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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여행의 꽃, 마추픽추

by 소망이 아빠


마추픽추① 마추픽추로 가는 길, 1박 2일 트래킹



마추픽추로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사실 쿠스코에 오기 전까진 뭐가 뭔지 헷갈렸는데 막상 와서 발에 채이는 투어사들을 돌아다녀보니 뭐 그렇게 복잡한 건 아니었다.

1. 직접 가는 방법:
가장 중요한 마추픽추 입장권과 기차표 구매가 필요하다. 쿠스코 시내에서 구매할 수 있고 마추픽추
는 USD50 정도고 기차표는 오얀타이탐보 ~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구간 왕복이 100불 전후인 것 같
다.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는 Aguas calientes, 즉 뜨거운 물이라는 뜻의 작은 마을인데 마추픽추로
출발하는 베이스가 되는 마을이다. 보통 여기서 1박을 하고 아침 일찍 마추픽추에 올라간다.) 직접 가
더라도 어쨌든 기차를 타는 오얀타이탐보까지 콜렉티보나 택시 등을 타고 가야하는데 길이 워낙 험하
다보니 약간의 Service fee를 내고 투어사를 이용하는 게 개인적으론 맘 편한 것 같다.

2. 투어를 이용하는 방법:
일정이 확실해서 미리 마추픽추 입장권과 기차표를 예약할 수 있다면 1의 방법도 좋겠지만 일단 쿠스
코에 와서 알아봐야 하는 경우라면 투어가 간편하다. 투어는 기차 포함 여부에 따라 크게 두 개로 나
뉜다. 기차를 타는 경우는 오얀타이탐보까지 투어사 미니밴을 타고 가서 기차를 타고 아구아스 깔리
엔떼스로 가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이드로 일렉트리카, Hidro Electrica라는 작은 마을까지 역시 미
니밴을 타고 간 후에 아구아스 깔리엔떼스까지 11km 정도를 걸어가는 코스다. 기차표가 왕복 USD
100 전후이니 돈을 조금 아끼고 싶거나 천천히 걸어서 마추픽추로 가고 싶은 사람들은 이 버스투어
를 많이 이용한다.

나는 역시 같은 이유로 투어사의 버스 투어를 신청했다. 남미 어디나 마찬가지로 길이 험하고 이동시간이 기니 좁고 불편한 좌석에서 몇 시간씩 버티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마추픽추 1박 2일 트래킹 첫 날 아침, 호스텔에 큰 짐을 맡기고 작은 가방만 챙겨서 투어사 버스에 올랐다.

쿠스코 여행사들이 제공하는 미니밴의 좌석은 참 불편하다. 고속버스처럼 뒤로 젖히기도 뭐하고 고개를 뒤로 기대면 뭐가 안 맞는지 목이 아파서 푹 잘 수가 없었다. 중간 중간에 아침식사나 화장실을 위해 잠깐 정차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드로 일렉트로니카까지 6시간을 달려야 한다. 아침 8시에 출발한 버스는 오후 2시쯤 작은 마을의 허름한 식당에 도착했다.

투어사가 제공한 식사로 점심을 먹고 트래킹을 시작했다. 물소리가 우렁차고 머리 위로 깎아지는 절벽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다. 계곡을 따라 기찻길이 이어지고 그 길을 따라 아구아스 깔리엔떼스까지 걸어가는 거라 트래킹 내내 페루 열대우림을 느낄 수 있었다. 수시로 비가 내리고 어떨 땐 여름 장마철 같은 장대비도 쏟아진다. 그럴 때면 사람들 모두 알록달록한 우비를 뒤집어쓰고 걸으니 그 나름 정취가 있었다. 요즘 페루는 우기라 기찻길 따라 흐르는 누런 강물은 끊임없이 세차게 흐르고 덕분에 여정 내내 물소리가 우렁찼다.

2시간 반 정도가 걸려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 도착했다. 마치 중국 호도협처럼 깎아지는 절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엔 숙박시설이며 식당들이 쭉 들어서 있었다. 여기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새벽 4시부터 마추픽추 공중도시로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내려오면 또 걸어왔던 길을 따라 이드로 일렉트리카로 돌아가서 버스를 타고 쿠스코로 돌아가는 게 1박 2일 버스 투어의 코스다.

