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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밧 Apr 14. 2020

키르기스는 ‘마나스’다... 카라콜 가는 길

[파르밧 모험  여행 l 파미르 ④ ] Problem, no proble



여행은 선택의 연속이다. 가능하면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려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들에 부딪는 즐거움이 있다. 낯선 두려움도 있지만 어느새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영화 속 주인공을 빛내주는 조연들처럼 위기의 순간 그들을 만난다. 사람들과의 만남은 그리움으로 남는다.     





▲ 비슈케크 시청 광장. 천산 산맥의 줄기 만년설이 병풍처럼 보인다



아침을 위해 식당에 내려갔다. 무슬림 아주머니가 반갑게 인사한다. 수박, 오믈릿, 커피, 빵,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전세계 여행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오아시스 같은 안식처가 된다. 지도를 살펴보며 작전회의를 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이식쿨 호수의 동쪽, 천산 산맥의 자락에 위치한 카라콜이다.

3,900m 에 위치한 알라콜 호수를 보기위한 트레킹이다.  키르기스스탄에서 가장 인기있는 트레일 중하나이다. 오전에는 비슈케크 시내를 도보로 둘러보기로 한다.     


화려한 꽃의 정원, 시청 광장   

  

비슈케크 시내는 그리 크지 않다. 대표적인 관광지들이 메인도로를 따라 위치한다. 밤에 도착해서 보았던 광장은 화려한 곳이었다. 비슈케크 시청과 키르기스스탄 국립대학교가 있는 곳이다. 만년 설산이 그림 같은 배경이 된다.      



▲  시청광장 공원에서 훈련중인 선수들
▲ 키르기스스탄 국립 대학교
▲ 필하모닉 오페라 극장 광장. 분수대 앞에 마나스 동상이 서 있다


필하모닉 오페라 극장을 따라 꽃들로 잘 정비되었다. 빨강, 노랑. 보라색의 화려함 때문에 걸으면 행복해지는 곳이다. 햇빛이 뜨거워도 나무 그늘 안에 들어서면 시원하다. 운동 선수들로 보이는 학생들이 한창 연습중이다. 사진을 찍으니 의식이 되는 모양이다. 손을 흔들며 열심히 뛴다. 판필로브 공원(Panpilov park)은 동심을 자극한다. 체육관, 회전목마, 관람차등 아이들을위한 놀이시설이 있는 곳이다. 2차대전에 참전했던 용사들을 기리는 동상, 소련의 혁명 기념비는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국립 박물관이 있는 알라투 광장은 서울의 광화문과 비슷하다. 대로 주변으로 관공서, 국회의사당, 대통령궁이 위치한다. 건물들은 반듯하게 획일적인 디자인이다. 국가의 중요 행사와 의식이 행해진다.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 후 독재 정권의 혼란기를 겪는다. 2005년 ‘1차 튤립혁명’ 의 무혈혁명과 달리 2010년 ‘2차 튤립혁명’ 때 시민들의 많은 희생이 있었다. 민주주의는시민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광장에는 말을 탄 ‘마나스 장군’의 동상이 있다. 바로 옆에는 군인들이 호위를 하고 있다. 마나스는 키르기스스탄의 전설적인 영웅이다. 40개의 부족을 통합하여 외세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다. 소련시절엔 레닌 동상이 있던 자리였다. 실제 존재했던 인물이 아닌 구전 설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마나스의 일생과 자손들의 전쟁 승리를 찬양하는 서사시이다. ‘마나스치(마나스 이야기를 노래하는 사람)’에 의해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 알라투 광장(Ala - Too  Square)d의 마나스 동상


마나스는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중앙아시아는 소련의 해체 후 민족 단위로 독립을 하게된다. 키르기스스탄은 터키계 언어를 사용하는 키르기스인이 대부분이다. 고산 지역의 경계를 이루며 소통의 한계를 갖는다. 610만의 인구 중 70%가 키르기스족이다. 우즈베크인(14%), 러시아인(13%)외 80여 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 도심 한가운데 있는 오크 공원(Oak Park)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신념이 필요하다. 새로운 국가를 재건하고 사람들을 한데 모으기 위한 구심점이 된다. ‘마나스’는 그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다. 종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티벳의 고원은 황량하다. 4,000m이상의 나무하나 없는 메마른 땅이다. 세상의 중심이라고 하는 카일라스. 삶과 죽음의 경계 돌마패스를 오체투지로 넘는다. 9년 동안 3보1배를 행하던 살아있는 부처를 보았다. 새카맣게 타들어간 얼굴, 꽁꽁 얼어붙은 손. 그들의 눈은 행복한 빛을 내고 있었다. 불심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무(無)의 땅에서 살 수 있었을까? 종교를 뛰어넘는 성스러운 행위이다.     



▲ 빅토리 공원(Victory square)



빅토리 광장(Victory square), ‘전승 기념탑’     


2차 세계대전에 13만의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여 1,984년 세워졌다. 조형물은 유목민들이 거주하는 유르트를 상징한다. 3개의 붉은색 화강암 지지대는. 그 꼭대기에 월계관이 있다.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타오른다. 여인의 동상은 어머니 품처럼 전사자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있다. 인도에서 온 단체 여행객들이 보인다. 시티투어 중이다. ‘나마스때’ 합장을 하고 인사를 했다. 인도사람들을 만나니 친근한 느낌이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야외촬영중이다. 모두들 신랑, 신부를 축복하며 사진을 찍었다. 


