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우리는 다양한 현상이나 사건을 접하고 그때마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기분은 시시각각 달라집니다. 하지만 마음을 숨기고 순응하는 것이 미덕인 것으로 키워지고 자란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조차 인식하는 것이 어렵죠.
생각해 보면 항상 쓰는 표현도 손가락에 꼽는 것 같아요. 재미있다, 즐겁다, 화난다, 짜증 난다 등.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에서 어른들이 가장 많이 쓰는 감정표현이 무엇인지 아세요? 누군가가 말하길, "죽겠다~" 라네요. 더우면 더워서 죽겠다, 추우면 추워서 죽겠다, 배고프면 배고파 죽겠다, 배부르면 배불러 죽겠다.
감정 (感情, Feeling) 어떤 현상이나 사건을 접했을 때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기분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는 있지만 그것을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저절로 알게 되기가 힘듭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여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자신의 머리와 몸에서 벌어지는 많은 신호들을 인정할 수가 있게 되죠. 자신의 마음을 잘 인지하고 적절히 표현할 수 있어야 자기 조절 능력이 높아지고, 나아가 타인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는 공감능력도 발달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감정 단어를 알려 주고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기분이나 느낌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생각 도구 : 감정 단어 카드
아이에게 알려 줄 감정 단어를 <42가지 마음의 색깔>이라는 책에서 가져왔습니다. 초등 2학년 국어 활동 교과서 수록 도서이기도 한 이 책은 42가지의 감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스토리텔링이 되어 있어요. 한 가지 마음 별로 왼쪽엔 글, 오른쪽엔 그림 이렇게 수록되어 있어서 본문만 84페이지나 되는데, 꼬리를 무는 구조 때문에 중간에 끊어 읽기가 참 애매해요. 감정이 연결되어 일어난다는 것을 알려주니 그것이 또 매력이기도 하고요.
아이와 감정 인식 활동을 하기 전에 준비가 필요한데요. 감정 단어를 카드로 직접 만들어 봅니다. A4 도화지에 잉크젯 프린터로 출력을 하거나, A4 사무용지로 출력한 후 손 코팅을 하면 꽤 빳빳한 것이 카드 느낌이 납니다.
출력한 카드를 아이와 나누어 가위로 오립니다. 오리면서 아이는 단어를 슬쩍슬쩍 보게 되겠죠? 이 단순한 활동이 생각 수업으로 들어가기 위한 아이스브레이킹이자 단어들을 먼저 슬쩍 접하게 해 주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단계가 되겠습니다.
1. 모르는 감정 단어 이해하기
먼저 42가지 표현 중에 아이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것을 합니다. 모르는 것은 <42가지 마음의 색깔> 책에서 엄마와 함께 살펴보기 위해 구분을 하는 거죠. 번역상의 문제로 '몰이해'를 모르는 아이도 있을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는 잘 쓰지 않아 '역겨움'을 처음 봤다고 하는 친구도 있겠네요. 무슨 뜻인지는 아는데 '열정', '소심함' 등이 감정을 나타내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고 할 수도 있고요.
아이가 잘 모르겠다고 구분한 감정들을 아이와 함께 책에서 찾아 읽어 보세요. 아이가 이해했다면 알고 있는 단어 더미로 옮겨서 모르는 단어가 없도록 해 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42가지 마음의 색깔> 책의 특징은 딱 뜻을 서술해 주는 형식이 아니라, 어떤 상황일 때 이러한 느낌이 드는지, 비슷한 표현은 어떻게 말하는지, 이 느낌이 불러일으키는 혹은 이 느낌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느끼는 또 다른 감정들을 얘기해 준다는 것입니다. 이런 스토리가 아이에게는 더 이해를 도와주는 것 같아요.
2. 감정 맞추기 게임
이 단계는 저희 아이의 즉흥적이 아이디어로 추가된 활동입니다. 감정 단어 카드를 테이블에 쫙 펼쳐 놓자 그 단어를 몸으로 표현하고 맞추는 게임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내심 놀라웠어요. 사실 감정표현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게임으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아이가 제안했다는 것이 말이죠.
