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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망한 감정계좌의 사랑이여

by 레알레드미

내 마음은 무일푼 바닥까지 긁어

처량한 먼지 날리는 마음 한 푼까지

내 마음을 너에게 적립하고 있었다

바스러지는 가을 낙엽 같은 이 한 몸

너를 추앙하는 제단에 어린양처럼 누워

애처로운 내 마음을 받아주기를 바랐다.

하루 벌어 모은 마음의 얼마를 적립할까

내가 적립한 마음이 얼마든 상관없이

돌아올 너의 마음은 복리이자이길 바라며

온 마음을 다해서 내 마음을 투자했는데

나에게 올 네 감정이 폭망한 걸 알았을 때

너의 감정이 나의 것이라 믿은 내 발등은

구겨진 까칠한 삼베손수건 같은 내 몸뚱이는

부도난 네 마음의 찬 구들장을 베고

원금이라도 돌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들녘 망국의 구절초처럼 앓아누웠다

나에게 이렇게까지 최악일 필요가 있어?

사랑이라 믿었고 사랑을 적립했을 뿐인데

부도난 애정의 처참한 마이너스 통장을 들고


아무렇게나 찢어발겨도 난 너의 것이니까

원치 않는 사랑을 적립한 것도 나였으니까

한겨울 폭설에 거리에 나앉게 한 너를

모두 내 탓이므로 상흔에 얹을 용서 한 방울을

뭉개진 심장을 쥐어짠 눈물에 발라야 하나

응답 없는 감정에 마음을 소비하지 말라고

하나를 주고 배로 부풀리는 감정의 투기를

본전 이상은 뽑아야 한다는 마음의 투자를

손해득실의 숫자놀음에는 마음을 닫으라고

그가 절단난 내 관절을 끼워 맞추며 충고한다

미움이 나목으로 서있는 잔인한 시간에도

끝내, 나는 저승길 노자돈을 너에게 적립한다

사랑은 이토록 미련하고 씨앗처럼 질기다

아직도 아름다운 것을 보면 너에게 주고 싶어

너에게 웃음 한 스푼, 행복 한 스푼 떠주고 싶어

의지로 못 막는 봇물처럼 저절로 흘러넘쳐서

바보야, 떨칠 수 없는 깊고도 오래된 고질병

죽음을 초월한 그래서 영원인 나의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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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화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