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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두두 Feb 11. 2022

공감 : 엄마 가방을 탈탈 털어봐~

소지품 탐정


원활한 대인관계와 의사소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공감능력"이죠. 인공지능과 인간이 구별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공감(共感)
상대방 입장에 서서 상대의 경험한 바를 이해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능력     -위키백과-


공감한다는 것은 정말 복잡한 의사소통능력입니다. 상대방은 나와 전혀 다른 머릿속 컴퓨터를 가지고 있죠. 그런데 내가  직접 겪지도 않 상황이나 기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제대로 공감하려면 타인의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는 능력, 감정을 파악하는 분석력, 같이 기분을 느낀다는 것을 드러내는 표현력, 그리고 공감의 확장개념으로서 기꺼이 타인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력도 있어야 하는 거죠.


공감이라는 단어를 보면 떠오르는 드라마 명대사가 있습니다. 오래전 파리의 연인이라는 드라마인데요. "내 안에 너 있다." 이제 막 유아기의 자아중심성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아이들에게 있어 공감은 어렵지만 배워나가야 하는 중요한 것이죠. 사람과 사람 간에, 특히 원활한 교우관계를 위해서 아이의 공감능력을 키우는 것은 중요한 일일 텐데요. 아이들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공감 연습, 같이 해 볼까요?





1. 특별히 오늘만 엄마 가방 오픈!     


엄마 : 여기 엄마 가방이 있어. 이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하지?

아이 : 응. 궁금해. 근데 함부로 만지지 말라고 했잖아.

엄마 : 오늘 특별히 엄마 가방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오픈 데이를 할게. 가방 탐정이 되어 볼까?     


대부분의 아이들은 엄마 가방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호기심을 갖고 있습니다. 평소에 엄마 가방을 만지려고 하면 "안 돼, 엄마 가방 함부로 만지지 마!"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테니까요. 오늘은 특별히 엄마의 가방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며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면 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 가방이 지퍼를 과감하게 열고 안에 들어 있는 모든 물건을 꺼내 달라고 부탁하는 거죠. 그리고 함께 관찰해 보기로 합니다.   

  


2. 전지에 놓고 물건마다 숫자를 1부터 적어보자.     


엄마의 방에는 일회용 안경/핸드폰 닦이도 있고, 이어폰도 있고, 손소독제, 현금, 카드, 형광펜, 영수증 등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현금이 내 가방 속 어딘가에 33,000원이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엄마들 지갑에도 로또 한 장씩 들어 있나요? 몇 달이 지났는데 아직 바꾸지도 않은 채 간직하고 있었던 5천 원 당첨된 로또도 있고요. 핸드크림은 왜 두 개나 있는 건지, 립스틱 안 바른 지 오만 년은 된 것 같은데, 왜 들어있는지. 전지 가운데에 꺼내 놓은 물건들 옆에 번호를 매겨서 적어줍니다. 아이와 이런 물건이 있구나하고 대화를 나누면 금세 아이스 브레이킹이 되지요.


                                                                                               

3. 엄마는 이 물건을 왜 갖고 있을까?     


우리는 이 물건을 가지고 있는 소지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기분을 공감하는 데 초점을 맞출 거예요. 아이와 함께 나눈 대화를 기록하기 위해 “소지자”별로 가지를 뻗어 간단한 키워드 중심으로 적어 주면 됩니다. 활동의 시작에서 중요한 것은 엄마의 질문입니다. 모든 질문은 "왜 갖고 있을까?"  또는 "어떻게 사용할까?", "어디에 사용할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질문이 구체적이어야 아이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상상하고 추정하여 대답할 수 있거든요.     


엄마 : 자, 이제부터 엄마가 왜 이 물건들을 가방에 넣고 다녔는지 한 번 생각해 볼래? 1번 물건, 일회용 안경닦이가 왜 엄마 가방에 있을까?

아이 : 내 안경에 뭐 묻었을 때 엄마가 닦아 주려고?

엄마 : 9번 물건은 네가 엄마에게 선물로 준 열쇠고리네. 이걸 왜 가방 속에 넣어 다녔을까?

