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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이 아빠 Sep 14. 2023

소망이의 어린이집 적응기 3

소망이가 생후 24개월이 된 지난달부터 (8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다. 그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년 봄학기부터 보낼 작정이었는데 겨울에 태어날 둘째를 생각하니 지금이 아니면 아내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한동안 불가능할 것 같아 한번 시도해 보기로 결정했었다. 최근 들어 또래 아이들만 보면 "언니 언니"하며 관심을 갖는 아이에게 또래와의 시간도 만들어주면 좋겠다 싶은 생각도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고 일어나는 2시 반 정도까지 어린이집에서 보내고 그 이후에는 엄마 또는 아빠와 제주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아이의 하루도, 우리의 하루도 더 다채로워질 거라 생각했다.


막상 시작해 보니 처음 몇 주간은 '이게 맞는 건가'싶을 정도로 쉽지 않았다. 반 친구들과 놀 때는 곧잘 어울리면서도 엄마, 아빠와 떨어지는 등원 시간엔 어린이집이 떠나갈 정도로 울음을 울곤 했다. 새빨개진 얼굴로 다시 안아달라며 손을 쭉 뻗고 나를 보며 우는 아이를 쉽게 떼어낼 수 있는 부모는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둘째, 셋째 아이를 적응시키는 '경력직'이라면 또 모를까, 어린이집 등원이 처음인 나에겐 그 시간이 참 어려운 시간이었다. '에이, 오늘은 그냥 데리고 가자', '그냥 내년 봄에 다시 보내기로 할까' 같은 생각이 여러 번 반복되어 실제로 아내와 진지하게 논의를 하기도 했다.


8월이 거의 끝나가던 무렵의 어느 날 아침, 마찬가지로 울며 어린이집에 들어서던 아이가 처음으로 "빠빠이-"하면서 울었다. 아직 울음은 났지만 선생님 품에 안긴 채 내쪽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교실로 간 아이는 이내 울음을 그쳤고 밖에서 유심히 듣고 있던 나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차로 향했다. 그날 오후, "오늘은 그래도 많이 안 울고 밥도 혼자서 먹었어요!"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가 참 대견하게 느껴졌다. 이 쪼그만 녀석이 조금씩 '적응'이란 걸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고 대단했다. 


사실 이 적응이란 표현은 좀 조심스럽다. 아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36개월 이전의 아이는 집과 부모,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만 편안함과 유대를 느끼기 때문에 그 외의 상황이나 사람들을 이해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소망이가 어린이집에서 불편함을 느끼거나 엄마, 아빠를 찾아 울고부는 것을 '아이가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말 한마디라도 "소망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을 못하네요, 아직"처럼 마치 아이가 잘하고 못하는 것처럼 여기고 싶지 않았고, 그런 말을 아이가 듣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9월 중순이 된 요즘, 소망이는 이제 제법 의연하게 어린이집에 들어선다. 눈물을 터뜨리는 날도 있지만 씩씩하게 교실로 향하는 날도 있다. 오늘은 특히 의연했는데, 어린이집 입구에서 신발을 벗더니 제 가방을 직접 들고 반으로 가며 "아빠, 가!"하고 나를 배웅했다. 나는 그 모습이 우스워서 "하하, 응 소망이 잘 보내고 좀 있다가 보자!"하고 어린이집을 나섰다. 차 문 밖에 나와 이쪽을 쳐다보고 있던 아내도 대충 상황을 이해했는지 놀라움 반, 기쁨 반을 얼굴에 띄고 서있다. 


소망이가 어느 정도 편안하게 어린이집에서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덕분에 아내와 나는 오전에서 점심까지의 몇 시간을 각자의 일을 하거나 함께 숲길을 걷거나 하며 보낼 수 있게 됐다. 소망이도 또래 언니, 오빠, 친구들과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다시 아빠와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사실 아직 한 가지 숙제가 남아있긴 하다. 바로 낮잠, 아빠와 함께 매일 산으로 바다로 다니며 차에서 낮잠을 자버릇한 때문인지 반 친구들이 모두 자는 12시 반~2시 반 사이의 시간을 소망이는 요즘 혼자 놀면서 보내고 있다. 


조금 지나면 자연스레 낮잠도 잘 자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어린이집에서의 시간이 조금씩 편안해져 왔으니 곧 편안하게 잠이 들 날도 왔으면 좋겠다. 물론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아이에게 낮잠까지는 아직 불편한 것 같다고 생각되면 몇 시간 일찍 아이를 픽업해서 더 편안하게 잠들게 해 주면 된다. 지금은 조금씩 자라나는 아이의 모습이 그저 대견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2023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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