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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의 설레임

by 레알레드미
"시간을 일직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여러 개의 차원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 순간부터 여행이야. 시작을 명명할 수는 있다. 시작에 거는 기대를 빵빵하게 채우고 자 출발이다."

여행을 여러 번 했지만 언제나 여러 사람과 함께였다. 혼자서 비행기를 타는 것은 처음이라 시골 아낙처럼 계속 두리번거리며 두려운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아는 길도 낯설고 비행기를 놓치는 상상에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아시아나 마일리지로 구매한 탑승권은 비행기 뒤쪽 좌석이었고 3명이 연달아 앉은 중앙에 있었다. 창가 쪽 경치를 볼 수 있는 자리도, 복도 쪽 움직임의 자유로운 자리도 아니었다. 샌드위치의 낀 부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리에서 1시간을 버텨야 했다. 비행기가 작아서인지 기류에 쉽사리 출렁거리고 오래됐는지 기름냄새가 나서 속이 메슥거렸다.

제주도 공항에 도착하니 석군이 입구에 서있다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말고기도 먹고 말도 탔으며 제주토종돼지고기도 먹었다고 했다. 빌려놓은 렌터카를 타고 하나로 마트에서 장을 보았다. 하나로마트 입구에서 국내 아이들을 돕는 더함께 새희망 후원자가 되었다. 스티커만 붙여달라고 하더니, 어물쩍 후원금 동의서에 금액을 작성하도록 이끌었다.

쌀국수, 방울토마토, 사과, 햇반, 계란, 고구마, 알마늘, 소주, 맥주를 샀다. 마트 캐셔가 장바구니에 있는 물건을 계산대에 올리라고 핀잔을 주었다. 그런데 나는 뭐에 꽂힌 듯 계속 가방에서 장바구니를 찾고 있었다.

결국 마트에서 산 물품들을 일부는 작은 장바구니에 담고 일부는 양손에 나눠 들고 렌터카까지 옮겼다. 비닐봉지를 사서 물건을 담으면 되는데 몇 푼을 아끼려고 스타일을 구겼다.

펜션에 도착했다. 마지막 남은 주차구역에 차를 세우고 있을 때 펜션주인을 만났다. 여행을 마치고 막 펜션 들어선 다른 숙박객들이 우리에게 주인이 친절하다고 이 펜션을 잘 선택했다고 말씀하셨다.

펜션은 넓고 깔끔하며 잘 꾸며져 있었다. 트윈베드에 천장에 실링팬이 작동하고 있었다. 텔레비전이 있고, 넷플릭스 가입자면 로그인해서 보라고 하셨다. 에어컨이 있었으나 나중에 전기료가 많이 나올 수 있으니 가급적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정수기, 냉장고, 취사도구들이 갖춰져 있었다. 드럼 세탁기 사용방법을 알려주시며 세탁하면 일주일 동안 깨끗한 옷을 입을 수 있다고 하셨다. 수건은 6개가 구비되어 있었고 비누와 샴푸가 없는 것은 불편했다.

저녁으로 하나로 마트에서 사 온 고구마와 계란을 삶아 먹었다. 쌀국수의 시원한 국물이 빈 속을 넉넉하게 채웠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다. 침대에 大자로 누워 낯선 느낌의 짜릿함이 설레임에 도화선을 지피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시간의 수평을 수직으로 갈라 붉은 꽃망울을 피운다는 시작을 명명한다. 시작의 출발점에서 어제와는 다른 오늘, 그리고 내일이 펼쳐질 것이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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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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