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가 익숙해질 즈음, 떠날 준비를 한다. 다음은 키르기스스탄의 비슈케크다. 4인실의 도미토리 룸을 혼자 사용했다. 옆 자리엔 짐만 덩그러니 있고 사람이 없다. 누군가 궁금했는데 오늘에야 본다. 룸메이트는 배낭여행자처럼 보이지 않는다. 흰색 셔츠에 정장 바지, 구두를 깨끗이 닦고 있다.
그의 이름은 페리자트(Perizat).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에서 왔다. 포켓볼 선수였다. 검은 케이스를 열더니 당구 큐대를 보여준다. 반들반들한 구릿빛 재질에 비싸 보인다. 연결부위를 분리해서 보관하고 있다. 알마티 클럽 선수권 대회 참가 중이다. 밤에 토너먼트 경기와 연습을 하느라 보지 못했던 것이다.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여준다
“우와! 대단하네요” 여러 상을 받은걸 보니 프로였다. 오늘은 파이널에 올라온 8명의 경기가 있다. 그래서 깔끔하게 정장을 입은 것이었다.
호기심이 생겼다. 경기를 구경해도 괜찮다고 한다. 응원도하고 재미있는 볼거리가 될 것 같다. 함께 숙소를 나섰다. 베이커리 가게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치즈 팬케이크와 시리얼, 커피를 주문했다. 도넛처럼 생긱 팬케이크는 달고 맛이 있다. 신선한 유제품을 현지인들도 많이 즐기고 있다. 멋진 경기를 위해 식사 비용을 냈다.
클럽까지 택시로 이동한다. 길에서 손을 들자 자가용 차량이 멈췄다. 몇 마디 나누더니 타라고 한다. 목적지와 요금을 흥정하고 이용할 수 있다.
“파르밧. 시내에서 짧은 거리는 $1 정도면 충분해” 택시 물가를 알려준다. 알마티 공항에서 호객 택시에 당한 생각이 난다.
클럽에 도착했다. 선수들이 도착해서 연습 중이다. 다소 어두운 실내지만 테이블마다 조명이 비춘다. 경기의 집중을 위함이다. 한 편에서는 바(BAR)가 있다. 4명이 준결승에 오르게 된다. 심판의 주의를 듣고 경기가 시작된다.
“꼭 우승하길 바랄게. 파이팅!”
▲ 알마티 포켓 선수권 대회가 열리는 클럽
▲ 룸메이트 페리자트가 상대선수와 연습게임을 하고 있다
사이란은 장거리 버스터미널이다. 비슈케크, 아스타나, 중국 우루무치 등으로 이동한다. 15인승 마슈르카(미니버스)를 주로 이용한다. 배낭을 메고 있으니 서로 와서 호객을 한다. 밴(Van)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가격차이가 크다. 매표소에서 비슈케크 티켓을 끊었다.
“몇 시에 출발하나요?” 출발시간이 없어 물었다.
손으로 방향을 알려주며 그냥 들어가라고 한다. 플랫폼엔 각지로 출발 준비하는 차량이 많다. 어느 차량이 비슈케크에 가는지 모르겠다. 이럴 땐 크게 외치면 된다. “비슈케크”
여행자가 되는 순간 성격이 변한다. 한국에선 타인의 눈치를 보게 되지만. 목소리도 커지고 자신감도 생긴다.
인도 봄베이 열차역. 매표 창구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마치 명절 티켓을 구하기라도 하듯 얼마나 시간이 걸리지 모르겠다. 외국인은 항상 현지인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샤류칸과 카졸은 인도의 국민 배우다. "뚬 빠스 아헤. 유 무스 끄라예~" 영화 '꾸치 꾸치 호타헤' 의 배경음악을 불렀다. 주변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몰려든다. 작은 콘서트(?) 덕분에 표도 먼저 받고 손을 흔들며 떠날 수 있었다.지금은 빠르게 시간이 변했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모든 여행정보를 손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 오랜 기다림이 더 그리운건 왜일까?
누군가 내게 손짓을 한다. 인원이 차면 출발이다. 배낭을 싣고 기다리면 된다. 국경까지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출입국 수속을 마친 승객들을 태워 비슈케크까지 이동한다. 운전석 옆자리를 배려해 주셨다. 사진도 찍으면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시원한 콜라와 초코바를 드렸더니 고마워하신다. 대중교통 이용 시 기사님에게 음료수를 사드리곤 한다. ‘나는 여행자입니다’ 하고 알리는 것이다. 작은 소통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알마티 사이란 버스 터미널. 플래폼 마다 마슈르카 차량이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배낭여행 인솔을 했다. 인도의 아침은 찌이(홍차)로 시작한다. 추운 아침 팔짱을 낀 채, 길거리 찻집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외국인 여행자에 대한 호기심이 대단하다. 질문에 응대하면 너도나도 관심을 보인다. 짜이를 한잔씩 대접한다.!$면 10명도 마실 수 있었으니 작은 돈으로 생색을 낼 수 있었다. 마을에 머무는 동안 대접을 받는다.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 친구들의 도움으로 찾을 수 있었다.
