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들어가기에 앞서, 목요일과 일요일 연재로 설정해 두었는데 개인 사정으로 목요일에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연재일은 꼭 지키고 싶었는데, 며칠 내내 매달려야 할 일이 생겨 어쩔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꼭 개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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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0일 차이자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두 번째지만 벌써 익숙해진 카페, 'El Taller'에서 여유롭게 아침 시간을 보냈다. 8시가 안 된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빵이 아직 나온 게 별로 없었다. 개중에서 눈에 들어온 건 설탕 알갱이가 잔뜩 붙은 크림 크루아상이었다.
며칠이나 있었다고 신문 읽는 동네 할아버지들 사이에서 전자책 읽는 순간이 아침 루틴처럼 편안하게 느껴졌다. 적당한 백색소음과 빵 굽는 냄새로 가득한 공간은 벌써부터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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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스페인에 오면 꼭 먹고자 했던 음식이 하나는 꿀대구요, 하나는 빠에야였다. 근데 꿀대구로 유명한 식당들은 항상 웨이팅이 어마어마했고, 우리의 인내심은 그 정도가 아니었다. 빠에야는 2인분 이상으로 파는 곳이 많았고, 다양한 음식을 먹고 싶었던 우리에겐 항상 뒤 순위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둘 다 못 먹었다는 슬픈 이야기...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만찬은 'Sense Seny'라는 타파스 바에서 먹었다. 사실은 꿀대구로 유명한 식당 몇 군데를 봐뒀는데, 그 앞에 사람이 바글바글한 걸 보고 미련 없이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는 근처에 있는 괜찮아 보이는 타파스 바에 들어갔고, 빨간 톤의 인테리어를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번역기의 도움으로 메뉴판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점심에 코스요리를 먹을 수 있는 '메뉴 델디아'를 주문했다. 음료, 샐러드, 메인요리, 디저트로 구성되어 있고 가격은 16유로였다.
애피타이저로 친구는 망고 샐러드를, 나는 가지구이를 골랐는데 가벼운 화이트 와인과 참 잘 어울렸다. 속을 살짝 파낸 가지에 치즈와 햄을 넣어 구웠는데, 녹진하고 짭짤하니 진짜 맛있었다. 메인으로는 채소 볶음을 곁들인 연어구이와 감자 슬라이스를 밑에 깐 오징어볶음이 나왔다. 향신료를 과하지 않게 넣어 간을 딱 맞춘 것 같다. 식감도 좋고 양도 많고 마음에 쏙 들었다. 후식으로는 초코 무스와 당근 케이크, 마지막 식사로 흠잡을 데 없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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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여행지에서의 쇼핑엔 큰 관심이 없다. 그런데 이번엔 여러모로 특별한 여행이었으니 기억을 붙잡아둘 기념품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페인의 패션 브랜드인 '빔바이롤라(BIMBA Y LOLA)'에서 우정템을 맞췄다. 친구는 귀걸이를, 금속 알러지가 있는 나는 반지를. 그리고는 'Dalston Coffee'라는 작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셨다.
디저트도 빠질 수 없다. 'Chok'라는 디저트 전문점, 지나갈 때마다 먹고 싶었는데 드디어 와보네. 도넛이 주력인 지점도 있는데, 내가 방문한 곳은 치즈케익과 초코케익이 시그니처였다. 체리초코 시럽이 올라간 치즈케익을 주문했는데, 진한데 담백한 맛이라 너무 좋았다. 게다가 글루텐프리라니, 완벽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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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을 마지막으로 우린 바르셀로나와 작별이다. 친구는 타라고나라는 작은 도시로, 나는 국경을 넘어 영국으로 이동한다.
호텔에서 짐을 픽업해 공항으로 가는 길, 매일을 좋은 기억들로 꾹꾹 채워 넣은 것 같아 뿌듯했다. 한편으론 언제 또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아쉬움은 다음으로 나아갈 동력이 되지.
바르셀로나에서 런던으로 넘어가는 비행기는 라이언 에어로 예약했다. 엘프라트 공항 2 터미널에서 체크인을 하란다. 친구가 탈 버스는 터미널 1 근처에서 픽업이라길래, 우리는 택시 앞에서 짧게 포옹하는 걸로 '함께여행'을 마무리했다. 반짝반짝한 시간이었다.
체크인 카운터로 가니 타이밍이 좋았는지 줄이 거의 없었다. 저가항공이라 돈을 추가해 캐리어를 부쳤고, 랜덤으로 좌석을 지정했더니 가운데 자리에 당첨됐다...
바르셀로나 엘프라트 공항은 입국할 때와 마찬가지로 출국할 때도 15분이 채 안 걸렸다. 여권과 얼굴을 번갈아 보고는 '땡큐'로 순식간에 끝낸다.
면세점에서 딱히 뭘 살 생각은 없었지만 구경은 또 못 참으니까 열심히 돌아다녔다. 초콜렛에 진심인 스페인, 면세점에도 가게가 참 많았다. 비비드한 풍경을 닮은 소품샵도 여럿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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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가 되어서야 비행기에 올랐다. 짧은 비행이라 비행기 기종은 B737-800으로, 좌석 수도 적고 좌석 간격도 좁았다. 해지는 바르셀로나 하늘을 보며 이륙했고, 깜깜한 런던 하늘을 보며 착륙했다. 걱정과 달리 비행은 너무나 평온했고, 다 같은 마음이었는지 사람들은 박수 치고 환호했다.
덕분에 차분한 마음으로 스페인에서의 10일을 돌아볼 수 있었다. 3개 도시에서의 휴양과 관광, 배 터지게 먹고 발이 저리도록 걸어 다닌 시간들. 또 올 테니 많이 변하지 말아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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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도 딱 1년 만에 다시 온다. 그땐 히스로 공항으로 입국했는데, 이번엔 처음으로 루턴 공항으로 왔다. 한국인은 e-gate로 순식간에 입국 심사대를 지날 수 있어 너무 좋다. 영국 사는 15년 지기 친구가 마중 나와서 한밤중의 이동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친구 집에서 쭉 지내기로 했는데, 한국 여행 중인 친구 동생 방이 내 차지가 됐다. 작년에 같이 놀았던 친구 동생은 내 방문 소식에 방을 싹 치워놓고 병아리 인형까지 눕혀놓고 갔다. 귀여운 녀석...
짐을 대충 풀어놓는데 친구가 '주워왔다'식의 무심한 느낌으로 쇼핑백 하나를 건넸다. 안엔 '못 말리는 어린양 숀'이 자수로 박혀 있는 파우치가 있었는데, 무슨 축제에 갔다가 나 닮아서 샀단다.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자기 전에 루이보스 차 한 잔을 진하게 우려 마셨다. 차로 하루를 마무리한다니, 영국에 왔음이 실감 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