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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연 Jan 22. 2019

여기 정신병원인가요?

썸 바디 헬프 미

 병원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소개였다. 나는 오랫동안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아왔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시작한 유학 준비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면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밖에 나갈 수도, 잠을 잘 수도, 영화를 볼 수도 없었다. 얼굴에는 공황장애 때문인 상처가 늘어갔다. 게다가 식이장애로 음식을 먹지 못해 몇 달 사이에 칠팔 킬로가 빠졌다. 오로지 마시는 것만 가능했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그 상황이 되어서야 나는 병원을 찾았다.     


택시를 탔고 정신병원 이름을 댔다.


"ㅇㅇ정신병원으로 가 주세요."

“거기서 일하세요?”

     

 택시 기사분이 친근하게 내게 물었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못해 "아니요."라는 말과 함께 입을 다물었다. 택시 기사분도 약간은 당황해하며 더 묻지 않았다. 아마 내가 정신병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말없이 혼자,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은 크고 깔끔했다. 정신병원이라는 느낌보다는 종합병원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내가 생각한 모습과 달랐다. 예약제로 이뤄진 병원 시스템은 체계적이었다. 나 역시 진료가 있기 일주일 전부터 예약하고 병원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내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은 병원이었다.


 외래 진료소 앞에서 대기하고 있자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긴장되는 손으로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처음 받아본 정신과 진료는 아니었다. 하지만 ‘정신과'라는 것이 내게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지는 않았다. 소개를 받아 병원에 간 이유기도 했다.     

 진료실은 깨끗하고 밝은 분위기였다.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나는 그 병원에선 초진이라 사전에 설문지를 작성했다. 주치의 선생님은 설문지를 힐끔 보더니 내게 물었다.     


“뭐가 불편해서 오셨죠?”

“그게…. 공황장애가 심해서….”     


 그 말을 하는 동안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숨이 가팔라지고 앞이 깜깜해졌다. 공황발작이다. 그 잠깐 사이에 또 공황발작이 왔다. 나는 의식적으로 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실신해서 얼굴을 다친 적도 있어요. 밖에도 못 나가겠어요…. 일상생활이 되지 않아요.”  

   

 주치의 선생님께선 내 말 한마디가 끝날 때마다 컴퓨터의 타자를 빠르게 쳤다. 처음 받은 상담은 그 일의 반복이었다. 주치의 선생님의 첫인상도 조금 차가웠다.

 처방할 약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셨다. 나는 일단 공황장애와 우울증 약을 처방받았다. 동시에 공황장애로 인한 불안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주치의 선생님께서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시며 한 말을 아직도 기억한다.     


"공황장애로 절대 죽지 않아요. 그걸 아셔야 해요."

  

 그때까지만 해도 주치의 선생님도, 나도 평범한 공황장애 환자일 거로 생각했다. 그 이후로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가기 시작했다. 꾸준히 약을 먹었고 약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불안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했다.    

  

 약을 먹으면 나아질 거라 기대하고 약을 정말 열심히 챙겨 먹었다.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정신과 약에 부정적 견해가 있는 사람도 많았지만, 나에게는 목숨줄과도 같은 일이었다.

 하루에 몇 번씩 공황장애 약을 먹었다. 심장이 뛰면 하나, 손이 떨리면 하나. 약은 효과가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공황장애는 조금씩 좋아졌다. 대신, 숨겨왔던 우울증이 깊게 드리웠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죽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공황장애는 눈에 보일 정도로 약이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우울증은 달랐다. 항우울제를 처방받아서 먹고 있었지만, 약효는 나타나지 않았다. 불안이 줄어들자 슬픔이 몰려왔다. 이러려고 치료를 받기 시작한 게 아닌데, 나아질 거로 생각했는데. 모든 것은 끝을 얘기하고 있었다. 이대로 끝내버리라고 내게 말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고 팔찌같이 작은 것을 주기 시작했다. 힘들다는 말을 많이 했다. 당시에는 알지 못했지만, 그 모든 게 자살 전 징후였다. 나는 한 걸음씩 그곳으로 가고 있었다.     


“차라리 죽고 싶어요.”     


 내가 자살시도를 시도하기 일주일 전, 외래에서 한 말이었다. 주치의 선생님은 나의 말에 매우 놀라 하셨다. 몸을 앞으로 빼고는 나의 자살 사고에 관해 묻기 시작했다.     


“계속 그럼 입원하셔야 해요.”     


 그때까지만 해도 무슨 입원인가 싶었다. 그냥 죽고 싶다는데, 내가 병원에 입원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 게다가 정신병원에. 주치의 선생님은 내게 이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 행동을 시도하기 전에 제게 한 번만 말해 주세요.” 

    

 나는 알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약속으로 주치의 선생님과 긴 치료 관계를 시작했다.



작가 이수연

*우울한 당신에게 위로와 공감이 될 글을 씁니다.*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 작가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20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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