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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밧 Apr 13. 2020

'파미르' 삶의 한가운데 나를 만나다

[파르밧 모험 여행ㅣ파미르 ①] 당신의 여행 수업료는 얼마인가요?


혼자 여행은 다이나믹하다. 낯선 곳에서 예상을 벗어난 상황을 만날 때  여행은 시작된다. 배낭 꾸리는 것도 하나의 의식이다. 필요한 물건들을 늘여놓았다. 짐을 가볍게 하기 위해 빼고 넣고를 반복한다. 충전의 시간이 필요했다. 중앙아시아의 고원, 마음 한편 저장해 두었던 파미르로 향한다




▲  파미르 하이웨이 


인터넷의 발달로 오지의 경계가 무색해졌다. 첩첩산중까지 길이 열리고 어디서든 세상과 소통을 한다.  유구한 역사의 길 가운데 실크로드가 있다. 전쟁에 승리한 제국이 지배를 했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의 다양성이 공존한다. 유라시아 지역은 세상의 중심이다. 카자흐스탄 시작으로 키르기스탄, 타지키스탄 파미르 하이웨이를 지날 것이다.


무더위가 한창인 8월의 여름, 18시 30분 인천을 출발한 아시아나 항공은 6시간여 비행 끝에 21시 45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도착한다. 한국과 3시간의 시차가 있다. 공항마다의 냄새가 있다. 시간이 지나 각인된 냄새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다가올 것이다. 사람들의 부산함과 알아들을 수 없는 현지어, 히잡을 쓴 여인들. 시간 여행을 온 느낌이다. 늦은 시간 도착이라 숙소를 미리 예약해 두었다. ‘별일 없겠지!‘ 여행 자신감은 잠시 뒤 멘붕으로 다가온다. 


알마티에 처음 오셨어요? 수업료는 내셔야죠!

 

운동을 시작하고 워밍업이 중요하다. 서서히 땀을 흘리고 체온을 올리면 몸이 풀리고 실력이 나온다. 여행도 처음이 중요하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머릿속 동선을 정리한다. ‘환전을 하고 시내까지 공항버스를 타고 가야지! 30분 정도면 충분해’ 입국장으로 향하는 자동문이 열린다. 많은 인파의 사람들이 있다. 제일 먼저 입국을 환영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여행자임을 알고 호객하는 택시 드라이버들이다. 우선 환전(1$ = 381 텡게)도하고 인포메이션에서 지도도 한 장 얻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버스로 200 텡게(약 600원)이면 갈 수 있다는 정보도 얻었다. 

 

근처 버스 승차장으로 갔다. 15분마다 온다던 버스는 한참이 지나도 없다. ‘한국분 이세요?’ 한국말을 할 줄 안다. 알마티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다. 이 시간에 버스는 끊겼다고 한다. 택시를 어플로 불러준다는 호의를 번거롭게 여겨 괜찮다고 했다. (어플로 택시를 불러야 했어ㅠㅠ) 

 

공항 택시는 많아 보였다. 입국장으로 다시 들어간다. 20여분 걸리는 시내 숙소까지 1,000 텡게(약 $2.5)를 부른다. ‘어! 저렴하네? 물가가 낮아서 그런가?’ 혹시나 싶어 몇 번을 확인하고 승차한다. 잠시 기다리라고 하며 누군가 한 명이 함께 탄다. 아마 합승 승객이려니 생각을 했다. 드라이버는 영어도 약간 하며 아주 쾌활하다. 일주일 뒤에 결혼을 한다는 22살의 몽골계다. 시내로 가는 동안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한국 K-POP부터 드라마까지. 친구들이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 언젠가 꼭 가보고 싶어 한다. 배낭을 열어 기념품과 함께 초코파이를 주니 좋아한다. 역시 여행의 묘미는 사람과의 만남이다. 여행의 시작이 즐겁다.

 

알마티 시내는 생각보다 번화하고 깨끗하다. 불빛이 많은 걸 보니 중심가에 진입을 한다. 넓은 광장에 산 위로 운행하는 케이블카도 보인다. 남산처럼 산 위에 송신탑이 있는 현지인들의 휴식공원이다. 구글 맵을 보며 위치를 확인한다. 숙소에 다 왔다 싶었는데 호스텔을 지나친다. "여기 호텔이에요 세워 주세요!"

인적 없는 어두운 골목에 차를 댄다. ‘이 쏴한 느낌 뭐지?’ 몸으로 먼저 느낀다. 택시비 2500 텡게를 달라고 했다. 1000 텡게($2.5)에서 두배가 늘었다. 피곤도 하고해서 ‘그 정도야 뭐’ 알면서 그냥 2500 텡게를 건넸다.

