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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인 Dec 15. 2023

궁금했던 미국 간식 열 가지를 먹어보다

2023년 10월 9일

식사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군것질을 좋아하는 나. 여행 와서도 빵과 과자 사랑은 어디 안 간다. 평소엔 건강한 식단을 지켜야 된단 생각에 군것질을 조금 자제하지만, 여행은 어떤 루틴이든 약간 느슨해져도 되지 않나. 미국 마트에서 온갖 시리얼과, 과자와, 빵과, 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맛있어 보이는 패키지 앞에서 이성은 잠시 넣어두기로 했다. 


그래서 친구집 동네와 다운타운을 오갈 때, 혹은 아침저녁으로 가벼운 산책을 다녀올 때마다 내 손엔 간식거리가 주렁주렁이었다. 맛이 있든 없든 지구 반대편에서 궁금해했던 미국의 간식들을 직접 먹어볼 수 있다는 데에 엄청난 즐거움을 느꼈다. 물론, 맛있으면 즐거움이 행복으로 업그레이드되지. 


먹기 전엔 설렘을, 먹을 땐 즐거움을, 먹고 나서는 약간의 뿌듯함을 느끼게 해 준 미국의 간식 열 가지를 기록으로 남겨본다. 



1. Reese's Puffs (리세스 퍼프)

평소엔 잘 먹지도 않으면서 미국 가면 시리얼을 종류별로 먹겠다고 생각했다. 위시리스트 1순위는 해외 유튜버들이 그렇게나 추천하던, 리세스 퍼프였다. 작은 사이즈로 사고 싶어 마트를 몇 군데나 돌았는데, 가는 곳마다 패밀리 사이즈밖에 없었다. 


다행히 맛있었다. 리세스 초콜릿처럼 초코와 땅콩버터의 존재감이 둘 다 느껴졌다. 가볍게 사각사각한 식감도 좋았다. 근데 빨리 눅눅해지지도 않는다. 아쉬운 게 하나 있다면 별로 달지 않다. 시리얼을 다 먹어도 우유가 그대로다. 시리얼에서 우러나온 달달한 우유 먹는 맛이 또 있는데 말이야. 




2. Reese's Pumpkins (리세스 펌킨)

미국은 정말 핼러윈에 진심이다. 어딜 가나 호박 모형이 있고, 호박 패턴의 옷이 있고, 호박맛 디저트가 있다. 과자 브랜드들도 핼러윈 에디션을 내놓던데, 리세스 초콜릿으로 첫 시도를 해봤다. 


성공적인 시도는 아니었다. 맛은 일반 리세스 초콜릿과 똑같고 모양만 호박이었다. 심지어 포장지와는 달리 실제 초콜릿에는 눈도 입도 없어 어설퍼 보였다. 리세스니까 맛은 있지만 호박향이나 시럽이라도 넣지, 실망이야. 




3. Cheetos Puffs (치토스 퍼프)

미국의 국민 과자, 치토스. 짠 과자보다는 단 과자를 좋아하지만 미국이니까 치토스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치토스 퍼프'는 한국에서 못 본 것 같아 기본 체다치즈 맛으로 한 봉지, 화이트 체다치즈 맛으로 또 한 봉지 사봤다. 이것도 작은 크기로는 안 판다. 


크기도 칼로리도 기본 맛이 월등했다. 강력한 치즈 분말이 느껴지는 짭짤한 과자인데, 카삭카삭한 식감이 좋았다. 콘초나 콘치보다 살짝 단단한 식감인데 엄청 중독성 있다. 퍼프 과자들은 일반 감자칩이나 비스킷보다 식감이 가벼워 마치 칼로리가 안 높을 것이라 착각하게 만드는데, 아무 생각 없이 먹다 보면 500칼로리 섭취는 금방이다. 




4. Hostess snoballs (호스티스 스노볼)

호스티스는 미국의 가공식품 제조 업체다. 어떤 가공식품들이 유명하냐면, 몸에 미안해지는 맛들의 정크푸드다. 근데 미국 드라마나 유튜브에서 자꾸 보니 그 맛이 너무 궁금했다. 그중 가장 궁금했던 건 스노볼이다. 핫핑크색의 뽀송한 과자라니, 마치 장난감 같잖아! 


