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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인 Aug 18. 2024

영국식 아침식사, 하이드파크, 그리고 과학박물관

2024년 5월 18일

영국에서의 마지막 주말이 시작됐다. 매일같이 2만보씩 걸었더니 아침에 눈이 잘 안 떠진다. 그래도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힘내보자. 공원에서 박물관까지, 바쁘게 돌아다닌 토요일을 기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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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피쉬앤칩스를 먹었던 펍, 'Captain Ridley's Shooting Party'에 다시 왔다. 음식도 괜찮은 데다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는데, 아침에도 영업을 한다는 거다. 그럼 영국식 아침식사를 먹기에 여기가 딱이겠군!


8시부터 12시까지 주문할 수 있는 아침식사 메뉴판이 따로 있길래 선택지가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이게 웬걸. 깨알같이 쓰여 있는 메뉴는 서른 가지가 넘었다. 내가 찾던 영국식 아침식사는 물론, 전형적인 브런치 메뉴들도 다양했다. 에그 베네딕트, 팬케이크, 토스트 등 빵순이의 마음을 뒤흔드는 것들이 가득하구나...


음식도 가격이 괜찮지만, 1.65파운드만 추가하면 커피/차/핫초코 중 하나를 골라 무한리필로 마실 수 있다. 2천원으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


[메뉴 1: 피에스타 브런치(Fiesta Brunch)]

친구는 아보카도, 버섯, 토마토, 할루미 치즈가 올라간 토스트를 주문했다. 수란과 함께 살사 소스에 조금씩 찍어 먹으면 된다. 아는 재료에 아는 소스인데 집에서 만들면 이 맛이 안 난다. 고수 때문인지 올리브 오일 때문인지 생소한 향이 나는데, 그 나름대로 매력 있다.


[메뉴 2: 정통 아침식사(Traditional Breakfast)]

이거야말로 아는 맛이다. 토스트, 계란프라이, 해시브라운, 소시지와 베이컨. 재료를 잘 구워 접시에 차례로 올리기만 하면 된다. 근데 먹는 기분이 특별하다. 영국에 오면 괜히 영국식 아침식사를 한 번은 먹게 되는데, 맛보다 기분으로 먹게 되는 요리란 생각이다.


[디저트 1: 영국식 애플크럼블(British Bramley Apple Crumble)]

내친김에 디저트까지 먹기로 했다. 아침 메뉴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12시 땡 하고 애플크럼블을 주문했다. 토핑으로는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커스터드 크림 중 고를 수 있는데, 전자를 선택했다. 따뜻한 소보로, 사과조림, 아이스크림 두 스쿱. 맛없으면 이상한 이 조합은 생각보다도 더 맛있었다! 따뜻하다가 차가웠다가, 부드러웠다가 오독오독하다가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디저트 2: 백만장자의 쇼트브레드(Millionaire's Shortbread)]

애플크럼블이 너무 맛있길래 충동적으로 디저트를 하나 더 주문했다. 쇼트브레드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리고, 무자비하게 초코 소스를 뿌렸다. 단 걸 잘 먹는 나에게도 너무 달아서 다는 못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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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네 동네에 더 있을까 하다 그래도 마지막 주말인데 런던에서 보내자 싶어 느지막이 기차를 탔다. '하이드파크(Hyde Park)'는 런던을 대표하는 대형 공원 중 하나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데, 오히려 좋아.


5월 중순을 지나기도 했고, 올해 런던이 따뜻한 편이기도 해 장미정원(Rose Garden)은 알록달록한 꽃들이 가득이었다. 분홍 장미까지는 평온하게 보다가, 노랑이랑 연보라에서 기분이 확 좋아졌다. 꽃집에서 볼 때보다 훨씬 예쁘구나.


하이드파크엔 서펜타인(The Serpentine)이라는 커다란 인공 호수가 있다. 오픈형(?) 오리배를 타는 사람도 많고, 실제로 오리나 백조들도 한가로이 떠다닌다. 호숫가를 걷다 보면 제일 많이 보는 게 청설모와 오리다. 한 뼘 정도의 거리에 사람이 있는데도 자기 할 일 하는 동물들... 너무 귀엽고 무해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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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내에 나온 이유는 바로 '과학박물관(Science Museum)'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사우스 켄싱턴(South Kensington) 근처엔 과학박물관 말고도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과 자연사 박물관이 도보 5분 거리에 모여 있다. 세 곳 모두 입장료는 무료다.


컨디션이 좋으면 두 곳을 방문하려 했는데, 욕심이다 싶어 1순위로 생각한 과학박물관만 꼼꼼히 둘러봤다. 홈페이지에서 방문 시간만 미리 예약하면 입장할 수 있다. 일반 관람객은 0층에서 3층까지 볼 수 있는데, 3층에서부터 차례로 내려오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갤러리를 하나씩 소개해본다.


[3F: Flight Gallery]

천장에 여러 가지 형태의 항공 모형이 매달려 있는 '항공 전시관'은 입장하는 순간 압도되는 느낌이다. 아래엔 영국을 중심으로 항공의 역사를 쭉 훑게 전시를 구성해 놨다.


[2F: Information Age]

전화부터 텔레비전까지, 200년에 가까운 통신의 역사를 '정보의 시대' 관에서 보여준다. 인간이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어떻게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지 알 수 있다. 수화기나 다이얼 없이 휴대폰뿐인 요즘, 전화기의 탄생 배경부터 지금까지의 발전 과정을 알게 되니 흥미로웠다. 학생 땐 그렇게 재미없더니 뒤늦게 과학이 재밌어지는 문과생...


[1F: Medicine Gallery]

1층의 가장 큰 전시관은 약(Medicine)이 테마인데, 14일 차에 다녀온 웰컴갤러리(Wellcome Gallery)와 협업하여 꾸민 공간이라길래 엄청 반가웠다. 인체 건강과 약학에 대한 소품들이 가득하다.


[0F: Shop]

박물관 관람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기념품샵.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아서인지 어른과 어린이 모두를 만족시킬 아이템 라인업이다. 웬만한 소품이 여러 가지 사이즈로 다 있다. 모자와 티셔츠, 필기구, 포스터와 엽서, 장난감 등등. 과학을 테마로 이렇게나 많은 굿즈를 만들어 낼 수 있다니 정말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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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했던 일들을 모두 달성하고 기분 좋게 친구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 창밖의 풍경이 나를 감상적으로 만들었다. 정드니까 떠날 날이 다가오는구나. 삶과 달리 여행은 뚜렷한 시작과 끝이 있고, 그래서 항상 아련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빠르게 지나가는 들판이, 목장이, 벽돌 집들이 보고 있는데도 벌써부터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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