아이가 문제를 내고 엄마가 맞춰봅니다. 그리고 역할을 바꿔 엄마가 몸으로 문제를 내고 아이가 감정 단어를 맞추는 것이죠. 아이는 여러 번 감정 카드들을 눈으로 훑어야 했고, 선택해야 했고, 표현해야 했으니 이것만으로도 좋은 활동이 되었답니다.
<생각 수업 TIP : 추가하고 싶은 감정 단어가 있다면 추가적인 카드를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하루에도 수십 가지니 까요.>
3. 타인의 감정 읽기
감정 단어를 이해했으면 자기 자신의 감정 읽기를 해야 할 텐데 왜 타인의 감정 읽기를 먼저 하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겠어요. 자신의 감정이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겼던 문화에서 자라온 엄마이기에, 저는 오히려 다른 사람의 감정은 잘 읽고 이해할 수 있는데 저 스스로의 감정은 그냥 지나친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원래 자신에 대한 성찰, 알아차림이 가장 어려운 거 아닌가요?
타인의 감정 읽기에서 '타인'은 바로 앞에 있는 엄마가 본인의 하루 혹은 어떤 사건을 쭉 얘기해 주시면 됩니다. 그런데 또 내 얘기 아이한테 하는 것도 힘들 수 있잖아요? 그러면 가장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책 하나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페이지를 넘기며 아이와 함께 읽고, 이때 주인공은 어떤 기분이었을지 감정 카드에서 골라 감정 피자 양식에 올려주는 겁니다. 감정 피자 양식은 어떤 사건을 경험하면서 느낀 감정을 시간 순서대로 세밀하게 나누어 8조각 피자 양식에 적어보는 활동입니다. 아이들이 흔히 일기 쓸 때 무엇을 했는데 '재미있었다'라는 한 마디 결론을 최소 8개의 상황과 그로 인해 느낀 감정으로 쪼개어 인식해 볼 수 있는 특효약입니다.
4. '나'의 감정 피자 완성하기
이 활동을 위해 앞에서 감정 단어 카드를 이해하고, 감정 맞추기 게임도 하고, 타인의 감정을 읽어보는 활동들을 해 온 것입니다. 바로 나의 감정 피자 완성하기!
오늘 일기를 쓴다면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어? - 그때 너는 어떤 기분이었는지 감정카드를 골라서 조각에 넣어 볼까?
아이가 오늘의 어떤 한 지점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기 시작하면 엄마는 적극적인 경청 자세로 돌입해야 합니다. 엄마의 시선은 용기 내어 말하는 아이의 두 눈에 따듯함을 건네고, 집중해서 듣다 보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겠죠. '그랬어~', '그랬구나~', '그랬겠네~'라는 말들은 아이가 이야기를 이어가는 데 큰 힘이 됩니다. 그러면서 아이는 그 당시 어떤 기분이었는지 되짚어보고 단어 카드를 골라 양식에 올려보며 인정을 하게 되죠.
만약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고 성급히 결론이 나려 한다면 엄마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 그때 어떤 기분이 들었어?", "그리고 그다음에는 어떻게 했어? 그때 어떤 느낌이었을까?"라고 질문을 해 주는 것이죠. 물론 꼭 8개 조각을 다 채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 연습하는 것이니까요.
아이가 감정 피자를 완성하면 엄마가 다시 한번 아이가 경험했던 일들과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정리해서 말해 주면 좋습니다. 그리고 이 감정 피자의 제목을 지어 달라고 부탁해 보세요. 오늘의 감정 일기가 완성됩니다.
학교 숙제로 혹은 글쓰기 훈련으로 하는 감정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세요. 아이가 경험한 상황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감정을 인지하고, 적절한 단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아이에게 일기를 쓸 때 '딱 6하 원칙에 의해서 논리적으로 써!'라고 말하기보단, '너의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어떤 기분이었는지 솔직하게 표현해 봐~'라고 얘기해 주면 어떨까요?
아이가 화를 조절하지 못할 때 혹은 엄마가 감정 조절이 안 될 때 솔직히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공부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