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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이 아빠 Aug 30. 2023

소망이의 어린이집 적응기 2

여전히 엄마, 아빠와 떨어지는 게 어려운 모양이다

오늘은 어린이집 주차장에 차가 서자마자 울음을 터뜨린다. 어제도 많이 울었다고 했는데 여전히 소망이에겐 엄마, 아빠와 떨어지는 게 어려운 모양이다. 문앞에 가기도 전에 "아빠---아"하며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니 나는 고민이 깊어진다. 진정될 기미가 없기에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들어가서 원장님께 말씀드리고 바로 나오려고." 내 말에 아내는 수화기 너머에서 안타까워한다. 원장님만 잠깐 뵙고 나오려고 일단 소망이를 안고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


"저희가 볼 때는, 소망이가 막상 또 잘 놀아요. 그런데 아직 초반이고 어머님, 아버님이 워낙 또 아이에게 잘해주시니까 아직 소망이가 저희한테 정을 안 주는 것도 있어요. 마음을 강하게 잡숫고 떼어놓으실 필요도 있어요." 원장님의 말씀에 좀전의 마음을 조금 삭이고 소망이를 <들꽃향기> 반 교실로 데려갔다. 그리고 몇 차례의 울음과 끌어안음 끝에 아이가 잠시 다른 데 관심을 가질 때 나는 슥 교실을 빠져나왔다. 곧 등 뒤로 "아빠----아"하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마음이 아프다.


이번 주에는 보다 깊게 고민도 해보고 기도도 해봐야할 것 같다. 지금 우리 부부는 맞벌이 등으로 아이를 보육기관에 맡겨야만 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물론 하루종일 아이와 함께하며 양육하는 일상이 참 힘들긴 하지만) 어린이집 등원을 내년 봄으로 미루고 엄마, 아빠와의 시간을 더 진하게 갖는 것으로 결정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한다면 지금보다 더 지혜롭게 하루 일정도 짜고, 무기력하게 늘어지지 않도록 시간도 더 부지런하게 써야할 거다. 


오늘은 소망이네 담임선생님이 점심을 직접 먹여보겠다고 하셨는데 잘 먹을지 어떨지 모르겠다. 한 시간 정도 뒤에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 그래도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도 마음 한켠이 뭉긋하게 저리는 느낌이다. 


2023년 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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