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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연 Feb 05. 2019

첫 입원, 첫 병원 생활

썸 바디 헬프 미

 입원 절차를 마치고 간호사님이 병동에서 내려왔다. 행여나 도망갈까 봐 내 팔을 살짝 잡고 나를 병동으로 안내했다. 나는 반 개방(혹은 반 폐쇄) 병동에 입원했다. 하지만 내겐 의미가 없었다. 면회가 자유롭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못 나가는 것은 똑같은 의미였다.


 병원 시설은 깔끔했다. 일반 정신병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한 병동에 남자 구역과 여자 구역이 나뉘어 마주 보고 있고 홀에는 체중계와 탁구대, 앉을 수 있는 소파가 있었다.

 나는 주치의 선생님께 말한 대로 일인실로 배정받았다. 일인실에는 작은 티브이와 냉장고, 사물함이 있었다. 병원보다는 그냥 작은 방 같은 느낌이었다. 침상 위에는 환자복이 놓여 있었다.

간호사님은 병동 생활을 설명해 주셨다. 기상 시간 여섯 시, 취침시간 열 시 아침, 점심, 저녁 투약시간, 간식 시간…. 수없이 많은 시간이 종이에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원래는 담당의와 주치의가 나뉘어 있는데 주치의 선생님께서 담당의 역할까지 맡아서 하기로 하셨다고 말해 주기도 했다. 나는 그저 묵묵하게 설명만을 듣고 있었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여기가 정신병원이구나, 내가 정신병원에 입원했구나. 믿기지 않았다.


 나는 그날 입원할 생각도 없이 정말 맨몸으로 왔다. 가진 것은 휴대전화하나. 그마저도 병동에 들어가면서 압수를 했다. 병동 내를 촬영하거나 녹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휴대전화를 가져가기 전, 번호를 옮겨 적을 수 있는 시간을 짧게 주었다. 나는 집에 들러서 짐을 가져올 생각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지 않았다. 그저 사복을 입고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조금 기다리자 주치의 선생님께서 오셨다. 옷을 갈아입지 않은 나를 보고 물으셨다.


“왜 옷을 안 갈아입고 계세요?”

“저, 집에 가서 짐만 챙겨 올게요. 아무것도 없어요.”


 당연히 될 줄 알았다. 다녀오라고 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주치의 선생님은 단호했다.


“지금은 통제가 어려울 때예요. 그냥 계시죠. 남편분께 전화해서 가져오라고 하세요.”


 그리고는 방을 획 나가셨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 이제 못 나가는구나.’


 빠르게 현실을 인지하고 홀에 있는 공중전화로 향했다. 전화카드도 없어 기억을 더듬어 콜렉트콜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만에 써보는 공중전화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낯선 번호에서 짧게 흘러나오는 익숙한 목소리. 남편은 조금 놀란 것 같았다. 나는 빠르게 상황을 설명하며 필요한 물품을 불렀다. 입원 안내서에선 필요한 입원에 필요한 물품 목록도 적혀있었다.


“왜 입원하래?”


 남편은 내가 하려던 행동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았다. 나는 상황을 둘러대며 대답했다.


“몰라, 입원하래.”


 남편은 일단 알겠다며 짐을 챙겼다. 나는 환자복으로 갈아입었다. 하얀 환자복은 빳빳하게 몸에 달라붙었다. 환자복을 입고 병원 침대에 앉아있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호기심에 작은 티브이도 틀어보았지만, 공중파 방송밖에 나오지 않았다. 원래 티브이를 보지 않는 성격이어서 다시 티브이를 끄고 남편이 올 때까지 그저 멍하게 앉아있었다.


 시간이 지나 남편이 왔다. 간호사님이 노크하고 남편이 면회를 왔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그제야 일어나 병실에서 나왔다. 면회실에선 남편이 짐을 한 아름 안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남편도 환자복을 입은 나를 낯설게 바라봤다.

 가져온 소지품은 하나도 빠짐없이 검사했다. 날카로운 것, 긴 끈, 유리병, 비닐봉지 같은 물건은 모두 반입이 안 되었다. 자, 타해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물건 반입이 모두 안 되었다. 결국, 들일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나는 짐을 받고 남편과 잠깐 면회를 했다.


 “어쩌다 입원까지 한 거야?”

 “그냥, 입원하라고 하셔서.”

 “일단 알겠어. 장모님껜 내가 얘기할게.”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마. 곧 나갈 거야.”


 나는 가족이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은 입원 사실을 숨기기로 하고 남편이 돌아갔다.

 나는 병실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세안 도구와 슬리퍼, 스프링 없는 노트와 책. 날카롭지 않은 볼펜. 내가 들일 수 있는 물건 대부분이었다. 사복도 만약을 위해 보호자가 다시 가지고 갔다. 나중에 외출할 수 있으면 그때 가져오라는 답을 받았다.


 해는 아직 중천이었다. 오전 외래로 입원했으니 이제 점심이 막 지난 시간이었다. 도대체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지? 막막함에 침대에 누웠다. 침대 옆으론 큰 창이 나 있었다. 창문을 열어보았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창이 열렸다. 그 이상은 열리지 않는다. 병동 밖에도 나갈 수 없다. 그야말로 ‘폐쇄' 병동인 것이다.


‘내가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된 거지? 내가 살면서 정신병원에 입원할 줄이야.’


그런 생각이 가득했다. 첫날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믿기지 않았다. 이 문밖을 나가도, 이 안에서도 의료진을 제외하면 모두 정신병자이다. 홀에서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정신병원이라는 것이 낯설어 방 밖을 나가지 못하고 혼자 누워 천장만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나의 정신병원 입원 생활의 첫날이 저물었다.



작가 이수연


*우울한 당신에게 위로와 공감이 될 글을 씁니다.*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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