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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드론 Apr 02. 2020

경남 산청 럭셔리 W글램핑장

「 경남 산청 럭셔리 W글램핑장, 캠핑을 한 건지 탁구만 한 건지? 」

https://youtu.be/viawiZND6Pc


아침 7시. 알람 소리가 울리기도 전, 잠꾸러기 하민이가 벌떡 일어나 오늘은 글램핑 가는 날이라며, 모든 식구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맞다! 오늘 아이들과 글램핑을 가기로 했지..’


며칠 전에 아이들과 캠핑을 가자고 했던 말과 지리산에 있는 한 글램핑장을 예약했던 일이 떠올랐다. 물론 전날까지 캠핑을 갈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는 해두었지만 막상 늦잠을 자고 싶었던 터라 더 자고 싶었다. 빨리 출발하자고 다그치는 아이들 때문에 나는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캠핑은 흔히 각종 캠핑 도구와 텐트 등을 준비하는 걸로 알지만 우리 집 아이들은 캠핑을 밖에서 고기 구워 먹고 자는 걸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 캠핑 장비를 챙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일전에 포항 카라반을 이용했던 이유도 그런 이유이기도 하다. 이것저것 준비해서 가는 캠핑은 개인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주로 다 준비되어 있는 캠핑장을 이용하는 걸 더 좋아 하기도 해서 주로 그런 장소들을 찾아다닌다. 다행히 아이들도 아직까진 이런 캠핑(?)에 만족하고 있고 해서 대구에서 좀 가까운 경남 산청에 있는 ‘럭셔리 산청 W글램핑장’을 가기로 했다.  




경남 산청까진 대구에서 1시간 20분 정도면 가는 거리라 체크인 시간까지 생각하면 오후 1시에 출발해도 되는 거리임에도 아이들은 아침 7시부터 일어나 빨리 캠핑을 가자고 보채고 있다.


오후 1시에 출발하기로 예상을 했지만 아이들 등쌀에 결국 정오에 출발하게 되었고 체크인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느긋하게 운전을 하며 지리산 자락에 있는 ‘럭셔리 산청 W클램핑장’을 향했다. 잠깐 이곳 ‘럭셔리 산청 W글램핑장’을 소개하자면 1박 요금 안에 각종 채소와 김치, BBQ(고기류)가 무제한으로 나오고 1회 성으로 나오지만 라면과 햇반, 새우 등의 음식들도 숙박료에 다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정말 몸만 가면 되는 글램핑장이다. 


물론 글램핑 이너텐트에 깨끗하고 온수까지 나오는 화장실도 있기 때문에 외부 공용화장실 사용을 꺼려 하는 사람들도 편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다른 글램핑장에 비해 약간 비싼 요금이지만 음식과 그 외 다른 편의 시설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막상 시설을 이용하면 납득이 되는 요금이다.  






1시간 20분이면 도착하는 곳을 느긋하게 오느라 2시간이 흘렀고 글램핑장에 도착을 해보니 시계는 어느덧 2시 10분이 다 되었다. 간단히 체크인과 물품들을 받아 챙기고 해당 텐트로 향했다. 후다닥~ 아이들은 이미 눈칫껏 텐트를 찾고 나를 지나 이미 텐트 속에 들어가 있었다. 퀸사이즈 침대 2개가 연결되어 있었고 아이들은 방방 뛰기 시작했다. 텐트 안은 아늑해 보였고 이미 이불속 전기장판은 켜져 있어서 그런지 엄청 따뜻했다. 바닥에는 바닥 전기 판낼이 깔려 있었지만 따뜻한 느낌은 없었다. 너무 신나하는 아이들은 뭐하고 놀지 서로 이야기하며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 하면서 연신 여기 너무 좋다고 한다.


어느 정도 숙소 정리가 끝난 뒤 아이들과 나는 사무실로 가서 놀 거리를 찾아보았다. 몇 가지의 보드게임과 공놀이 세트가 있었는데, 간이로 탁구를 칠 수 있는 탁구 세트가 눈에 띄어 가지고 왔다. 결과적으로 이 탁구 세트를 고르는 게 자충수가 될 줄이야… 탁구 세트를 챙기고 글램핑장 직원에게 미리 예약한 붕어빵 만들기 세트 준비해달라고 하고 아이들과 다시 텐트로 향했다. 붕어빵 만들기 하기 전 테이블 위에 탁구 네트를 걸고 하겸이와 탁구를 치기 시작했다. ‘어라.. 이 녀석 제법 치네? ‘ 탁구 한번 쳐본 적 없는 아이인데 곧잘 넘기고 공에 따라 스텝을 밟기 시작한다. 몇 번의 랠리를 경험한 뒤 하겸이는 “너무 재미있다”며 계속하자고 한다.  