 

리스닝이 잘못이었다. 25,000 텡게($65)였다. 25배가 뛰었다. ‘아! 어쩐지 느낌이 안 좋았어!’ 이런 흥정은 인도에서 수도 없이 겪어 내공이 쌓여있다. 별거 아니겠거니 하고 기싸움을 한다. 

“트렁크 열어 줘. 호스텔 가서 줄 테니 따라와!” 먼저 세게 나가야 한다.

“처~컥! 차량 도어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

 

▲ 알마티 공항의 호객 드라이버 


상황이 좋지 않다. 함께 탄 남자는 승객이 아니라 같은 편이었다. 익숙한 여행지와 사람들은 성향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선 감이 안 온다. 무모한 행동은 자제하는 게 좋겠다. 사람들이 없는 골목이다. 결국 $50를 주고 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무사히 숙소 체크인을 했지만 기분이 영 아니다. 호스텔 스텝에게 상황을 이야기했다. 어제는 다른 유럽 여행자가 당했는데 $100를 냈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나는 저렴했네!'

 ‘안되겠어! 내 뒤의 여행자를 위해서 이대로 있을 수 없어!’

 

어디서든 마찬가지지만 여행자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사기를 당하지 말아야 한다. 도난, 분실에 유의해야 한다.  안일함의 결과는 자신에게 상처로 돌아온다. 사람들에게 마음을 닫게 된다. 이미 상황이 벌어졌다면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빨리 잊고 지금부터 할 수 있는 가능한 대안을 찾는 내공이 필요하다. 여행을 마칠 즈음 좋은 인연들을 만남으로서 마음의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착한 여행자 총질량의 법칙


여행 수업료로 생각하자. 이렇게 알아가는 것도 경험이지. 호스텔 스텝은 자기일 처럼 나를 도왔다. 경찰에 신고를 하고 드라이버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12시가 넘어 경찰 2명이 호스텔에 방문했다.

‘이것들 딱 걸렸어!’

공항 출발 전 찍은 핸드폰에 차량번호와 드라이버 얼굴이 찍혀있다. 한참을 조서를 꾸몄다.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경찰들은 얼굴 생김이 우리와 비슷하다. 해군시절 제복 사진과 히말라야 등반 사진을 보여주니 엄지 척을 한다. 대우가 달라졌다. 아마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어딘가 전화를 한다. 자기들보다 더 높은 분이 온다 했다. 경찰 간부급이 온 것 같다. 계급장도 확실이 달라 보인다.


공항의 불법 드라이버를 색출하려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 2일 안에 잡아서 돈을 받아주겠다고 한다. “우와! 정말요?” 호스텔  스텝이 외국 여행자인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며 위안한다. 알마티에 있는 동안 든든한 친구가 되었다. 바가지 택시의 불쾌함을 잊었다.


못된 드라이버는 찾아냈을까? 

 

어떤 분야든 아마추어와 프로가 있다. 초보와 숙련자의 차이는 익숙함이다. 처음의 서툼은 몸에 베이 고면 자연스러워진다. 여행의 내공은 어디서 오는 걸까? 경험이 많은 여행자일수록 예측 행동을 한다. ‘이렇게 하면 되겠지!’ 안전수칙을 버리고 자신만의 고집이 커진다. 방심하지 않는 여행 자세가 필요하다. 여행에도 난이도가 있다. 문화의 차이가 큰 여행지와 사람들이다. 오지에서의 느린 시간을 좋아한다. 자연의 고요함은 마음의 갈들을 멈추게 한다. 

 

▲ 키르기스스탄 알라콜 호수. 천산 산맥의 만년설이 펼쳐진다


▲ 타지키스탄 국경의 키질아트패스(4282m), 파미르 하이웨이


삶의 한가운데 한 번쯤 파미르에 서고 싶었다. 여행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온 지금. 기억 속에 각인된 영상으로 남아 있다. 메마른 고원의 만년설산들. 하늘을 머금은 눈부신 호수. 캄캄한 밤 이동하는 양 떼들. 수많은 별들이 인도하고 있었다. 두 바퀴 자전거를 타고 갈증을 삭이며 사막을 달리는 사람들을 만났다. 다양한 만남은 징검다리가 되어 이내 그리움으로 남게 되었다. 파미르 여행 첫 수업료는 그리 비싸지 않았다. 


글. 사진 김진홍(파르밧)



■ Travel TIP

 

공항 택시 바가지 피하는 방법

택시 호출 어플 얀덱스(Yandex) 이용 : 실시간 택시 호출 어플로 우리나라의 카카오 서비스와 비슷한 기능이다. 택시 이동시 흥정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쾌적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알마티 입국장 2층에서 현지 심카드, 데이터 충전 후 인터넷 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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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밧 모험 여행 ②] :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곳, 유라시아의 중심 카자흐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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