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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le Oct 28. 2022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인도양의 진주, 스리랑카

전염병으로 전 세계가 멈춰있던 2021년 초 낯선 이 땅에 처음 발을 디뎠다. 하고 있는 일의 특성상 수많은 개발도상국을 다녔지만 단기간의 출장이 아닌 ‘살기 위해’ 짐을 꾸린 건 오랜만에 일이었다. 그렇게 이방인처럼 때론 손님처럼 보낸 시간이 훌쩍 지나 어느새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내가 머물던 짧지 않은 시간은 풍전등화와도 같았다. 반복되는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정부는 이동통제령을 내리기 일쑤였고 부활절 테러 이후 안 그래도 어렵던 경제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무엇보다 외채 부족 상태가 계속되던 가운데 관광 주축을 이루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며 경제가 직접적 타격을 받았다. 하루가 다르게 살인적으로 오르는 물가와 연료 부족은 시민들의 삶은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국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부도를 선언했고, 참고 참던 국민들은 반 정부 시위를 위해 거리로 나선다. 긴 터널과도 같았던 스리랑카에서의 시간을 찬찬히 갈무리하다 보니 그 격정이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스리랑카는 미지의 세상과도 같았다. 누군가 말했던 '이곳에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번 온 사람은 없다'

는 말을 이제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사로잡았던 단 한 가지를 꼽는다면 선하지만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자신을 내려놓고 신앙을 위해 기꺼이 몸을 낮출 수 있는 마음, 유구한 역사와 이야기에 무한한 자긍심과 신념 그리고 섬 전체를 이루는 빛나는 자연유산을 지켜온 사람들이다. 2년이라는 시간 어려움도 많았지만 나를 더 풍성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던 순간들엔 항상 다정했던 사람들이 빛나고 있었다. 그 귀한 마음을 기억하며 나의 소회를 총 세 장의 이야기 꾸러미에 녹여내 보았다. 


1장은 지금 전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그 위기를 한 발 앞서 겪은 스리랑카의 이야기를 제삼자의 시선에서 기록했다. 학생들은 종이가 없어 학교에서 시험을 못 보고, 하루 절반을 전기가 없는 집에서 지내며 벼랑 끝에 매달려 살아온 소리 없는 아우성 같은 시간들. 반정부 시위로 거리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 까지의 상황과 물리적으로 함께 할 순 없었지만 정부가 국가 계엄령이 선포될 만큼 긴박했던 현실을 적어 내려갔다. 위기의 순간들을 연대로 함께 극복해가는 사람들 속에서 정말 특파원이 된 마음으로 그 과정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2장은 스리랑카에 살며 겪은 나의 평범한 일상을 담았다. 낯선 곳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부딪치며 겪었던 특별할 것 없는 일기 같은 이야기 모음이다. 짧은 여행길에서는 흘러 지나갈 수 있는 스리랑카에서만 특별하게 만날 수 있는 공휴일 그리고 그에 엃힌 설화와도 같은 이야기. 거창하지 않아도 매일 걷는 출퇴근 길 그리고 산책길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평범한 것들을 소개하고 싶었다. 또 여행 책자에 나오는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콜롬보 도심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즐기는 평범함 공간을 발견하고 이를 소개해 보고자 했다. 

3장은 스리랑카에서 개인적으로 특별히 자랑하고 싶은 것들을 꾹꾹 눌러 담았다.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전 세계가 사랑하는 건축가 제프리 바와, 2022년 크리켓 아시아컵 우승국에 빛나는 스리랑카, 엄청난 규모의 전국책 박람회, 천문대 그리고 실론티까지 스리랑카에서 가장 손꼽아 자랑하고 싶은 것들을 빠짐없이 담아냈다. 오래 봐서 알 수 있었던 스리랑카의 진면목 그리고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내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아름다운 섬나라를 소개하고 싶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수많은 관광지로 알려져 있지만,  국가적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용기 내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나라, 평범하지만 보물 같은 공간들이 가득한 콜롬보 생활, 그리고 그 안에서 찾은 숨겨진 특별한 이야기들을 가득한 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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