무슨 프로그램에선가 한 출연자가 스노볼 만드는 공장에서 갓 만든 스노볼을 먹고 감동하는 장면을 봤다. 저 동글동글한 분홍색 빵은 대체 무슨 맛일까 궁금했다. 포장지를 살펴보니 겉의 분홍색 가루는 코코넛이더라. 마시멜로가 크림이 든 초코케이크를 감싸고 있는 형태다. 


출처: 'Spencer's Apartment' 유튜브


속보다 겉이 말랑거리는 케이크는 처음이라 신기했고, 맛이 너무 인공적이라 더 놀랐다. 전체적으로 느끼한데 버터의 느끼함이 아니라 식용유의 기름맛이었다. 식감은 좋았으나 맛은 설탕 단맛이 전부였던 핫핑크 뽀송이. 




5. Hostess Twinkies (호스티스 트윙키)

호스티스에서 제일 유명한 건 아마 트윙키가 아닐까. 1985년 트윙키 CF에는 소시지처럼 생긴 희한한 캐릭터가 등장했다. 역사 깊은 이 과자를 미국에서 먹어보다니, 감개무량하다. 기본과 초코맛 하나씩 사봤다. 


출처: 'Retrontario' 유튜브


겉부터 기름진데, 우리나라 카스타드나 보름달 빵처럼 가볍고 포실거렸다. 기대를 안 했는데도 기대 이하였다! 보름달 빵을 더 느끼하게 만들면 트윙키 맛이 날 것 같았다. 빵도 느끼한데 크림도 엄청 가벼운 기름맛이다. 아무리 불량식품이라지만 어린이들이 이런 걸 먹어도 되는 건가 진지하게 걱정하게 됐다. 




6. Rice Krispies (라이스 크리스피)

라이스 크리스피는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과자가 있었던 것 같은데,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 두 개 사봤다. 하나는 오리지널, 하나는 초코 딸기맛. 포장지는 참 귀여운데, 칼로리는 안 귀엽다. 한 뼘도 안 되는 길쭉한 과자가 400칼로리라니. 


오리지널은 내 기억 속의 맛 그대로였다. 살짝 바삭하고 쫀득하면서 마시멜로맛이 많이 났다. 미국식으로 대량생산한 오란다 같았다. 초코 딸기는 맛있었다. 과자에선 딸기향이 나고, 겉은 초코 코팅되어 있는데 과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삼등분해서 우유랑 한 조각씩만 먹으면 기분전환용으로 딱이겠다. 




7. pop tarts (팝타르트)

미국에서 트윙키만큼이나 흔한 간식이 팝타르트다. 마트에선 박스로 판매하길래 세븐일레븐에서 개별로 두 개만 샀다. 딸기맛과 스모어맛을 골랐다. 한 봉지엔 타르트가 두 개씩 들어 있다. 


크래커처럼 생겼는데 안에 필링도 있고, 위에 아이싱도 있다. 토스터에 살짝 구워 먹으면 더 맛있다는데, 친구집엔 오븐밖에 없으니 아쉬운 대로 그냥 맛본다. 심지어 팝타르트 공식 계정에선 최근에 토스터를 거울삼아 "누가 제일 맛있는 간식이지?"라고 묻는 캐릭터 광고도 게시했다. 하지만 토스터가 없는 걸...


출처: 'Pop-Tarts' 유튜브


딸기맛 팝타르트에선 밀가루향이 많이 났는데, 안의 딸기잼이나 위의 바닐라 아이싱 덕분에 전체적인 맛은 괜찮았다. 스모어맛은 크래커 자체도 조금 더 바삭했고, 초코와 마시멜로 조합은 실패가 없으니 익숙하면서도 꽤 중독적인 맛이었다. 




