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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를보다 Jan 30. 2023

무제25

투명한 하늘에 박힌

시간이 멈춘 듯

빛을 잃고 하얗게 얼어붙은 달


그 아래 사람들

그 아래 작은 벌레들

벌레들은 열심히 어디론가 향한다

어디론가 바삐 움직인다

맹목적인 걸음으로 계속해서 전진하는

작은 친구들을 보고 있자니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알기는 할까


들꽃에 반짝 맺힌 이슬방울도 놓치고

꿀벌의 가벼운 몸짓도 보지 못하고

초록을 관통한 높은 하늘에 밴

상큼한 바람의 냄새도 맡지 못한 채 전진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전진


맹목적인 발걸음이

작은 너를 당혹스러운 벼랑으로 이끈다 하더라도

앙큼한 반항의 신음 한번 내지 못할 만큼

굳건한 신념으로 전진


네 옆에 삶이 지천으로 펼쳐져

광활한 평원을 이루었건만

너는 고개 한번 돌리지 않고

그저 성실한 발바닥이 가리키는 그 길만

바라보며 뚜벅뚜벅 전진


애는 썼지만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고

삶이란 역시나 고행이었다고 외치며

끝이 보이지 않는 직선의 도로 위에 처참히

드러누워 눈을 감고

‘나 여기까지 달려왔노라 ‘

둥그런 표식하나 남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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