아이 : 이것은 걱정인형이라서 힘든 일이나 나쁜 일은 안 생기도록 보호막 역할을 해 주는 것이거든.

엄마 : 엄마가 왜 핸드크림을 두 개나 가지고 있을까?

아이 : 잃어버릴 수도 있잖아. 그러면 다른 하나를 쓰려고 한 거지.      


엄마를 그렇게 철두철미한 사람으로 보는 아이의 시각이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고맙기도 합니다. 어쩌면 대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의 가치관일 수도 있지요.      


           


4. 다른 직업의 사람은 이 물건을 왜 가지고 있을까?     


이제 엄마에서 벗어나 다른 직업의 사람들을 공감해 보는 연습을 해 보기로 합니다. 먼저 아이의 꿈이 있다면 그 꿈을 대표하는 직업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꿈이 패션 디자이너라면, "패션 디자이너의 가방에 이 물건들이 있다면, 왜 이것을 갖고 있을까? 어떻게 이 물건을 사용할까?"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면 됩니다.      


엄마 : 패션 디자이너가 작은 고무밴드를 왜 가지고 있지?

아이 : 디자인 작업할 때 머리가 날리면 불편하니까 머리 묶으려고.

엄마 : 예쁜 머리끈을 못 할 정도로 바쁜가 보다. 힘들겠네.

      그럼 형광펜은 어디에 쓰지?

아이 : 갑자기 디자인이 생각났을 때 스케치하거나, 잘못된 부분을 표시할 때 사용해야 하니까.     


아이의 대답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일 수도 있고, 아이가 바라보는 롤 모델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진행하다 보면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인지적 공감을 주로 하게 되는데요. 엄마가 "힘들겠네' '설레겠다' '기쁘겠다' 등 정서적 공감표현을 덧붙여주시면 좋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아이에게 어떤 직업의 사람을 생각해 볼지 물어봐서 정해도 되고, 엄마가 제안해도 됩니다. 혹은 쪽지에 직업명을 여러 개 쓴 후 그중에 하나를 뽑아서 나온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방법이 되겠죠. 엄마의 가방으로 시작해 점점 색다른 직업으로 옮겨갈수록, 아이는 "~~라고 가정해 볼게."라는 말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가정"이 곧 "상상"이고 이 활동이 원하던 것입니다. 상상이 확장될수록 아이는 점점 더 그 직업의 가상의 인물에 몰입할 것이고 그 사람의 상황이나 기분을 이해하게 될 테니 말이죠.     


5. 너의 가방에는 어떤 물건을 넣을 것 같니?     


마지막으로 "너의 가방에는 어떤 물건을 넣을 것 같니?"라고 물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지금 시점을 전제로 질문하는 것도 좋지만 '몇 년 후'와 같은 가정의 질문도 좋습니다. 아이가 마음속으로 가지고 있었던 어떤 욕구를 알게 될지도 모르거든요. 예를 들면 갖고 싶은 물건이라든가. 그러면 아이에게 공감의 표현을 해 주세요. 아이가 자신이 공감받는다는 느낌을 알아야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도 올라갈 테니까요.     



6. , 이제 물건들을 가방에 다시 넣어 줄래?     


가방에 다시 물건들을 넣어 달라고 하면 또 다른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현금과 카드는 지퍼가 있는 가방 안쪽 속주머니에 넣는다든가, 핸드크림과 손 소독제를 같은 칸에 넣는다든가, 머리 고무 밴드는 작고 여러 개라 또 다른 안쪽 작은 주머니에 모아서 넣는 모습 등 말이죠. 물론 대충 아무렇게 집어넣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다고 나무라지는 말고 차근차근 정리하는 법을 알려주는 기회로 삼아 보세요. 가방에 넣으면서도 물건들을 관찰하고, 물건의 쓰임과 크기 등에 따라 분류하고 넣는 연습을 할 수 있으니까요.     




타인의 소지품 엿보기 활동을 하면 아이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도 다양합니다. 타인의 소지품이 왜 있는지에 대한 아이의 생각에서 아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세상이나 직업을 바라보는 시선, 지식, 감정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죠. 아이의 대답을 자세히 살펴보고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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