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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살롱 Oct 21. 2023

취향이 있는 사람

요즘 내가 부러워하는 2~30대의 유튜버들을 보면 취향이 명확한 사람들이다. 가지고 있는 소품, 사는 집, 작업실 등 본인의 공간과 지니고 있는 것들에 모두 이유가 있다. 유튜버가 없을 때는 개인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취향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람들, 책에서 보여주는 사람들을 보며 열광했던 것 같은데 그때는 부러운 마음밖에 없었다.


취향이란 단어를 찾아보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라고 한다. 뭔가 고급 취향, 독특한 취향이란 말만 써봤지 뜻을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취향은 개성이 강한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뜻을 알게 되니 누구에게든 적용할 수 있는 단어였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내가 부러워했던 사람들은 본인의 취향을 명확하게 알고 남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러한 취향을 알게 되기까지 끊임없이 자기에 대해 질문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겪은 사람들이었다. 반면에 나는 나의 마음이가는 방향에 대해 깊이 생각하여 본 적이 별로 없었다.나는 누군가가 취향에 관해 물어봤을 때 당황하고 항상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던 것 같다.


왜 남의 취향만 부러워하고 있었던 것일까. 누군가 커피에 조예가 있어 보이는 사람을 보면 부러웠고, 빈티지가구에대해 잘 알고 그것만 모으는 사람도 부러웠다. 하지만 내가 막상 고가구를 사려고 보면 어떤 게 좋은지 몰랐다. 큐레이팅이 잘된 곳에 빈티지 샵에 가면 다 좋아 보이지만 시장에 가면 괜찮은 빈티지 제품을 찾는 눈이 없는 것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 또한 부러워했는데 글을 막상 써보진 않았다. 나와는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해 보고 시도조차 하지 못했었다. 나의 취향은 어디를 향해가고 있을까를 찾으면서 조금씩 알게 된다. 글을 쓰다 보니 나도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고가구를 좋아하긴 하지만 제대로 하려면 많이 보고 공부를 해야 하는구나. 가만히 부러워만 하면 알지 못했다.


커피도 처음엔 씁쓸한 커피, 고소한 커피, 신 커피 등의 맛이 다양하다는 걸 알지 못했다. 계속 마시다 보니, 어떤 커피는 맛있게 느껴지고 어떤 커피는 맛없게 느껴졌다. 그 다양한 맛 중에 나는 고소한 커피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20대는 커피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카페는 사람들하고 만나서 이야기하는 장소를 찾아가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에 간다. 그래서 예쁜 카페도 좋아하지만, 커피를 진심으로 대하는 커피숍을 가고 싶어 한다. 관심 있는 분야를 계속 파 봐야 진짜 좋아하는 것인지, 좋아 보이는 것인지 알게 되는 것 같다.


언젠가 5~60대가 되어서도 본인이 좋아하는 것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재미없어 보였다. 그래서 나도 40대

가 되어야 나의 취향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커피도 20대부터 마셨지만 30대가 되어서야 내가 좋아하는 맛을 알게 된 것처럼 지금부터 알아가야 나의 5~60대에 더 풍미 있게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도 멋진 '밀라논나' 나 '윤여정 배우'를 보며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도 영향을 미친것 같다. 나도 6~70대가 되어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그냥 할머니가 아닌 나만의 취향이 있는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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