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나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9번째로 큰 나라이다. 한반도의 13배나 된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며 카스피해까지 이어지는 유라시아의 중심이다. 카자흐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러시아, 위구르, 고려인 등 다양한 민족이 공존한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 이후 30년 동안 장기집권을 해왔다. 장기 집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경제난으로 1999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 1998년 알마티에서 내륙의 아스타나로 수도를 이전한다. 중국과 근접한 정치적, 지리적 요인도 있지만, 러시아인들의 분리 요구를 차단하는 목적이 작용했다. 알마티는 경제, 문화의 중심으로 가장 큰 도시이다. 도시를 감싼 천산산맥의 만년설은 아름다운 경치를 자아낸다.
▲ 알마티 근교 명소. 빅 알마티 호수(Big almaty lake)
사람들 생김이 다양하다. 러시아부터 아시아계 몽골까지. 한국말로도 소통할 것 같은 친근한 얼굴이다. 작은 배낭에 카메라를 챙긴다. 알마티 구석구석 둘러볼 것이다. 지도를 펼쳐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관심 있는 명소들을 찾아 동그라미 표시를 한다.
중앙아시아 최고의 스키 리조트 침블락, 시민들의 휴식공원 콕토베, 그린 바자르... 방향과 거리를 고려해 시간 안배를 한다. 도시를 즐기는 최고의 방법은 걷기다. 거리의 분위기, 사람들의 표정, 건물들, 음식 냄새를 몸으로 느낀다. 도로 위로 전선들이 거미줄처럼 늘어서 있다. 전기버스가 많이 운행하고 있다. 메트로는 1개 라인이 개통되었다. 중앙아시아에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다음으로 두 번째이다. 특이한 것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아주 깊이 내려가야 한다. 역마다 특색 있게 디자인된 문양들도 볼 만하다.
거리는 깨끗하고 쾌적하다. 현지 물가를 확인해 볼 겸 마트에 들어갔다. 과일들이 저렴하고 풍성하다. 알마티(Alma - ata )는 '사과의 할아버지'라는 의미다. 사과가 많이 재배된다고 해서 유래되었다. 여름철 고온 건조하고 일교차가 크다 보니 과일 재배에 좋은 환경이다.
▲ 침블락 스키리조트 곤돌라
스키어의 천국, 침블락(Shymbulk)
2011년 동계 아시안게임, 2017년 알마티 동계 유니버시아드가 개최되었다. 국제 공인 스키장과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메데우 빙상 경기장이 있다. 겨울 스포츠의 중심지이자 휴양지다. 콕토베에서 12번 버스로 1시간 정도 이동하면 침블락에 도착한다. 시내를 벗어나자 산길로 고도를 높인다. 창밖을 보니 곤돌라가 줄지어 운행하고 있다. 11월에서 5월 시즌이 되면 스키어들의 천국이 된다.
▲ 도로아 마을을 따라 곤돌라가 게속이어진다
왕복 티켓을 구입했다. 정상까지 오르기 위해 두 번 환승을 해야 한다. 총길이 4.5km로 세계에서 3번째로 길다. 먼저 곤돌라 스테이션(1,593m)에서 스키장 베이스(2,260m)까지 이동한다. 스키장 베이스에는 식당, 카페, 쇼핑센터, 호텔 등 다양한 편의시설들이 있다. 아래로는 초원이, 위로는 천산 산맥으로 곤돌라가 이어진다.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 한잔 즐기면 좋을 곳이다. 정상(3,180m)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중간 스테이션(2,850m)을 거친다. 여름이라도 고도가 있어 기온차가 크다. 보온할 수 있는 외투를 준비해야 한다.
▲ 스키 리프트
▲ 마지막구간 곤돌라 구간 (3,180m)
제일 높은 탈가르 봉에서 이어지는 빙하, 만년 설산의 모습은 눈을 즐겁게 한다. 침블락에선 자신의 체력을 고려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초원에서 빙하까지 4계절의 자연을 만난다. 정상에서 마지막 하행 곤돌라를 탔다. 산 아래 경치도 아름답지만 뒤를 보게 된다. 산의 모습이 점점 멀어지는 아쉬움 때문이다.
