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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tagirl Jun 03. 2020

아리스토텔레스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2. 안나 카레니나 법칙 2

아리스토텔레스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아리스토텔레스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현기증 나도록 저세상 난이도를 자랑하는 스윙의 관리란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저는 그 답을 안나 카레니나 법칙의 고대 철학버전에서 찾는 것으로부터 출발해 보겠습니다.


실패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다
(피타고라스학파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쁜 것은 무한하고 좋은 것은 유한하니까).
그러나 성공하는 방법은 한가지뿐이다(그래서 정도正道에서 벗어나기는 쉽고, 정도에 머물기는 어렵다).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지나침과 모자람은 악덕의 특징이고 중용은 미덕의 특징이다.
사람들은 한가지 방법으로 좋지만 온갖 방법으로 나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 역, 니코마코스 윤리학, 숲, 2013)
It is possible to fail in many ways (for evil belongs to the class of the unlimited,
as the Pythagoreans conjectured, and good to that of the limited),
while to succeed is possible only in one way (for which reason also one is easy and the other difficult – to miss the mark easy, to hit it difficult);
for these reasons also, then, excess and defect are characteristic of vice, and the mean of virtue;  For men are good in but one way, but bad in many.


기원전 4세기를 살았던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훗날 1877 톨스토이가 소설의 서두에 이야기할 내용을 2000 이상 앞서 전하고 있네요. 나쁜 것은 무한하고 좋은 것은 유한하므로, 정도에서 벗어나는 것이 정도에 머무르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에 골프라는 스포츠가 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소크테스, 플라톤 선생님과 함께 골프를 즐기는 사이었다면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스윙을 이루는 요소는 유한하고 스윙을 망치는 요소는 무한하므로, 성공하는 방법은 한가지인 반면 실패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며, 좋은 스윙을 하는 것보다 나쁜 스윙을 하는 것이  있음직하고 심지어는 자연스럽노라".


한편, 독일의 식물학자 유스투스 리비히(Justus von Liebig, 1803-1873)는 1840년 화학 분야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안나 카레니나 법칙을 선취합니다. 식물의 성장은 넘치는 영양소가 아니라 가장 부족한 영양소에 의해 좌우된다는 발견이죠. 질소, 칼륨, 인, 탄소 등의 영양소가 아무리 많이 주어져도 다른 한 영양소가 부족하면 식물은 제대로 자랄 수가 없고, 더 나아가 식물의 성장 정도란 가장 모자란 영양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고입니다. 최소량의 법칙(The Law of Minimum)'이라죠?!! 골프 버전으로 말하자면, "모자란 놈, 아무리 다른 걸 잘해봐라~ 결국엔 네 놈 스윙에서 가장 모자란 그 요소가 발목을 잡고 전체 스윙의 퀄러티를 결정하나니~~" 라고 해석해도 될까요?


철학, 문학, 화학 같은 전통학문 분야뿐 아니라 경영학이라는 최신의 실용학문에서도 비슷한 사고방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물리학자 엘리 골드렛(Eliyahu M. Goldratt, 1947-2011)은 1984년 <The Goal>이라는 소설을 통해 제약이론(Theory of Constraints)을 상술합니다. 고속 도로가 아무리 교통량을 대체적으로 잘 감당한다 해도, 어딘가에 생긴 부분적인 병목(bottleneck)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전체 교통흐름 및 도로 사용의 효율에 문제를 야기하고, 결국 이 병목의 심각정도가 전체 교통흐름을 결정하게 되듯,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이나 유통, 조직의 운영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병목 구간들을 찾아 제대로 해결해야 효과적인 시스템 관리 더 나아가 최대의 가치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즉, 안나 카레니나 법칙의 비즈니스 버전이네요.


이제 먼길을 빙빙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저와 당신은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스윙에서 '각각의 방식으로 불행한 스윙을 만드는(톨스토이)', '무한한 나쁨(아리스토텔레스)', 그 중에서도 '가장 결핍된 요소(리비히)'이자 '제약요인 혹은 병목(골드렛)'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은 우리의 스윙이라는 긴 체인 하나를 구성하는 고리 중 가장 약한 고리를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라고 대답합니다. 획기적인 답변은 아닐지라도, 도무지 내키지 않는 무겁고도 막막한 발걸음을 떼야하는 우리에게는 썩 괜찮은 출발의 동반자가 되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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