8. Garrett Popcorn (가렛팝콘)

가렛팝콘은 미국이라기보다 시카고를 대표하는 간식 브랜드다. 마트의 과자 코너에서 봉지 포장된 버전도 봤지만 괜히 매장에서 갓 나온 팝콘을 먹어보고 싶었다. 나는 밀레니엄 파크 근처 매장에 방문했는데, 입구에서부터 버터와 캐러멜 냄새로 정신이 혼미했다. 



가장 유명한 건 치즈와 캐러멜이 반반 들어간 'Garrett Mix(가렛믹스)'지만, 추천하고 싶은 맛은 견과류가 들어간 캐러멜라이즈드 팝콘 시리즈다. 캐슈넛, 피칸, 아몬드, 이렇게 세 종류 있다. 가렛믹스와 피칸 캐러멜라이즈드 팝콘을 작은 봉지로 하나씩 샀다. 


집에서 친구랑 같이 와인 안주 삼아 먹어보는데, 맛만 보려던 게 결국 빈 봉지를 보고야 말았다. 캐러멜 코팅이 두꺼워 시간이 지나도 눅눅해지지 않아 좋았다. 




9. insomnia cookies (인썸니아 쿠키)

친구가 입이 닳도록 말하던 '인생 쿠키' 브랜드다. 밤늦게까지 영업하고, 따뜻한 상태로 배달하기에 '인썸니아(insomnia, 불면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인썸니아 쿠키는 2023년 10월을 기점으로 '우리의 인생 쿠키'가 됐다. 따뜻할 때 먹으면 부드럽고, 차갑게 얼려 먹으면 쫀쫀하다. 좋은 버터와 초콜릿을 아낌없이 넣었다는 게 느껴진다. '6+6 프로모션'에 산 쿠키들을 다양하게 조금씩 먹어봤는데, 민트 초코와 화이트 마카다미아맛이 제일 취향이었다. 




10. Trader Joe's(트레이더 조)의 자체 상품들

트레이더 조는 미국의 대형 식료품점 체인이다. 친구집에서 도보로 25분 정도의 거리라 자주 가긴 부담스럽지만 마트 구경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별천지다. 10월의 트레이더 조는 가을 시즌에 맞게 호박, 시나몬, 사과 관련 아이템이 선반마다 쌓여 있고, 핼러윈 소품도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트레이더 조의 PB 상품은 대체 우유와 시리얼을 포함해 정말 종류가 다양했다. 거의 대용량이라 많이 사진 못했지만, 호박맛 그릭요거트, 글루텐 프리 호박맛 베이글, 사과 호박파이를 사봤다. 시즌 한정은 먹어봐야 하니까.

 


글루텐 프리 베이글에 친구집 냉장고에서 발견한 마스카포네 치즈와 저당 딸기잼을 덕지덕지 발랐다. 호박맛이라 쓰여 있었지만 시나몬향이 많이 났다. 전자렌인지에 돌렸는데도 부드럽고 쫀득해서 정말 맛있었다. 호박맛 그릭요거트는 호박의 존재감이 미미했다. 사과 호박파이는 흔히 아는 사과 파이였지만 필링이 꽤 많이 들어 있어 좋았다. 




여기까지가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와 집에서 친구와 먹어본 것들이다. (가렛팝콘은 일부러 가게를 찾아갔지만, 마트에서도 파니 그냥 포함시켜주자.) 사실 시카고는 대중교통이 아주 잘 되어 있어 머무는 동안 다운타운의 카페나 베이커리에 직접 가서 '먹어야 할 디저트 리스트'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하나씩 격파하는 재미로 남은 20일을 잘 보내야지. 


미국 간식은 맛은 들쑥날쑥해도 시원시원해서 좋다. 달아야 맛있는 건 진짜 달고, 재료는 아끼지 않고 듬뿍 넣는다. 그게 설탕이나 버터일 때가 많다는 게 문제지만... 가끔은 이런 불량한 과자가 정성껏 만든 예쁜 디저트보다 기분을 좋아지게 만든다. 슈가하이인가?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짧으니 걱정은 접어두고 그냥 즐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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