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리추얼 글쓰기 1주 차. 리추얼 메이커님께서 아침마다 어떤 질문을 건네주실지 설레며 톡 게시판의 글을 기다린다. 역시 혼자 하는 것보다는, 서로 떨어져 있긴 해도 '느슨한 연대'로 함께하는 게 큰 도움이 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번 주 질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질문은 '여러분이 느끼는 겨울의 시작'에 관해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그 계절들마다 마주하는 장면들은 떠올려 봤어도 '시작의 순간'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업무를 보다 쉬는 시간에, 이동을 하며 아침에 받은 질문을 떠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이게 바로 리추얼 메이커님이 말씀하신 일상 여행이 아닌가 싶었다.
1. 바닥에 낙엽들이 이불처럼 덮여있을 때. 그리고 그 단풍과 낙엽을 긴 빗자루로 ‘사각사각’ 쓰는 소리가 거리를 매우기 시작할 때 겨울이 왔음을 느낀다. 오늘도 새벽 요가를 가려 이른 아침 아파트 단지를 나서는데, 세상 부지런하신 경비원님께서 귀마개와 두터운 장갑을 끼고 낙엽을 쓰는 소리가 고요한 단지를 가득 매웠다. 나무에 걸려있는 잎보다 바닥에 무수히 떨어진 낙엽들이 훨씬 많은 걸 보니 이제 정말 겨울이구나 싶다.
2. 맥주보다 와인이나 따뜻한 뱅쇼가 마시고 싶을 때 겨울이 코앞까지 온 듯 한 기분이 든다. 운동 후 땀 흘리고 마시던 맥주보단, 차분하게 그리고 천천히 따뜻한 이불속에서 밀린 드라마와 책을 보며 마실 수 있는 술이 땡길 때 겨울이 왔음을 느낀다. 여기에 뜨끈한 국물 안주가 있다면 금상첨화.. 지극히 개인적인 순간이지만 애주가들이라면 공감하겠지?
3. 여러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프리퀀시 모으는 이벤트가 시작될 때도 겨울이 왔음을 느낀다. 요즘에는 프리퀀시 이벤트의 대명사 스타벅스 말고도 정말 다양한 굿즈가 많더라. 제일 받고 싶었던 게 투썸의 벽난로 램프였는데, 아쉽게도 나는 투썸커피를 선호하지 않아서 올해는 스타벅스 다이어리로 마무리했다.. 마케팅을 위한 이벤트긴 하겠지만, 그냥 나는 왠지 모르게 이런 행사들이 시작되면 내년을 차츰 준비하는 겨울이 왔다는 게 확 와닿는다.
4. 무엇보다도 지난 올해의 시간을 돌아볼 때 마지막 계절인 겨울이 시작되었구나 싶다. 겨울이 되면 유독 회고적인 인간으로 바뀌는 것 같다. 유독 11월 중순이 지나고 추워지기 시작하면 일기도 많이 쓰고, 마음을 다시 잡는 시간을 자주 갖게 된다.
12월의 첫날부터 코끝이 찡해질 만큼 바람이 매우 차가웠다. 이제 정말 완전한 겨울이 왔나 보다. 계절이 바뀌는 순간은 매년 반복되는 시간이지만, 매년 환절기를 지날 때마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유독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순간은 왠지 모르게 나 자신을 차분하게 만든다. 이 겨울만 지나면 올해도 끝이라는 생각 때문일까? 오랜만에 머리보다 마음이 더 동원되는 글을 쓴 것 같다. 이런 글쓰기가 살면서 실용적으로 쓸모는 없겠지만, 꼭 실용적인 일만 하며 살 필요도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