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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tagirl Jun 01. 2020

톨스토이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1. 안나 카레니나 법칙 1


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한 모양새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방식으로 불행하다.
All happy families are alike;
each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레프 톨스토이(1847-1910)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소설 자체의 내용만큼이나 잘 알려진 몇몇 문장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소설의 도입부는 무척이나 유명해서 훗날 '안나 카레니나 법칙'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냈을 정도입니다. 행복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조건이 필요하며, 이것이 결여됐을때 그것은 너무도 쉽게 깨질 수 있다는 겁니다. 즉, 어떤 일을 함에 있어 혹은 어떤 일이 됨에 있어, 수많은 필요조건 중 하나라도 결여된 경우 그 일은 실패로 귀결된다는 주장이지요.


<, , >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같은 과학자는 동물의 가축화라는 오랜 역사를 안나 카레니나 법칙에 기대어 설명하기도 합니다. 외에도 이 원칙은 꽤나 보편적인 면모가 있, 톨스토이의 영향을 받지 않음이 분명한 오래전 철학이나 생태학 등의 학문 분야에도 거의 흡사한 종류의 법칙들이 각자의 관심분야  다종다양한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역사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대단한 통찰을 요하는 경우는 아니어도 이 법칙을 떠올리게 될 때가 종종 있는데, 가령  TV 골프 채널이나 각종 SNS에서 프로 골퍼들의 스윙 영상을 볼 때, 그리고 필드와 연습장에서 나를 포함한 아마추어 골퍼들의 스윙을 볼 때가 그중 하나입니다. 이름하여 톨스토이적 깨달음에 이르는 순간이죠. “공을 잘치는 골퍼는 다 비슷한 모양새지만, 공을 못치는 골퍼들은 제각각 못치는 이유도 다양하구나!!”하는 발견(역시, 골프는 평범한 중년 여성을 대문호의 발꿈치에 다가가게 하는 지독히도 지성적인 운동인 것입니다), 이른바 골프에서 만나는 안나 카레니나 법칙입니다.


스윙을 잘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맨 먼저 올바른 그립과 각 골프 클럽에 맞는 어드레스로부터 시작해, 제대로 된 테이크어웨이와 백스윙탑을 거쳐야 하고, 적절한 스윙 플레인으로 클럽을 내려, 다운스윙, 임팩트, 팔로우스루를 만듭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해당 스윙의 메커니즘 속에서 만들어지는 원심력, 관성 모먼트, 탄성 등 여러가지 힘들의 손실이 최소화되는 동시에 적절한 스윙 템포안에 머무는 와중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략 이 정도가 지금 수준에서 제가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좋은 스윙의 최소한의 조건이고, 공을 잘친다는 골퍼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엇비슷하게 가지고 있는 모양새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스윙을 못하는 이유는 제각각입니다. 어떤 이는 유연성이 부족한 뻣뻣한 몸 때문에 제대로 턴을 하지 못해 여러가지 볼썽사나운 다운스윙과 그 이후의 동작들을 만들어 내며 공을 칩니다. 또 다른 이는 유연성이 쓸데없이 넘쳐나는 오징어 같은 동작에 과도한 손목사용까지 더해 대략난감한 샷을 연출합니다(바로 제 이야기입니다 ㅠ). 일반적인 경우 아마추어 골퍼는 한 가지 문제만이 아니라 다른 문제들을 더블 / 트리플 / 콰트로 콤보로 가지고 있어 상황을 더욱 더 어렵게합니다(이것도 ㅠㅠ). 운이 좋아 자신에게 맞는 자신만의 최적의 스윙을 찾았다 하더라도, 그 스윙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매번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어서 매 스윙 안에서 매번 다양한 이유로 공을 제대로 칠 수 없게 됩니다(그렇습니다, 모두 다 제 이야기입니다 ㅠㅠㅠ).  


무엇보다 흐렸다가 아주 잠깐 개었다를 반복하는 제 스윙은, 어떤 날은 헤드업이 되어서 탑볼을 만듭니다. 어떤 날은 충분한 회전이 되지 않아서 슬라이스가 나고, 어떤 날은 왼쪽 골반이 제때 돌지 않아서, 하체가 흔들려서, 손목코킹이 과도하게 돼서 공이 여기저기로 튑니다. 여기에 더해 척추각을 그대로 유지한다든가, 적절한 리듬 안에 머무는 것 같이 언제나 꾸준히 늘 잘 안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을 모조리 다 유지해야 잘 친다는 골퍼들과 겨우 비슷한 모양새의 스윙을 만들 수 있답니다. 


성공 확률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지는 스윙의 난이도, 이거 실화입니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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