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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이 아빠 Sep 06. 2023

<아빠육아>의 일주일 스케줄

우리가 정한 주도적인 하루 일정

아빠육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올해 3월께, 한 달간 미국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후 다시 일상을 살기 시작하며부터였다. 제주로 이사를 온 건 6월 초였으니 아빠육아의 첫 무대는 서울이었다. 육아일정을 어떻게 나눌지 지금껏 아내와 여러 차례 상의를 해왔다. 그래서 지금은 일주일의 구성이 대강 정리가 되어 있는데, 당시에는 일단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는 내가 소망이를 데리고 나가고 아내는 그동안 본인 일을 하는 일정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저녁부터 아이가 잘 때까지는 반대로 아내가 육아를, 나는 내 일, 혹은 휴식을 취했다. 


그전까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매우 적었던, 일반적인 도시의 아빠였던 나는 해 떠있는 시간 대부분을 꼬박 아이와 보내는 게 설레기도, 또 어렵기도 했다. 집에 있으면 시간이 너무 안 가서 최대한 여기저기 놀러 다녔었다. 강가나 숲 속 공원으로 소풍을 가기도 하고 도심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기도 했다. 아기를 데리고 식당에 가서 1인분만 주문하기가 미안해서 점심은 도시락을 싸다녔고 지금도 아침엔 종종 도시락이나 간식을 챙기곤 한다. 오전에 야외활동을 하고 점심 무렵 같이 도시락을 먹고 오후엔 어디론가 이동해 아이가 차에서 잠들도록 유도했다. 한 번 잠들면 1~2시간은 자유시간이 생기니 공터 같은 데 차를 세우고 나는 운전석에 앉아 책을 읽거나 핸드폰을 보며 재충전을 하곤 했다.


지금은 이 기본 일정에 여러 추가사항들이 붙었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이틀, 수요일과 일요일은 Family day다. 그날은 육아 시프트를 나누지 않고 하루종일 가족이 함께 한다. 함께하는 날이야 당연히 있어야 하는 거지만 마치 업무 당번 정하듯 시프트를 나누는 게 처음이다 보니 가족의 날도 미리미리, 더 의식적으로 정해 특별하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각자 육아 시프트에 있을 때도 자칫 '업무적'으로 때우는 게 아니라 체계적으로 아이의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책 하나를 읽어줘도 전체적인 종류와 구성을 고민하고, 야외활동도 미술관이나 아쿠아리움, 학교 운동장에서의 공놀이와 각종 체험활동 등 다양하게 포함시켜 아이가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들을 하도록 하고 있다.


소망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고부터는 여기에 또 변화가 더해졌다. 아침 9시 반까지 아이를 데려다주고 점심시간 이후에 픽업해 그때부터 아빠와 아이의 야외활동이 시작된다. 그리고 저녁 먹을 때쯤 집으로 가 다 같이 밥을 먹고 나는 그 이후에 개인 휴식을 갖는다. 마냥 쉬자니 심심해서 요즘은 구상 중인 조그만 프로젝트 관련 업무를 밤에 조금씩 진행하고 있다. 사실 처음엔 어린이집 적응이 쉽지 않아 보여서 내년 봄에 다시 보낼 생각도 했었는데 최근 소망이가 급격하게 잘 지내기 시작해서 나와 아내의 하루도 조금 더 다채로워졌다.


오늘은 소망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오전에 아내와 사려니숲길을 걷고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함덕에 있는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고 나는 카페로, 아내는 소망이를 픽업하러 갔다. 아, 아빠육아 일정의 중요한 부분을 까먹었군. 아내와 나는 각자 일주일에 하루씩 개인 휴일을 갖는다. 그날은 육아에서 벗어나 하루종일 쉬어도 되고 자기 일을 해도 좋다. 오늘은 마침 내 휴일이었기 때문에 카페에 와서 이렇게 일기도 쓰며 개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늘은 이번주 목요일부터 시작하는 영어수업을 위한 수업자료를 다 만들었다. (구좌읍의 어린이/청소년 센터인 들락날락 센터에서 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수업 재능기부를 하기로 했다.)


<아빠육아>를 중심으로 하나씩 제주에서의 새로운 일정들이 더해지고 있다. 아내는 내일부터 이틀간 제주시내에서 창업 관련 수업을 듣고 다음 주부터 10월 말까지는 매주 월요일에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창업 및 직업개발' 관련 활동을 하게 되었다. 


작년까지 우리 가족은 여느 가족과 비슷한 일상을 살았다. 나는 아침부터 밤까지 밖에 나가 경제활동을 했고, 아내는 아이를 양육하는 시간으로 하루를 채웠다. 그리고 주말에는 함께 알차게 보내야 할 귀한 시간임에도 서로 지쳐 쓰러지거나 육아분담 문제로 부딪치기도 했다. <아빠육아>가 자연스러워진 지금, 경제활동을 어느 정도 내려놨기에 생기는 마음 한켠의 불안도 물론 있지만 가족의 스케줄이 '가족다워진 것'이 기쁘다. 아내에게 '내 일'을 할 시간이 생겼고 아이는 엄마와의 시간, 아빠와의 시간, 또래 친구들과의 시간까지 다채로운 일상이 생겼다.


내 시간을 주도적으로 정한다는 건 분명히 두려운 일이지만 하나하나 더해가야겠다. 그래서 몇 년 뒤, 다시 경제활동의 비중이 커졌을 때도 우리 가족이 주도적인 일상을 살았으면 좋겠다. 남이 정한 하루가 아닌 우리가 정한 하루로 더 발전되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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