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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연 Feb 19. 2019

알코올 중독 언니의 위로 "조금은 울어도 괜찮아."

썸 바디 헬프 미

 다른 일인실에 입원한 알코올 중독 언니와 친해진 적이 있다. 언니는 활동적이고 밝았다. 삼십 대에 결혼했고 아이가 둘 있었다. 남편도 번듯하게 일을 하고 있었고 생활에 문제는 없었다. 그런 언니도 정신병원에 들어왔다. 가족들의 권유로.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술을 먹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 병이 두 병이 되고 두 병이 세 병이 되고 세 병이 네 병이 됐다고 했다. 술을 먹으면 울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눈썹 칼로 손목을 그었다. 손목은 찢어져 병원에서 몇 바늘을 꿰맸다. 하지만 언니는 모든 얘기를 웃으며 했다. 머리카락 색도 밝게 염색하여 애가 둘이나 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나중에 여기 문신하려고.”


 언니가 자해한 팔목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러면서 꼭 한번 문신을 해보고 싶었는데 잘됐다고 말했다.

 언니는 나와 잘 맞았다. 서로 항상 웃는 점이 같았고 결혼을 했다. 결혼하신 분들은 많았지만 대부분 나이 차가 많이 나서 비슷한 나이대의 언니는 좋은 대화 상대가 돼주곤 했다.


 항상 웃던 언니의 눈에 눈물이 비친 것은 아이들을 얘기할 때였다. 나는 아이가 없다. 그래서 엄마의 마음은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항상 웃던 언니는 아이들 얘기를 하면서 울었다. 나는 당황해서 위로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꿀 먹은 벙어리 것처럼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애들만 생각하면, 애들만 생각하면 미안해서 빨리 나가고 싶어. 정말 잘 지내려고.”


 아이들은 아직 어려 입원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나도 아이가 있었다면 그런 마음이었을까.

 우는 언니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누군가의 앞에서 눈물 흘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나도 내 이야기를 꺼내고 울고 싶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저 안타까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말없이 있는 내 마음을 그 언니도 알았을까. 그 언니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내게 말했다.


 “조금은 울어도 괜찮아. 네겐 남편이 있잖아. 그걸 알아야 해. 그니까 남편을 위해서라도 울 줄 알아야 해.”


 나와 비슷한 언니가 내게 남긴 깊은 조언이었다. 병원에서도 남편은 애처가로 소문나 있었다. 일주일에 세 번은 면회를 오고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사 왔다.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 중의 하나가 ‘남편을 생각해서라도 빨리 나아야지'라는 말이었다. 그의 소중함은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팠다. 아파서 그랬던 것 같다.


 그 뒤로도 나는 울지 못했다. 병원을 떠나는 날까지 한 번도 우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하지만 조금은 울어도 괜찮다는 그 말을 믿고 싶다. 울어도 괜찮다고. 울 줄도 알아야 한다고.


작가 이수연


*우울한 당신에게 위로와 공감이 될 글을 씁니다.*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 작가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20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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