    

▲ 빅토리 공원에서 야외 촤령중인 허미문. 인도 단체 여행객들과 함께
▲ 러시아 드라마 극장(Russian Drama Theater)



여행! Problem, no problem     


카라콜은 서부 터미널에서 출발한다. 비슈케크에서도 얀덱스(Yandex)어플이 유용하다. 저렴한 택시를 선택해 호출을 한다. 작은 터미널은 분주하다. 사람들은 거의 차서 출발 준비를 한다. 빽빽한 뒤쪽에 자리를 배정받았다. 통로는 생필품 짐들로 가득하다. 2시간 쯤 이동하다 휴게소에 들렀다. 과거 실크로드를 상징하는 대상들의 동상이 보인다. 회색빛 산들을 지나다 호수가 보인다.  


   

▲  이식쿨 호수 가는길
▲ 이식쿨 호수 전경



이식쿨은 ‘따뜻한 호수’를 뜻한다. 중앙아시아에서 휴양지로 유명하다. 가로가 182km, 세로 60km로 바다처럼 넓다. 제일 깊은 곳은 700m나 된다. 천산 산맥이 호수의 위 아래를 둘러싸고 있다. 차창으로 보는 풍경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호수 너머에 고산이 끝없이 펼쳐진다. 능선 위의 만년설을 시샘하며 구름이 머문다. 사람들로 꽉찼던 자리는 촐폰아타에서 편해졌다. 휴양지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다. 호수산책, 일광욕, 선셋크루즈.  이식쿨을 즐기기 위해 머무는곳이다.     


해가 떨어져 어두워진다. 차량은 호수를 벗어났다. 마을밖에 보이지 않는다. 기사님이 뭐라고 말씀을 하신다. 모두 내리는걸 보니 카라콜에 도착한 모양이다. 사람들은 분주하게 각자의 길을 간다. 숙소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곳이다. 늦게 도착 할 것읕대비해 비슈케크에서  예약하고 오길 잘 했다. 같은 인터하우스 체인 숙소다. 택시는 큰 길을 벗어난다. 불빛 하나 없는 암흑이다. 가로등 불빛도 없다.     


‘이런 곳에 게스트하우스가 있을까?’ 가정집 대문 앞에서 내렸다. 렌턴을 켜고 대문을 비추니 작은 ‘인터하우스’ 팻말이 있다. 벨을 누르니 이쁜 꼬마아이 둘이 맞이한다. 어딘가 전화를 해서 바꿔준다. 주인은 외출중이다. 손님이 아무도 없다. 나 혼자다. 가정집을 게스트 하우스로 운용하고 있었다. 도미토리 방은 깔끔하고 주방도 이용할 수 있다. 집에 온 것 처럼 편안하다.     


핸드폰이 사망했다. 충전기가 어디 있나 했더니 비슈케크 숙소에 두고 왔다. 완전 깜깜한 곳인데 방법이 있을까? C타입 포트라 흔치 않다. 핸드폰이 필수품이 되다보니 사용할 수 없을 때 난감하다. 일단 밖으로 나가 보자. 하늘의 별들만 무수하다. 막연히 불빛이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작은 마트가 있다. 캔 맥주를 들이켜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러시아어 밖에 안되는 분이지만 어떻게든 내 상황을 이해시켰다. 주인의 도움으로 택시를 불렀다. 택시기사는 영어를 조금 할 줄 안다.    


 

▲ 게스트 하우스 아이들



‘카라콜이 완전 시골은 아니었구나!’ 대부분 가게 문이 닫혔는데 수퍼마켓이 있다. 다행이다. 충전기를 구할 수 있었다. 너무 기쁜 마음에 가슴에 꼭 쥐었다. 맘 편히 장을 본다. 아이들을 위해 케이크도 샀다. 여행을 하다보면 막막한 상황에 부딪는다.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도움으로 많은 것이 해결된다. 나를 위한 조연들이 곳곳에 있다. 폰을 사용하지 못해도 트레킹을 하는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더 많은 자연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여행! ‘안되는 건 안되고 되는건 된다.’  영국친구 3명이 체크인을 했다. 2박 3일 동안 알라콜 레이크 트레킹을 다녀왔다. 한 분은 나이가 있으시고 다른 두 남녀는 20대로 보인다. 여행을 하다보면 나이를 잊는다.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다. 외국 친구들은 우리와 문화적인 차이가 크다. 같은 여행 목표를 즐기는데 나이나 성별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행 생각이 중요하다. 서로를 응원하며 자신의 여행을 따른다. 트레킹을 하려는 내게 조언을 해주었다. “산 위는 날씨가 추우니 옷을 챙겨야해. 정말 멋진 뷰를 볼 수 있을 꺼야!” 알라콜 트레킹이 기대된다.     



글. 사진 김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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