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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le May 11. 2022

파도 위에 선 스리랑카

올해만 두 번째 국가비상사태 그리고.. 

점심을 먹고 있는데 한인회 교민방, 안전점점방에 갑자기 불이 나기 시작한다.   

'시위대 폭력사태 발생’ ‘한인 비상연락망 가동’ 그리고 긴박함이 느껴지는 영상들과 사진들.    

지난 금요일인 5월 6일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긴 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전국적 시위로 정부 기관 및 트리 휠 (뚝뚝)을 포함한 대중교통 운영이 중단되었고, 공무원, 무역 노동조합, 은행, 교육관계자 그리고 의료관계자들까지 시위에 참여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5월 7일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재선포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5월 9일 내각 대변인으로부터 총리 사임 발언이 나오면서 총리를 지지하는 시위대와 반정부 시위대간 무력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사실 이 폭력사태는 쇠막대기 등 흉기로 무장한 현 정권 지지세력이 일방적으로 반정부 시위대의 텐트에 방화하고 무차별 폭행을 저지르며 시작되었다. 이에 현장에 배치된 경찰과 보안요원들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기에 이른다. 평화 시위를 이어가던 사람들이 그야말로 길에서 빰을 맞은 격인데 거기에 공권력의 가세라니. 창 밖에는 엠뷸런스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오고 그야말로 삽시간에 도시 전체가 충격에 휩싸인다. 

골 페이스 시위대... 사람에게 살수차와 최루탄을 발포한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시위대 무력충돌 접경지는 아니지만 당장 오후에 정부부처로 외근을 나가야 하는지라 근심 걱정이 앞섰다. 가는 길목에 국회도 있고 어디에서 도로 통제를 할지 몰라 여차하면 바로 복귀할 마음으로 길을 나섰으나 가는 도중 콜롬보시 전체 통행금지령이 발동한다.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하기도 했고 다행히 DP 차량을 타고 있어서 정말 LTE급으로 주요 안건만 논의하고 나왔다. 그런데 나오는 길 교육부 정문을 뚫고 들어올 기세로 밀어붙이는 시위대 발견했다. 아마도 인근에 있던 시위대들이 분노한 마음을 표출할 데가 없어 일단 정부기관으로 몰려드는 것 같았다. 상처로 덧난 그들의 분노 뒤로 폭력적으로 변해버린 사람들의 눈빛이 낯설고도 아리다. 


결국 전국 통행금지령 선포 그리고 마힌다 라자팍스 총리 사임 발표. 그러나 반정부 시위대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직접 도로 위에서 친정부 시위대를 색출하고 그들의 수송버스를 찾아 유리창을 때려 부수는 등 도심 곳곳에서 폭력 상황이 지속되었다. 상황이 워낙 심각한지라 안전한 귀가를 위해 차량 배차로 모든 직원들을 집까지 데려다주셨는데 반정부 시위대가 차량과 버스마다 다 세워서 친정부 시위대가 있는지 검사를 하느라 1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를 거의 한 시간이 다되어 도착했다. 결국 저녁까지도 진정되지 않은 사태로 집권당 정치인 사무실과 자택 그리고 총리의 자택이 공격받고 총리는 새벽에 헬리콥터로 간신히 피신했다고 한다. 

베라웨와 호수로 피신한 친정부 시위대 그리고 이와 대치중인 반정부 시위대 
화염에 휩싸인 콜롬보 시내
교통체증이 더 심해질 수도 있구나...                                                        경찰들이 없어 시민들이 직접 거리로 나섰다

여당 위원 중 한 명은 반정부 시위대에 먼저 총기를 발포하여 시위대 2명이 목숨을 잃고 결국 그들에게 둘러싸이자 자살을 했다. 이에 국회의원들의 출국 움직임이 속속 발견되자 이를 막으려고 청년연합회가 공항입구를 막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온다. 정부는 치안유지를 위해 경찰 특수 기동대 외 충돌지역 내 군 병력을 긴급 배치하는 등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하고 있지만 결국 단 하루 만에 2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방부는 공공 재물을 약탈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에게 즉시 발포명령을 내렸다고 하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정말 점입가경이다.


하루 씩 야금야금 통행금지령이 연장되고 있다. 작년 코로나 악화로 이맘때쯤 전국적인 통금이 두 달간 있었는데... 랑카는 다시 한번 절체절명의 위기 속 날카로운 파도 위에 놓여있는 듯하다. 순리대로 바다의 흐름에 맞춰 내려올 것인지 아니면 그 위에서 뛰어내려 파도처럼 부서질 것인지.. 진정 이곳 사람들의 마음에 작은 평화를 되찾을 방법은 없는 걸까? 역시 평화는 통하지 않는다는 맹렬한 불신이 그 멍든 마음에 스며들까 걱정이다.  어쩌면 이 폭력과 혐오의 사태는 당장 스리랑카 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국가 부채비용 증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연료 부족과 식량 가격 상승이라는 변수를 어떤 나라가 피해 갈 수 있을까? 이 커다란 삼중고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랑카가 더 이상의 유혈사태 없이 잘 견뎌주기를 그저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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