판필로프 공원(Panfiov park)
2차 대전 당시 희생된 병사들을 기념하는 공원이다. 판필로프 장군이 이끄는 28인은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독일군에 저항하다 모두 전사하고 만다. 동상 앞의 꺼지지 않는 불이 영혼을 달래고 있다. 1907년 세워진 젠 코브 정교회 성당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목조건축물(54m)이다. 천산 산맥의 나무로 견고하게 지어진 성당은 알마티 대지진에도 견뎌냈다. 사람들이 뿌려주는 먹이 때문에 성당 앞에는 무수한 비둘기들이 몰려든다. 침엽수림의 나무들과 꽃으로 잘 관리되고 있다. 아이들을 태운 버스가 공원을 한 바퀴 순환한다. 마치 소인국을 여행하는 모습이다.
▲ 젠 코브 러시아 정교회 성당. 광장 앞에 많은 비둘기들이 있다
▲ 판필로프 공원 2차 대전에 참전한 용사들을 추모
▲ 미니버스가 아이드을 테우고 공원을 순환한다
행복한 사람들의 놀이터, 콕토베(Kok Tobe)
알마티의 랜드마크 콕토베(Kok Tobe)는 ‘푸른 언덕’의 의미가 있다, 남산타워처럼 TV 송신탑이 있다. 남녀노소 찾는 시민들의 휴식 공원 인다. 케이블카와 셔틀버스로 오를 수 있다. 광장엔 회전차량과 각종 놀이기구들, 사과 조형물이 있다. 봅슬레이를 연상시키는 액티비티를 위해 줄지어 서있다. 선로를 따라 S자 코스를 빠르게 내려가며 스릴을 만끽한다. 안전벨트를 차고 주의 사항을 듣는다.
‘하나, 둘, 셋’ 순식간에 썰메는 산 모퉁이로 사라진다. 사람들은 괴성을 지르며 나타난다.
▲ 콕 토베에서 바라본 알마티 시내 전경
▲ TV 송신 타워 뒤로 천산산맥 만년설이 펼쳐진다
▲ 스릴넘치는 스피드 썰매
▲ 우리나라의 남산같은 공원, 콕토베에 다양한 놀이기구들이 읶다
산책 코스엔 볼거리가 많이 있다. 동물원, 게임장, 인공암벽, 비틀즈 방문을 기념한 동상... 가던 길을 멈추게 하는 포토존들이다. 배고픈 염소가 안타까운지 아이는 엄마를 졸라 먹이를 구입한다. 동물과 교감하며 쓰다듬는 모습이 너무 이쁘다. 어른들도 동심을 즐긴다. 진짜 카우보이처럼 모자를 쓰고 말 위에 탄다. ‘엄지 척’을 하며 응원을 받는다.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지만 기계가 요동치자 떨어지고 만다. 실수를 하면 더 즐거운 곳이다.
▲ 동물원의 염소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아이
암벽등반 체험장은 특별했다. 손님들이 없어서 인지 주인이 직접 오른다. 꼭대기까지 올라 터치를 하고 번지 첨프 하듯 손을 놓는다. 사람들이 놀라 소리를 지른다. 줄을 매고 있어 안전하다.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 인공 암벽 등반 체험
밤이 되자 야경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더 많이 모였다. 공연 무대 설치가 한창이다. 야외 샤슬릭 식당은 인기가 좋다. 숯에 구워낸 꼬치구이는 순식간에 없어진다. 바람이 불어 추워진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비가 내린다. 허둥대며 좁은 처마 밑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린다. 빗물이 외투에 많이 떨어졌다. 잘 구워진 샤슬릭을 먹느라 느끼지 못했다. 현지인 아주머니가 손수건으로 물기를 털어 주셨다. ‘스빠시바’
호수에 담은 푸른 하늘. 빅 알마티 호수(Big Almaty Lake)
알마티 근교의 자연을 보고 싶다면 빅 알마티 호수다. 도심에서 1시간 정도 알마티 협곡(2,525m)에 위치한다. 천산 산맥에서 빙하 물이 녹아 흘러 호수가 되었다. 알마티 시민의 식수 공급원이 된다. 얀덱스 어플로 차량을 호출했다. 인상 좋은 아저씨를 만났다. 왕복하는데 8,000 텡게(1$=380 텡게)에 다녀오기로 했다. 카자흐스탄 대통령 공원(First president's park)을 지날 즈음, 급정거를 하신다. 무리하게 끼어드는 차량 때문이다. 접촉 사고가 날뻔했다. 우리 같으면 경음기를 울리고 화를 낼 텐데 무던하시다. 미안해하는 드라이버에게 손을 들어주신다.