습한 날씨에 머리부터 발까지 푹 젖고 수시로 내리는 비에 생쥐 꼴이 되기도 하지만 천천히 마추픽추에 다가가고 싶었던 나에겐 빠르고 편한 기차보다 트래킹이 더 좋았다. 길을 걸으며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과 얘기도 하고 간식도 나눠 먹다 보면 마추픽추의 절경을 꼭 보자는 전우애가 생기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구아스 까리엔떼스 (뜨거운 물이라는 뜻) 호스텔에는 뜨거운 물이 잘 나오진 않았지만 깨끗하게 씻고 다음날 만날 마추픽추를 기대하며 잠이 들었다.


트래킹 시작! 기본적으로 기차길을 따라 걷게 된다.
따먹고 싶었던 바나나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 거의 도착할 무렵, 동네 아이들이 지친 여행객들을 놀리듯 빠르게 뛰어 다닌다.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마을 모습. 보이는 건물 대부분이 숙박시설이나 식당이다.
마을로 오가는 기차를 볼 수 있는데 느낌은 많이 다르지만 스위스 융프라우 밑에 있는 동네가 생각났다.
콜롬비아에서 온 Diana 부부. 새벽에 마추피추로 입장하는 긴 줄에서 만나서 오후 트래킹까지 함께 했다.
둘째날, 3시간 정도 걷다가 배가 고파서 사먹은 오레오 짝퉁. 짝퉁이든 뭐든 너무 맛있었다.









마추픽추② 기다림 끝에 마주한 마추픽추의 절경


오래전부터 막연히 동경해온 맞추픽추, 맛있는 반찬을 천천히 아껴 먹는 마음으로 기차를 타지 않고 걸어가기로 했다. 한창 우기인 탓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푹 젖은 채로 한 발 한 발 그저 걸었다.


아직 컴컴한 새벽, 마추픽추를 향해 출발한다.
마추픽추에 처음 들어갔을 때 오른쪽으로 보였던 굽이굽이 높은 산봉우리들.
아침 일찍, 마추픽추가 그 모습을 허락해주었다. 이 때만 해도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몰랐는데 약 30분 후 자욱한 안개와 쏟아졌다.


새벽 6시, 드디어 마주한 풍경은 오히려 현실감이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안개구름이 몰려오더니 이내 세차게 또 비가 쏟아진다. 8시, 10시, 10시 반... 하산할 시간이 가까워져도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뿌연 안개에 마음까지 자욱하다. 아침에 잠깐 본 풍경은 한 부분일 뿐 그 모습을 아직 다 보지 못한 탓에 자꾸만 조급해진다. 일정을 미루고 하루 더 머물러야 하나 생각하며 바위에 걸터앉아 안개를 응시하는데.


비가 내리고 곧 시야가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했다.



‘바람!’ 땀에 젖은 등에서 미세한 바람이 느껴지더니 곧 미동도 없던 안개가 조금씩 바람을 따라 움직인다. “조금만, 조금만 더!” 나도 몰래 혼잣말이 나오고 여기저기서 기대에 찬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하산 시간이 임박한 11시 30분 경, 하염없이 안개만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듯 안개가 걷혔다.


웅장하고 경이롭다.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갠 하늘에서 공중도시 맞추픽추가 더없이 빛난다. 어디를 봐도 탄성만 나오는 풍경에 나는 “와, 어떻게 이러지.” 같은 말만 반복하며 한참을 넋을 잃고 그 자리에 서있었다.


아름다운 마추픽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TIP


마추픽추의 날씨는 (특히 우기) 수시로 변하고 안개가 자욱할 때면 코 앞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보통 처음 올라가면 가이드의 설명을 먼저 듣고 자유시간을 갖게 되는데 이 날은 가이드 투어 중 시작된 비와 안개가 하산 직전까지 개지 않아서 결국 마추픽추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혹은 사진을 찍지 못하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다.

마추픽추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사진으로 담고 싶은 분들은 날씨가 좋을 때 무조건 view point로 올라가시길 추천. 언제 날씨가 흐려질지 모른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가이드 투어를 스킵하고 마추픽추의 모습을 제대로 보는 게 낫다. 가이드의 설명이 유익하긴 하지만 미리 조금만 공부하면 알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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