탁구를 쳐본 사람은 알 텐데 공 줍는 게 너무 귀찮고 힘들었다. 계속 허리를 숙였다 폈다. 다리를 오므렸다 폈다. 어느덧 탁구하는 시간이 1시간이나 흘렀고 난 벌써 지쳐가고 있었다. 나중에는 공 줍기 힘들어서 옆에 있는 하민이에게 공 줍기를 시켰다. 그때 글램핑장 직원이 붕어빵 만들기 세트를 가지고 왔다! 속으로 ‘나이스’를 외쳤다.


직원이 붕어빵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 뒤 아이들은 신나게 붕어빵 만들기 체험을 했다. 이 붕어빵 만들기 체험은 1만 원의 요금이 있는데 대략 붕어빵을 20개 정도 만들 수 있는 양이었다. 두근두근 아이들은 반죽을 한 파우더를 붕어빵 틀에 넣고 팥도 듬뿍 넣어 굽기 시작했다. 붕어빵 틀은 2개의 붕어빵을 만들 수 있는데 대략 10분 정도 소요가 되니 20개면 100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붕어빵 20개를 다 만들지는 않을 거기 때문에 적어도 1시간 이상은 탁구를 안칠 수 있다는 생각에 흐뭇했다.

  





10분이 흘러 처음 만들어 본 붕어빵 틀을 열었다. 결과는 보기 좋게 실패. 붕어빵이 이리저리 터지고 타고… 흥미를 잃은 아이들이 다시 탁구를 치자고 하는데 부랴부랴 원래 처음을 실패하는 거라고 두 번째는 성공할 수 있다고 다급하게 이야기하며 바로 두 번째 붕어빵 반죽을 넣었다. 또다시 10분이 흐르고 열어본 붕어빵 틀.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잘 구워졌다. 아이들은 신나하며 한판 더 만들자고 하고 그 틈을 타 나는 저녁 BBQ 준비를 위해 사무실 옆에 있는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에 다녀온 뒤 텐트 안에는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이미 ‘사방 치기(땅 따먹기)’를 하며 남은 체력을 쏟고 있었다. 나는 잠시 쉴 틈이 생겼고 잠시 후 캠핑장 직원이 숯불을 가지고 왔다.  





여기 ‘럭셔리W글램핑장’은 무제한 BBQ이기 때문에 고기 질은 상당히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캠핑장에서 먹는 BBQ는 언제나 맛있기 때문에 아이들 역시 맛이게 야무지게 먹었다. 어느 정도 고기와 밥을 먹은 뒤 하겸이가 탁구 세트를 다시 챙겨왔다.


“아빠 탁구 해야지!”  



그렇게 다시 저녁 탁구를 한 시간 정도 하고 난 뒤 드디어 하겸이가 텐트 안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텐트 안에 들어와 깨끗이 씻고 따뜻한 침대 안으로 쏙 들어온 하겸이와 하민이와 함께 각자 아기 때 사진을 보면서 깔깔대며 옛날이야기들을 하며, 여유로움을 한껏 누렸다. 이윽고 오늘 밤새운다고 장담했던 하겸이는 이미 꿈나라로 향했고 하민이도 잠시 뒤 곯아떨어졌다. 밤에 추울 거라 생각해서 기름 난로(유료 2만 원)를 신청할까 생각했지만 당장은 이불 속이 따뜻해서 그냥 자기로 했다. 그러나 조금 이따 보니 얼굴이 너무 추워 아이들도 춥다며 한 번 두 번 깨고 다시 자고를 반복했다. 새벽에는 비까지 내려서 그런지 더 추웠던 것 같았다. 혹시라도 겨울에 이곳을 머물 생각이 있는 분들이라면 꼭 난로 추가 하길..


아이들이 잠들었을때 나는 잠깐 밖에 나와 나름 사색을 핑계로 멍하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푹신한 소파보다 분명 불편한 캠핑 의자였지만 지금 앉아 있는 캠핑 의자는 너무나  편했고 푹신했다. 잠시 사색을 즐긴 뒤 나도 잠자리에 들었다.  





요란한 빗소리와 함께 나는 눈을 뜨게 되었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어제 탁구로 인해 허리가 너무 아파다. 힘들게 일어난 뒤 모닝 라면으로 맛있게 아침을 해결하고 하겸이는 또 다시 탁구 세트를 가지고 왔다. 오늘은 허리가 아파 더 힘든데… 다행히 체크아웃 시간이 있기 때문에 많이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마지막 불꽃 스매싱을…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캠핑하러 왔지만 내 기억엔 오로지 탁구만 줄기차게 치고 온 기억만 남았다. 오는 길… 만든 붕어빵을 먹으면서 하겸이가 한마디 한다.


“아빠, 집에 가서 탁구장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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