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중학교에 가기 전까지가 캠핑을 다닐 수 있었던 마지막 시절이었다. 큰아이가 벌써 대학생 4학년이니 10년이 되어간다.
그 시절 주삼주섬 사 모았던 캠핑장비들은 몇 년 전에 모두 정리를 했다. 그중 가장 아꼈던 물건은 화로대였다. 비싸게 사기도 했었지만 캠핑의 묘비는 화로대에 불을 지피고 재가 될 때까지 바라보며 멍 때리 던 그 시간을 사랑했었다. 하지만 미련 없이 이별을 고했다.
몇 개월 전 동생이 시골집에 캠핑 테이블과 화로대를 사다 놔 갈 때마다 불멍을 때린다. 새로운 사랑을 만났다. 거하게 한잔하고 바라보는 불꽃들은 모든 상념을 잊게 만들어 줘서 여전히 그 시간이 좋다. 사랑스러운 시간이 되어준다.
활활 타 오르는 장작도 작은 불씨에서 시작하고 그것은 망중한을 즐기기까지 기대와 설렘을 갖게 해 준다. 모든 시작이 가져다주는 희망과 같은 것이다. 그 사랑스러운 불꽃을 보며 망중한에 빠져드는 것도 좋지만 불씨를 만드는 시작이 더 좋았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어지럽게 춤을 춰대는 불꽃을 보고 있는 시점, 그보다 좋은 순간이 없지만 한편으로는 곧 사그라들어버리고 재가 될 것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밀려온다. 사랑이 떠날 것을 걱정하는 시간이 된다. 그리고 곧 밀려들 어두운 그림자가 두려워진다.
불씨가 되고 불꽃이 되고 결국 재가 되어버리는 순간들 모두 우리 인생을 닮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나에게도 불씨를 만들던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은 시절이 있었다. 서글퍼지는 건 다시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한 줌의 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희망의 불씨를 사랑스러운 불꽃을 피울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을 해본다. 인생 이모작이 가능한 100세 시대이기에 불씨를 다시 지펴야 하는지도 모른다.
다만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살려내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 새로운 화로대에 새로운 불씨를 만들고 다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만들고 사그라져버린 숯에서 나는 열기를 가능하면 오래 지속되도록 만드는 삶을 만들고 싶다. 그것이 인생 이모작의 성공이고 희망이 아닐까. 잔열이 오래 가게 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수분을 가진 좋은 나무를 선택하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첫 번째 인생에서는 너무 활활 타버리고 온기를 지속하지 못했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좀 더 능숙하게 실수도 적게 하면서 사랑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열기가 거의 식어버린 내 인생 1막은 미련 없이 보내주고 2막을 위한 준비를 하고 2막에 있을 희망과 꿈들을 위해 불을 지펴야 할 시간이 되었다.
불꽃을 지키기보다 다시 불씨가 되어야 할 시간이다. 가슴 뛰고 설레는 삶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