“위험하게 운전하는데 화 안 나세요?” 아저씨에게 물었다.
“무슬림은 모두가 같은 형제예요!” 그는 무슬림이었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나도 서로를 배려한다고 하신다.
▲ 알마티 호수에서 카자흐스탄 국기를 펼치고 사진을 찍고 있다
▲ 유목민의 사냥으로 훈련된 독수리와 기념사진 촬영. 눈을 가리면 얌전해진다
호수에 도착했다. 도로는 차량들로 주차장이 되어있다. 한참을 올라 도로 갓길에 주차할 수 있었다. 산과 호수의 어울림이 환상적이다. 파란 하늘을 시샘하는 호수가 하늘을 품고 청록색을 발산한다. 사진 포인트가 있다. 바위 위에 오르면 누구나 모델이 된다. 카자흐스탄 국기는 멋진 소품이다. 하늘색 바탕에 32줄기의 햇살이 있는 태양, 태양 아래 비상하는 황금 독수리의 문양이다. 실제 독수리와 사진을 남길 수도 있다. 훈련이 되어서인지 주인이 신호를 보내면 날개를 펴고 포즈를 취한다.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은 독수리를 사냥에 이용한다.
길가에서 손을 흔드는 사람들이 있다.
“시내까지 합승해도 될까요?” 기사님이 내게 묻는다.
“네 괜찮습니다.”
▲ 빅 알마티 호수 전경
산행을 마치고 하산한 분들과 합승을 했다. 호수 주변에는 소베토프(4,317m), 오조르니(4,110m) 등 고봉들이 있다. 트레킹을 마치고 내려왔다. 산행하며 찍은 영상을 보여준다. 눈이 허리춤까지 쌓였다. 캠핑을 했는데 눈이 너무 많이 내려 고생을 했단다. 산을 완전히 넘어가면 타지키스탄으로 이어진다.
그린 바자르(Green Bazaar)에 마약 옥수수가 있다
알마티에서 가장 큰 바자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사진 촬영이 안된다. 정육코너 가판대 위에 다양한 종류의 생고기들이 있다. 건물마다 섹션이 구분되어 있다. 양배추 김치, 오이절임, 당근채 등 한국 음식들이 현지화된 반찬코너도 있다. 간혹 고려인 분들도 계시다. 러시아 말을 하시지만 반갑고 친근함을 느낀다. 종일 돌아다닌 탓에 허기가 졌다. 김이 모락 나는 옥수수 하나를 샀다.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을 기다리며 순식간에 먹었다. 다시 되돌아가 5개를 더 샀다. '옥수수에 소금을 뿌려주셨는데 왜 달착지근하지?' 그린 바자르에 마약 옥수수가 있다.
▲ 그린 바자르 정육코너. 다양한 생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 가던 길을 되돌아 오게 만드는 거리의 옥수수. 친근한 얼굴의 키르기스 아주머니
젊음의 아르바트(Arbat street) 거리는 번화한 중심가다. 학생들의 거리 공연이 한창이다. 한국의 케어 펍 인기를 실감한다. 아이돌 음악에 맞춰 춤울 추고. 한국말로 따라 부를 정도이다. 무슬림 국가지만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
알마티는 천천히 머물고 싶은 곳이다. 유럽처럼 고풍스럽고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의 인정을 느낀다. 시내에서도 천산의 만년설을 볼 수 있다. 파미르 여정의 시작이 좋다.'전생에 한 번쯤 이 길을 지났을까?' 편안함이 느껴진다. 대초원을 거닐며 시간 여행자의 흔적을 찾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