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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가만히 너를 보면

사랑은 함께하는 것이니까

by 은달

너를 처음 만난 날, 그날은 비가 주룩주룩 오던 날이었지.


진한 녹색 자켓에 진한 녹색의 눈으로 나를 바라봤던 너.


서로를 잘 모르는 만큼 호기심으로 빛났던 눈동자.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우리는 서로에게 스며들어갔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를 사랑한다고 했던 너.


사랑에 의심이 많은 나이기에 그것을 믿지 못했지.


금방 식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너를 외면하려 하기도 했어.


너는 다행스럽게도 나를 포기하지 않았지.


아무리 뒤돌아서려 해도, 나에게만 활짝 핀 미소를 보여주는 너에게 빠질 수밖에 없었어.


우린 참 많은 곳을 함께 돌아다녔지.


터키에서 매일 밤 거리를 거닐며 손을 잡고 나란히 걷던 우리를 잊을 수 없어.


너는 나를 보러 항상 먼 거리를 날아왔지.


나를 보면 항상 입맞춤으로 인사하고, 행복에 가득찬 얼굴을 보여주는 너.


너를 만나고 사랑이 뭔지 알게 됐어.


있는 그대로의 네 마음을 나에게 표현해줬어.


그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너는 모를 거야.






사랑의 유효기간은 최대 2년이라고들 하지.


우리가 서로의 세상에 들어온 지 벌써 2년이 흘렀어.


너는 지금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년 전과 완전히 같은 마음은 당연히 아닐 거야.


그러나 너를 보면 알 수 있어.


나에 대한 사랑이 깊어가고 있다는 걸.


사랑이 여기에 있다는 걸.


매일 보는 내 얼굴이 익숙해질 법도 한데,


너는 항상 나를 예뻐해 주고,


나를 그 누구보다 소중히 여긴다는 걸.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 되는 것.


네가 매일 웃었으면 좋겠어.


예쁜 눈에 늘 웃음이 가득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어.


너에게 고마운 것들이 너무도 많은 나.


네 덕에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용기를 얻었어.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알게 됐어.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됐어.


정말 고마워.






우리에겐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미래를 가볼 수는 없지만,


머나먼 그곳에서도 우리가 함께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크고 작은 어려움이 우리를 찾아오겠지.


그렇지만 너와 함께라면 그것을 이겨낼 힘이 생길 것 같아.


너와 같이 걷고 싶어.


미래를 함께하고 싶어.


너도 같은 생각이길.


그래서 먼 미래에도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갈 수 있길.


사랑해, 나의 T.



사진 출처: Photo by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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