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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le Jul 05. 2022

그래서 랑카는 요즘 안녕하냐고요?

Run out of fuels and hope

소비자물가 작년 동기 대비 54.6% , 식료품 가격은 전년 동기 80.1%

요즘 장을 보면 매일 무섭게 오르는 물가에 눈이 번쩍 뜨인다. 생필품인 화장지 4개 세트가 무려 올 초 350루피에서 1,200루피가 되었고 우유, 계란, 쌀도 2배 이상 올랐다. 이른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피부로 체감되는 나날이다. 우버택시는 거의 잡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간신히 연결이 되었다 해도 평소 3배 이상의 가격을 받는다. 택시 기사들도 최소 이틀은 주유소 앞에 줄 서서 연료를 구하고 하루 일을 하는 구조니 이해할 수밖에 없다. 현지 직원들이 자비로 타고 다니던 Staff Bus도 기름 부족으로 중단되었다. 직원들은 2시간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데 운영하는 버스 수도 줄고 사람들이 많아 매일 만원 버스에 매달리듯 출근한다고 한다. 이렇게 랑카의 일상은 매일 붕괴 중이다.

 

오랜만에 제대로 쉬는 토요일. 뜨거운 한낮의 열기에 놀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우버를 켜보지만 역시 택시는 잡을 수가 없다. 집 밖을 나오니 형형색색의 뚝뚝 전시장이 펼쳐진다. 내가 부르던 택시가 다 여기 서 있었구나. 좁은 골목을 돌고 돌아 끝을 알 수 없는 대기 행렬. 조금 더 걸어가다 보니 이젠 오토바이, 일반 차량 그리고 툭툭 3차선으로 나뉜 줄이 등장한다. 연료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다 보니 이 마저도 나름 체계를 잡아가는 모양이다. 조심스레 사진을 찍으니 사람들이 하나 둘 다가와 말을 건다. 사진을 찍어 네가 사는 나라에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달라는 부탁이었다. 귀한 주말 시동도 켜지 못하고 택시를 직접 밀고 가면서 외치는 하소연엔 진득한 간절함이 묻어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뚝뚝을 따라가다 보면
사랑스러운 신앙도 만나고
세 갈레로 나뉜 대규모 차량행렬이 나타난다
길고긴 여정 끝 마침내 군인에게 토큰을 보여주면 감격의 주유

긴박하게 치달아가던 대규모 시위와 폭력사태는 잦아들었지만 랑카 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은 길고 긴 대기행렬만큼이나 산적해 있다. 손에 피켓은 들려있지 않지만 여전히 길 위를 배회하는 사람들.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주 국가 수요 억제를 위해 2주간 정부기관 및 모든 학교를 닫고 의료, 대중교통과 같은 필수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연료 판매를 중단했다. 그럼에도 연료 없이 생업을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은 주유소 앞에 오늘도 무한 대기 중이다. 기약도 없이 차 안에서 잠을 자고, 음식을 사다 먹으며 이렇게 까지 버티는 건 유조선이 도착했을 때 조금이라도 빨리 연료를 얻기 위해서다.

그 연료에 한 가족의 생계가 달려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서 우체국 도착.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을 전할 기쁜 마음을 가득 안고 왔는데 웬일인지 입구가 굳게 잠겨있다. 알고 보니 연료 부족 문제로 우체국도 주중 화, 수, 목에만 영업을 하고 최근엔 이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아예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으니 관계자 한 명이 나와 상황 설명을 해준다. 사업을 하는 정부기관들이 잠정 휴업 상태니 사실 우체국도 다르진 않을 텐데.... 여기까진 예상을 못했다. 연료 부족의 나비효과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교통편 부족으로 발레 수업은 온라인으로 전환되었고 정부 장거리 여행 제제로 앞으로의 여행 계획도 모두 잠정 보류.

문 좀 열어 주세요 ㅠㅠ
불꺼진 교육부 그리고 온라인으로 전환된 발레수업

공여국, 국제기구와 회의를 하다 보면 상황은 더 비관적이다. 당장 식량문제, 아이들의 교육 중단 그리고 이와 밀접한 학교 급식 단절로 인한 영양문제, 필수 의약품 부재로 인해 앞으로 불어닥칠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현재 정부가 중단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대안과 여력이 전혀 없는지라 위기가 만성화되어가기 전에 국제사회의 발 빠른 지원과 관심이 너무도 시급한 상황이 되었다. 여러 국가의 긴급재원과 이미 가진 역량과 경험을 공유하는 회의가 하루에도 몇 번이나 계속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들어 길에서  대기 줄만큼 자주 보는  확성기를 달고 달려오는 복권 자전거.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기댈  있는 것이라곤 그저 끝도 없는 기다림 그리고 백 불의 1 확률뿐인 걸까. 웃픈 현실  좌절하기보다 내가 당장   있는 을 열심히 찾아본다. 포기하지 않고 그곳을 향해 닿으러 노력하는 까지 나의 몫이겠지. 그래서 오늘도 미약한 목소리를 높여본다. 랑카가 오늘보다 조금은 안녕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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