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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tagirl Nov 01. 2020

선무당을 위한 변



레슨으로도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남습니다. '그래, 내 스윙을 이루는 기다란 체인, 그 체인의 가장 약한 고리를 찾아가 보는거야!!!(참조: https://brunch.co.kr/@atttagirl/22)'하는 결연한 의지가 다시 한번 뭉게뭉게 피어오릅니다(이때도 레슨은 진행중).


수많은 사슬의 고리  가장 취약한 고리가 과연  고리인가 아니면  고리인가 하나하나 매의 눈으로 살펴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암만 살펴도 쓸만한 고리는 쉽사리 찾아지지 않고, 모든  약한 고리처럼만 느껴집니다. 그러다 문득!! 찾은  같네요. 장비! 여러 고리  나의 가장 약한 고리이( 바라)면서, 나의 고리인지 남의 고리인지 당췌   없는 그것이 갑자기 눈에 거슬리기 시작합니다.


장비병이 '부릉 부릉'하고 시동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신빨이 시원찮으면 무당은 장고 탓부터 하지 아니할 도리가 없지요. 장비를 어디서부터 손대야 하나 인터넷의 바다에서 하염없이 잠영하다, 경기도 오산에 계신, 이 바닥에서 꽤나 유명하다는 클럽 피터 club fitter 한 분의 이름을 알아냅니다. 장비에 대한 여하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 현재 가지고 있는 장비를 점검받고, 고쳐 쓸 수 있는 것들은 고쳐 쓰고, 개비할 것은 개비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리고 왕복 3시간의 오산행. 결론적으로 그 피터 분은 드라이버 그립을 하나를 바꿔주시면서도 2시간의 레슨을 마다하지 않는, 시도市道를 넘나든 방문 노력이 아깝지 않은 그런 분이셨습니다.


아톰박사가 생각나는 무척 매력적인 작업실


남자 클럽용 그립만큼 두껍고 무거웠던, 교체 이전의 그립



골프 클럽 피터이신만큼 레슨은 당연히 클럽 중심입니다. 일단 클럽의 기본적인 원리에 대한 설명에서 시작합니다. 샤프트는 자동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역할을 맡는 것으로, 그것의 헤드 무게/밸런스, 샤프트의 무게/토크/킥포인트/밴드포인트가 골퍼 자신의 스윙 스피드나 스윙 특성에 부합해야 한다, 그립은 굵기 만큼이나 무게가 중요한데, 클럽의 모든 데이터가 그립을 통해 스윙시 몸으로 전달되는 까닭이다, 즉, 그립이 가벼워지면 헤드 무게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느끼게 되고,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무게의 차이도 일단 발생하면, 스윙에서는 샤프트에 동적인 힘의 역학이 작용하는 만큼 100km/h 이상의 하중이 걸리게 되기에(하다못해 그립에 고무줄 하나만 감아도 고무줄 무게로 헤드 무게를 덜느끼게 돼 스윙 밸런스가 깨지는 경우까지 있다고 합니다), 이런 미묘한 밸런스의 변화에 대한 예민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레슨의 골자였습니다. 저는 피터 지망생이 아니므로 이론은 여기까지.


평소 연습 중(심지어 필드의 연습 스윙 시조차)에는 둔하다면 둔하지 결코 예민하다 할 수 없는 게으른 골퍼임에도, 필드의 본 스윙에만 들어가면 지구 최강 예민보스가 되는 저라는 사람은, 오산 피터 분의 도움을 받아, 오만 정이 다 떨어진 제 드라이버에게 제2의 생을 허락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껏 제 드라이버는 보통 남자들이 사용하는 드라이버에 버금가는 헤드무게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네요. 헐. 처방은 드라이버 헤드 뒤에 있는 웨이트를 10g 제거하고, 그립은 9g 더 가벼운 것으로 교체하여, 상대적으로 샤프트의 강도를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드라이버는 새로운 스윙웨이트와 밴드 포인트를 부여받고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김형수 피터님이 출간하신 책을 통해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클럽 제조사는 보통 미지의 골퍼를 스윙어 swinger라 가정해, 샤프트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스윙어 용 클럽을 무난하게 만들어 출시하는 것이 상례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슬라이스가 나는 사람의 절반은 헤드 스피드가 빠른 히터 hitter 군의 골퍼로서, 이들의 스윙에서 샤프트가 헤드 스피드를 따라오지 못할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 바로 슬라이스라고 하네요(김형수, 나의 클럽을 알고 골프를 하자, 경부골프북, 2010). 물론, 제 슬라이스가 꼭 샤프트 때문이라는 말은 아닙니다만.


여튼 이분의 말씀에 의하면, 골프를 처음 입문할때 어느 강도의 샤프트로 시작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강한 샤프트로 된, 이를 테면 스틸 샤프트 아이언으로 골프에 입문 한 골퍼들은 강한 샤프트에 맞춰 본능적으로 손목을 사용하는 히터 형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그러고 보니, 제가 처음 골프를 입문할때 지인의 지인에게 물려받은 테일러메이드 US 스펙의 클럽은 전형적인 강한 샤프트 강도의 클럽이었습니다. 뒤에 멋모르고 미국에서 구매한 캘러웨이의 클럽 또한 아시아 스펙 A(US 스펙 샤프트 L은 통상 아시아 스펙 A에 해당된다고 합니다)에 해당하는 딱딱한 샤프트의 클럽이었습니다. 이러니 제가 잭시오 스타일의 가벼운 클럽으로 우아하게 스윙하는 스윙어 대신, 손목을 사용해서 때리는 히터가 되지 않을 재간이 없었던 것이었네요.


그래서, 결론은 선무당을 위한 변론입니다. '클럽은 당신에게 스윙을 가르치는 좋은 스승'이라는 것. 클럽 고유의 재질, 무게, 균형점 등에 이미 그 클럽의 적절한 사용법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이며, 그것에 맞게 사용하도록 클럽은 골퍼의 스윙을 유도한다는 것이죠. 골프라는 운동은 같은 번호의 클럽으로 상대방보다 무조건 멀리 볼을 보내는 운동이 아니며, 자신의 역량 안에서 클럽에 맞춰 정해진 거리를 보내는 운동이라는 것이 또한 피터 김형수 님의 장비이론이었습니다.  


p.s. 김형수 피터님에 따르면, 일반적인 손목 통증은 자신의 스윙에 비해 클럽의 샤프트가 강하면 왼쪽 손목에, 약하면 오른쪽 손목에 통증이 있다고 합니다. 손목 통증이 있는 골퍼분들은 체크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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