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연쇄가 끝나는 지점에는 이전의 성공이 초심자의 행운, 일명 '쎄뻑 pure luck'이었는지, 아니면 진정한 잠재력이었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순간이 어김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림 출처:
https://medium.com/@yingyingzux/beginners-luck-vs-real-talent-e5647d1ebe10 ]
가파르게 상승하던 실력, 초심자임을 감안해 나쁘지 않은 기량, 심지어 골프 천재를 자임하던 달콤한 성공 끝에 다다른 이 침체의 골짜기에서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제 첫번째 선택은 레슨, 즉 좋은 선생님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좋은 선생님을 찾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블로그나 유튜브 혹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해 찾는 것입니다. 요즘은 정말 많은 프로들이 레슨 동영상 콘텐츠를 공유하고 있어, 에이미 조Amie Jo 선생님이 여성 골퍼 레슨 동영상 시장을 거의 독식하던 불과 몇년 전(물론 에이미 조 선생님은 여전히 명불허전입니다^^)과는 매우 달라진 골프 환경이 우리를 맞이하지요.
일단, 가장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검색창에 입력해 찾은 동영상 목록에서부터 시작해 봅니다. 하루가 다르게 더욱 정교해져 가는 추천 알고리즘, 플랫폼 기업이 한창 갈고 닦고 있는 기술의 도움(문득문득 깨닫게 되는 것은, 넷플릭스와 인스타그램은 제 취향을 저보다 잘 알고, 구글은 제 궁금증을 저보다 잘 알고, 유투브는 제 관심사를 저보다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사실입니다) 덕에, 저는 그리 많은 손가락 품을 팔지 않고도 이윽고 가장 마음에 드는 선생님 두분을 찾기에 이릅니다. 참고로 저만의 선생님 선택 기준은,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능력이 있을 것(하나마나한 뻔한 소리 하는 선생님 패스),
자주 만날 수 있을 것(한마디로 너무 유명하거나 몸값이 높아 보이는 선생님 패스, 저평가된 진흙 속 진주를 찾는 것이 키포인트),
커뮤니케이션이 잘 될 것(내 말을 이해할 수 있으며, 나도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선생님이 아니면 패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애정/열의를 가지고 있을 것(동영상 5개 정도 연속해서 보면 대략 판별 가능)
입니다. 결혼 상대를 고르는 것도 아니면서, 결혼 상대를 고를 때보다 더한 이런 꼼꼼함을 발휘해 봅니다. 아이의 학원 및 과외선생님을 고르는 데에서 길러진 능력이 이런데서 뜬금없이 빛을 발하네요. 그리고 얼마 후, 매우 만족스러운 첫번째 원포인트 레슨을 받고 제가 받아든 것은 다음과 같은 체크 리스트입니다.
집에 와서 기억나는 것만 적었는데도 저 정도입니다. 말이 원포인트 레슨이지 실상은 백포인트 레슨에 가깝습니다. 저걸 다 기억하고 연습하고 필드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지. 도라에몽 암기빵이 간절하네요. 죄다 찍어서 매 라운딩마다 와구와구 다 먹어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레슨만으로 해결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