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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짐을 진 그대의 발걸음이 깊어질 때

by 레알레드미

부모들의 수다 오늘의 화제는 자식들

하필이면 등골을 빼는 못난 손가락들

이기적인 자식의 만행을 고발했다

생선살 헤집어 뼛속까지 발라냈다

한탄은 아프고 벗겨진 속살은 가엾다

농경사회에서 자식이 생산재였다면

지금은 소모재라고 누군가 말했다

예전엔 논밭 매고 부모를 부양했지만

지금은 공들여 키워도 앞가림을 못해

캥거루 주머니에서 독립조차 안 한다고

노란 알곡처럼 튼실한 자식은 사라지고

꽃처럼 연약한 자식만 부모의 몫이라고

하지만 자식만 탓하기엔 세상이 모질다

자식은 돈만 잡아먹는 아름다운 사치품

자식을 책임질 수밖에 없는 과중한 현실에

그렇게 부모는 휜 등에 고된 등짐을

끝내 세상 밖으로 내려놓지 못했다

사는 게 버겁다고 신세를 한탄하며

이쁜 꽃의 버팀목인 삶을 수긍했다

발 없는 새들을 내려놓지 못한 건

험한 세상을 아는 부모의 사랑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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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화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