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잘하면 좋은 점 2

생각보다 인생의 많은 부분이 쉬워진다

by 윤혜정

일을 하거나 영어를 가르치면서 자주 느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영어 공부를 ‘생존’의 수단, 즉 상황적으로 당장 필요해서 해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사내 승진을 위해 공인 영어 점수가 필요하거나, 영어 면접이나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어서 등, 당장 필요에 의해 영어를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은 본인이 필요한 영어의 최저 요건을 맞추기 위해 학습에 임한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영어에 접근하는 태도가 조급해지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이런 분들께 영어를 단순히 ‘필요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취미처럼 접근했으면 한다고 말하고 싶다. 영어 공부의 목표를 “이 시험만 통과하기”, “면접을 위한 최소한의 실력 갖추기”, “발표 대본 외우기”에만 두기보다는, 장기적인 자산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자기만의 자본으로 생각하며 접근했으면 한다. (물론 시험이나 면접 같은 급한 불은 꺼야겠지만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영어를 잘하게 되면 삶이 훨씬 풍요로워진다. 이런 측면에서 내가 생각했을 때 영어를 잘하면 좋은 점 몇 가지를 추가적으로 적어보고자 한다.


1. 조직에서 생각보다 눈에 빠르게 띈다

내가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하며 인턴으로 근무하던 외국계 회사의 사장님은 프랑스인이었다. 사장은 프랑스어와 영어 밖에 못했기 때문에, 사장과 직접 소통하려면 영어가 필수였고, 영어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더 돋보였다. 사장과 영어로 대화가 잘 되는 직원들은 눈에 더 띄고, 성과도 더 눈에 들어오고, 업무 기회도, 승진의 속도도 달랐다. 외국계 회사의 특성상 일반 대기업보다 조직 문화가 유연하고 승진이 빠른 것도 맞았지만, 영어를 잘하면 다른 직원들보다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은 사회생활 햇병아리인 내가 봐도 눈에 보일 정도였다.


실제로 10년 이상을 근무한, 연차가 꽤 된 분이 내가 재직 중에 퇴사하셨는데, 건너 건너 이유를 들어보니 영어 때문에 본인이 이 조직에서 더 올라가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나 보다. 이 분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거의 안되시는 분이었다. 이 분이 팀장급이었고 회사 내에서도 능력을 인정받는 분이었던 것 같아 그 소식이 유난히 마음에 남았다. 영어 한 마디가 커리어의 문을 열기도, 닫기도 한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다.


2. 당연하지만 시야가 넓어진다

'글로벌화'라는 말이 식상해진 지 오래이다. 예전에 어떤 책을 읽으려다 '번역이 개떡이라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라는 독자 평을 본 적이 있다. 이럴 때 답은 간단하다. 원서로 읽으면 된다. 나도 업으로 번역 일을 간간히 하고 있어, 번역자가 최선을 다해서 번역을 해도 원어로 쓰인 글과 번역문을 읽는 데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안다. 아무리 뛰어난 번역자라도, 원문의 숨결까지 옮기긴 어렵다.


영어를 조금만 알면, 내가 고를 수 있는 책, 영화, 유튜브 영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당연히 선택의 폭이 다양해질수록, 소화할 수 있는 콘텐츠의 폭이 넓어질수록, 세상을 보는 나의 그릇이 커지는 게 당연하다. 영어로 된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다채롭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내가 받아들이는 세계도 커진다.


3. 인생의 정말 많은 부분이 쉬워진다

여행지에서 메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을 때, 아마존 사이트에서 제품을 고를 때, 학생이 해외 논문을 참고할 때(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할 만큼의 독해력도 필요 없다) 영어가 조금만 되어도 세상이 훨씬 친절해진다. 논문을 참고하려는 학생은 모든 문장을 다 이해할 필요도 없다. 논문 제목, 서론, 결론만 번역기에 돌려도 된다. 하지만 영어가 아예 낯설면, 그런 정보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


사람마다 영어를 공부하는 데는 각자 본인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 역시 통역사라는 업 때문이라도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려고 노력한다. 직업 특성상 영어를 잘 하지만, 사실 언어 숙달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모국어인 한국어만큼 당장 내 입에서 튀어나올 수 있는 영어 표현이 다채롭지 않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영어를 배우는 길이 아무리 멀고 구불구불해 보여도 포기할 이유는 없다는 말은, 영어 공부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는 분들께, 어쩌면 나 자신에게도 해 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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