음껏 상상해서 그리는 시간을 가져 보자고 해 주세요. 아이들은 어쩌면 처음부터 "마음대로", "상상해서", "자유롭게"라는 허용의 단어가 엄마의 입에서부터 나오길 기다렸을지도 모릅니다.
"이번에는 이 속 안이 어떻게 생겼을지 상상해서 그려볼까?"라고 하면 이 "상상"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갑자기 의지 충전될 수도 있어요. 처음에는 명색이 자동차니까 자동차 엔진이 있어야 된다고 엔진을 그리고, 연필을 깎을 때 돌아가는 톱니바퀴를 그리고, 그러다 상상을 더해 엔진에 연결된 배기관에서 하트 모양의 연기가 뿅뿅 나오는 것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또 언젠가 책에서 봤던 수소연료차로 발전시켜 그릴지도 모르고요.
안쪽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어느 부분을 바꿔서 대체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생각해 보고 바꾼 부분을 그려달라고 하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가 이미 관찰했던 부분 중 그림이나 생김새, 색깔, 기능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바꾸고 싶은 것을 생각해보고 개선 아이디어를 찾아 그려보는 것이죠.
그리고 상상의 그것을 그려보도록 합니다. 나만의 것을 그려보는 것이죠. 잘 관찰해 보세요. 그냥 상상이 아니라 은근히 기존의 것에서 개선 아이디어가 녹아들어가 있을지도 모르거든요.
활동 후 대화는 이렇게!
먼저 팔도 아프고 힘들었을 텐데 모든 칸을 완성한 아이에게 칭찬을 듬뿍 해 주세요.
그리고 다양한 각도에서 물건을 바라보며 이렇게 여러 가지 모습이 있었다는 것을 같이 얘기하며 공감해 보세요. 어떤 모습을 그리는 것이 힘들었는지도 물어보고, 어떤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도 물어보고요.
그리고 이전에 이 물건을 그리라고 했다면 주로 어떤 방향의 모습을 그렸던 것 같은지 물어봅니다. 자동차 모형의 물건이라면 "너는 보통 자동차를 그릴 때 어느 방향의 모습을 그렸던 것 같아?"라고 물어보는 거죠.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주로 옆모습을 그렸을 겁니다.
이것이 이 활동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
"만약 네가 이런 뒷모습을 그리거나, 밑의 모습을 그리거나, 마음대로 그리는 것도 모두 자동차의 모습이지?"
이렇게 어떤 물건이나 사람 혹은 문제를 바라볼 때 다양한 관점에서 관찰하고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해 주세요. 그러면 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