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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이 아빠 Aug 24. 2023

소망이의 어린이집 적응기

아뻐가 반 아이들 모두와 친해지고 있는 요즘 :)

어린이집 주차장에서부터 소망이는 칭얼대기 시작했다. 똑똑한 녀석, 엄마 아빠 다 같이 어딘가 놀러 가는 게 아니었다는 걸 알아챘는지 차에서 내리기 싫어 했고 어린이집 입구에서는 결국 선생님 손에 이끌려 들어가며 우리 쪽을 향해 울음을 울었다.


잠깐 울다가도 또 잘 놀거라고, 슬슬 또래 아이들과의 시간도 갖고 오후에는 엄마 아빠랑 보내는 다채로운 하루를 만들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를 두고 나오는 시간에는 마음이 너무 아프고 어두워졌다. "소망아, 그냥 아빠랑 가서 놀자!" 하고 즉흥적으로 아이를 안고 나오고픈 마음을 꾹 눌러본다.


지금은 어린이집 근처 카페에서 아내와 공부를 하고 있다. 파티시에인 아내는 베이킹 원고 마무리와 SNS 컨텐츠 제작을 하고 나는 프레젠테이션 강의 대본을 또 한편 썼다.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감사한 일상, 하지만 그 안에서도 각자의 일을 지혜롭게 끼워 넣어야 우리의 삶이 더 즐겁고 활기차단 걸 지난 몇 개월 간 배웠다.


아내는 SNS 활동과 클래스101 강의 런칭 등 바쁘게 보냈지만 나는 지난 몇 달을 거의 육아만 하며 지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보람과 기쁨'과 별개로 '내 일' 없이 육아만 하는 일상이 얼마나 단조롭고 무기력 해지기 쉬운지 여실히 느꼈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 서너 시간 정도만 소망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그래서 부쩍 언니 오빠를 찾는 아이에게 또래와의 시간도 조금 만들어 주고) 우리도 각자의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특히 12월 말에 태어날 둘째 아이를 생각하면 그런 시간도 지금 몇 개월 뿐이니 변화를 줘봐도 괜찮겠다 싶었다.


소망이는 지금 잘 놀고 있을까. 혼자 울고 있는 건 아닐지, 네 살 언니 오빠들이 밀치거나 차갑게 대하는 건 아닐지, 간식도 입에 안 대고 있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된다. 이제 40분 정도 뒤에 다시 어린이집에 가서 점심을 먹이고 데리고 나올 예정이다. 아직 적응기라 혼자 밥을 잘 못 먹어서 나나 아내가 가서 점심을 먹이고 나오는 요즘이다.


소망이네 반 <들꽃향기> 교실에 들어섰을 때 소망이가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우리 아이가 밝고 단단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세상은 어려움 투성이지만, 그래서 심술 부리는 네 살 아이들조차 아이에게는 시련이 될 수 있지만 아랑곳 않고 웃고 활기찬, 단단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 타고난 성정은 나보다 남을 위하고 뺏기보다는 뺏기는 아니라 그 과정이 어려울 수 있겠지만 주님 안에서 그런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주님, 함께 해 주세요. 저와 함께 하시는 것처럼 소망이와 함께해주세요.




후기


<꽃향기> 교실  달린 창으로 안을 들여다 봤을 때 여자 아이들 몇은 교실 가운데 책상에 둘러 앉아 선생님과 책을 읽고 있었고 소망이는 문가에 앉아 색종이 따위를 손에 든 채 울고 있었다. 그러다 창을 통해 나를 보자 더 큰 울음을 울었다. 얼른 들어가 소망이를 않고 달주었다.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놀 때는 잘 놀았는데도 한 번 앞으로 가서 이렇게 울었단다. 아직 적응기가 어쩔 수 없겠지, 하면서도 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막상 울음을 그친 아이는 밥도 잘 먹었다. 한그릇을 뚝딱하고 교실 안쪽장난감들을 향해 나를 끌고 다. 병원놀이 장난감을 꺼내 든 아이, 청진기와 체온계 위로 노는데 나는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해 "소망이 진찰해보자!", "아이고 아파라." 하며 다른 아이들 관심을 끌었다. 이내 같은 반 아이들 여럿이 내 주위로 인다.


그 아이들과 한명씩 놀아주며 일부러 "소망아 00언니 봐봐.", "00아 소망이 봐봐."하고 소망이가 같이 어울릴 수 있도록 해 봤다. 다행이 아이들 모두 매우 즐거워 하고 말도 많이 해서 소망이를 데리고 나올 때는 모두 웃으며 밝게 인사도 했다. 


우리 소망이, 오늘 한 뼘 정도 더 자랐겠지.


2023년 8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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