기사님은 인원을 확인하곤 출발한다. 한낮의 햇빛이 뜨겁다. 수건을 목에 두르고 운전 중에 담배도 연실 태우신다. 자연스러운 일인지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승객이 없다. 산을 보고 싶으면 왼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천산 산맥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오른쪽으로는 끝없는 평원이다. 아스팔트 도로지만 공사 구간이 많다. 휴게소에 들렀다. 유료 화장실과 매점, 식당이 있는 곳이다. 국경을 넘는 차량들이 대부분이다.
▲ 키르기스스탄 국경 가는 길
오르막 산길이 이어진다. 바람이 많은 곳이라 풍차들이 많이 보인다. 국경에서 특별한 검사는 없다. 여권에 출입국 스탬프를 받으면 된다. 차량은 따로 수속을 받고 통과한다. 키르기스스탄 입국을 마쳤다. 한국인들은 60일 무비자가 가능하다. 국경마을이라 환전소들이 많이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솜(SOM)을 사용한다. 남은 텡게를 환전했다.
▲ 카자흐스탄 국경
▲ 키르기스스탄 국경마을 환전소(1$ = 68솜). 환전소 주인 꼬마가 호기심에 쳐다본다
국경에서 20여분 이동하면 시내로 접어든다. 정면으로 천산 산맥의 고봉이 보인다. 뿌연 먼지 위로 보이는 설산이 높이를 가늠하게 한다. 몽환적인 세계에 들어서는 것 같다. 중심가로 들어서기 전 동쪽 터미널에서 대부분 내린다. 숙소가 어디인지 물어보신다. 키르기스스탄 대학교 근처 숙소를 핸드폰 맵으로 보여드렸다. 친절히 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내려주셨다.
인터하우스는 평이 좋은 여행자 숙소이다. 벽면의 세계지도와 배낭여행자 그림이 눈에 띈다. 메모와 사진이 가득하다. $10 정도의 요금에 아침식사까지 포함이다. 개인 시트에 핫 샤워도 할 수 있으니 충분하다. 늦은 식사를 위해 스텝이 알려준 쇼핑몰을 갔다. 화려한 조명과 인테리어. 서울의 백화점에 와 있는 느낌이다. 필하모닉 오페라 하우스 광장에 들렀다. 분수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자전거도 타고 음악을 틀어놓고 춤 연습을 한다. 주변에 시청과 대학교 건물이 있는 넓은 부지다. 말을 탄 장군의 동상은 전설 속의 ‘마나스’ 다. 영웅들의 활약을 그린 전쟁 서사시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 비슈케크 게스트 하우스 'Interhouse'
여행자의 시간은 음률과 같다. 빠르게, 느리게... 쉼표 앞에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높이 오르면 세상이 보일까?’ 산을 오르기 위해 애썼다. 수직으로의 열정은 수평의 세계로. 여행자의 삶으로 바뀌었다. 떠나는 여행이 언제나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안개 낀 현실이 있었고. 그 안에 쌓여가는 감정들이 있었다. 배낭을 꾸리는 것은 의식 행위와 같다. 여행의 끝은 없다. 지금이 깨어있는 순간이다.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떠나면 된다. 예상치 못한 상황들 속에 내 안의 숨겨진 자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은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비틀즈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 노래를 듣는다. 계단에 앉아 시원한 캔 맥주 한잔. 지친 하루의 보상으로 충분하다.
‘Across the universe' ’jai guru deva om' ~ (선지자여 진정한 깨달음을 주소서)
방문을 열자 땀냄새가 ‘훅’ 풍긴다. 유럽 여행자가 새로 체크인을 했다 낡은 배낭과 심플한 옷차림으로 보아 장기 여행자로 보인다. 침낭과 매트리스를 보니 트레킹을 하고 온 것 같다.
“안녕, 트레킹 다녀왔어요?” 독일에서 온 룸메이트다.
“알라콜 레이크를 갔었어! 정말 멋진 곳이야”
엄지 척을 하며 영상을 보여준다. 파란 하늘과 호수, 광활하게 펼쳐진 만년 설산, 360도 파노라마다. 오르고 싶은 강한 끌림이 생긴다. 비슈케크에서 여행자 동선은 비슷하다. 휴양지로 유명한 이식쿨 호수를 즐기기 위해 촐폰 아타를 방문하거나 파미르 하이웨이를 위해 오쉬로 간다. 파미르 일정을 수정해야겠다. 마음은 이미 산으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