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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연 Feb 12. 2019

정신병원이지만 보통 사람입니다

썸 바디 헬프 미

 나는 원래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고 말수가 많은 타입도 아니다. 그렇기에 병실 밖으로 나가는 데엔 긴 시간이 걸렸다. 병실 밖에 나가는 유일한 시간은 식사시간과 물 마실 때. 식사도 사람들이 있는 곳을 피해 가장 구석 자리에 앉아 아무 말도 없이 밥을 먹곤 했다.


간식시간이었다. 보호자가 맡긴 간식이나  간식비로 주문을 받는 시간. 나는 처음으로 간식 신청을 하기 위해 병실을 나섰다. 병실 밖으로 나오자 내 옆 병실에 있는 언니가 함께 간식을 먹자며 나를 불렀다. 나는 모든 것을 낯설어하며 사람들 곁으로 가 처음으로 홀에 앉았다.


“이름이 어떻게 돼요?”

“이수연이요.”

“뭐로 들어왔어요?”


이름 다음 물은 질문이 뭐로 들어왔는지였다. 나는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우울증이요.”

“나는 술 때문에 왔어요.”

“나는, 도박.”


 각자 자기가 들어온 이유를 말하며 이름과 나이를 밝혔다. 정신병원은 이런 분위기구나. 나의 고정관념 때문이었을까. 생각보다 그들은 평범했다. 그저 옆집 삼촌, 언니 같은 분위기랄까. 병원에 들어오신 대부분은 알코올 중독이고 두 번째가 도박, 그다음이 게임이었다.


“우울증인데 왜 이 병동으로 왔어요?”

“그게, 자리가 없어서...”

“그래도 얼굴 보니까 좋네. 자주 나와서 얘기해요. 혼자 있으면 더 우울해.”

"맞아요, 그래야 퇴원도 빨리 할 수 있어요."


 병동 사람들은 내게 간식을 챙겨 주며 친절하게 말을 걸어왔다. 대부분 나이 때가 사십 대 중반에서 육십 대 초 즈음이 많았다. 간혹 가다 이십 대와 삼십 대가 있는 정도였다. 그래도 홀에 나와 계신 분들은 대부분 젊은 분들이 많았다. 그들은 내게 이것저것 개인적인 것을 묻기 시작했다.


“그래서, 들어온진 얼마나 됐어요?”

“이제 이주요.”

“얼마 안 됐네. 나는 두 달 넘었어요. 일인실이죠? 방에서도 나오지 않던데 혼자 뭐해요."

"책 읽고 있어요."

"난 맨날 벽만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상태가 많이 안 좋은가 했지. 자주 나와서 얘기도 하고 그래요. 처음 입원이죠?”

“처음이에요. 그냥 아직 익숙하지가 않아서...”

"같이 밥 먹고, 대화하고 별거 없어요. 그게 가족이지 뭐."


 그들은 친근하게 대화를 건넸다. 약간의 긴장이 풀렸다. 간식 시간이 지나 저녁 투약시간이 되었을 때 각자 병실로 돌아가야 했다. 모두가 일어나는 때, 다른 병실에 알코올 중독 언니가 나를 잡고 얘기했다.


“여기 사람들 생각보다 정상이에요. 그니까 편하게 나와서 지내요.”


 나는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작은 궁금증이 몰려왔다. 그들은 얘기하고 어울리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밥을 먹고 티브이를 보는 ‘가족'이라고 표현했다.

 나도 그 ‘가족’ 안에 들 수 있을까. 이렇게 낯가리고 정신병원도 처음인 내가. 어떻게 적응해 나가야 하는 걸까. 의문 속에서 하루가 저물었다. 한 평만 한 방 안에서 온종일을 보내면서.


작가 이수연

*우울한 당신에게 위로와 공감이 될 글을 씁니다.*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 작가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20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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