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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알레드미 Oct 20. 2024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

빛나던 청춘일 때 우리 뭐 했었지?

폭등한 주식처럼 짙푸른 초록 나뭇잎

꿀벌이 잉잉대는 보랏빛 등나무 아래

눈부신 계절에 땅바닥에 낙서나 하는

연애에 숙맥인 청춘이라 심심한 걸까?

어쩌다 헤어진 남자를 찾아 먼 섬에 갔고

부모 반대로 고루한 신분 차이로 헤어졌었지.

첫정을 못 잊어 길바닥에 떨군 몽글몽글한 눈물

추억은 고되고 마음의 감기몸살 몇 날 앓고는

불운이 무섭고 실패가 두렵던 그 청춘이 저무네

이제 우리는 능소화가 핀 노을의 나이야

무심한 담벼락에 핀 저 양반집 꽃은 환희의 절규

연모한 저 꽃을 머리에 꽂고 우리 곱게 늙어가리라

청춘에 취해서 마시고 토했던 진격의 말들

그 꿈의 몇 할이 지금 우리에게 남아있을까?

새파란 치기를 순하게 다독이고

시동 꺼진 정열을 다시 불태우며

당당하게 익은 홍시가 되어 까치밥을 꿈꾸는

친구야, 노을이 담긴 크리스털 잔으로 건배하자

우정을 붙들고 땡볕의 밭질을 잘도 견뎠으니

북풍에 흩날리는 흰 눈이 머리를 덮어도

우리는 짝짝짝 박수 치는 단풍처럼 붉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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