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리더가 되려면 갖춰야 할 몇 가지 기본적인 자질들이 있다.
팀원들을 포용할 수 있을 것
바람을 탈 수 있도록 팀의 방향을 잘 잡을 것
중압감에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결정을 내릴 것
일의 성공 유무와 상관없이 책임감을 지닐 것
전문성과 다양한 경험들로 기초가 탄탄할 것
동료들을 존중하고 희생정신이 있을 것
모두를 이끌고 나아갈 리더십이 출중할 것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점은 없지만, 리더십이야말로 리더가 반드시 지녀야 할 자질 중 첫 번째 항목이다. 리더십 없는 수장 아래의 팀은 바다 한가운데에 표류된 부표 꼴이나 다름없다. 뚜렷한 목표성 없이 이리저리 떠다니기에, 그럴듯한 가치 실현도 어렵다.
대체로 만나 온 수장들은 리더십이 강해서 문제였지, 없어서 문제 되는 경우는 없었다. 리더십이 없는 수장 밑에서 일하고 나서야 왜 사회에서 리더들의 자질을 논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문팀장은 고집이 강하면서도 리더십이 없는 스타일이었다. 이 사실은 팀원들을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한 궁극적인 원인이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문팀장을 바라보는 대외적인 시선은 긍정적이었다는 점이다. 예시로 설명을 들자면 이러했다.
실속은 없고 시간만 잡아먹는 신규 프로젝트 B의 담당부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팀이 이미 업무 과포화 상태였기에 다들 프로젝트를 꺼려했고 보이지 않는 눈치싸움만 계속됐다.
출처 : 미리캔버스
결단이 필요하다 느낀 실장은 각 팀장들을 모아놓고 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다들 이런저런 이유로 프로젝트를 거절했고, 단 한 명 문팀장만이 실장의 제안을 승낙했다. 순간 그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의뭉스러웠다. 실장과 타부서에선 그를 높이 사주었을지 몰라도 팀원 입장에선 난감했다. 당장 문팀장이 그런 식으로 받아온 일들만 수두룩했었다. 일은 죽어라 하고 승진은 밀리고 있는 처지였다.
문팀장은 다른 쪽으로도 팀원들의 속을 벅벅 긁고는 했다. 업무를 하다 보면 의견이 충돌하는 일이 생기기 십상이었다. 문팀장은 그럴 때마다 지금은 민주사회라며 대화로 의견을 조율하자고 했다. 그와 처음 대화를 나누었을 때에는, 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경청해준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건 초반의 이야기일 뿐이고, 얼마 안가 웃음이 싹 사라지게 되었다. 귀를 기울여주기는 했으나 늘 상대방의 얘기가 끝나면 "그런데 말이야"라고 시작해서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였다. 반복해서 피력해봤자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기에 끝에는 체념했다. 어차피 아이디어를 내고 방향을 제시해도 문팀장 말대로 진행될 테니 힘쓰지 말라 조언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문팀장은 어처구니없게 결단력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늘 발을 뺐다. 평소엔 의견을 묻지도 않다가 이슈가 생기거나 책임소재가 필요한 일에는 늘 의견을 물어왔다. 그리고 보고를 할 땐 꼭 팀원들과 여러 차례 협의한 내용이라며 책임소재를 나눠가졌다. 심지어 주요 회의에서 우리팀을 항한 질책이 날아올 때마다 그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결국 실무진인 팀원들이 그 질책에 답변하는 식이었는데 그럴 때마다 분노가 일었다. 문팀장은 꼭 끝에 좋은 사람인 마냥 고생했다며 어깨를 툭 쳐주고는 송곳니를 드러냈다. 죽 쑤는 기분이었다.
문팀장은 늘 목표 앞에선 어중간한 태도를 지녔었다. 뚝심이 없기도 했는데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해 꼭 가지만 무성한 나무 같았다. 그 덕에 일은 일대로 많아지고 성과는 없는 최악의 퍼포먼스를 내고 있는 팀이었다. 말 많고 탈 많은 우리팀은 급기야 공중분해 위기에 놓였다. 오히려 잘 된 일일 수도 있다고 서로를 다독였지만 문팀장은 제외였다.
리더의 위치로 재판대에 올려진 그는 자격을 박탈당한 채 좌천되고 말았다. 슬하에 있던 우리 역시 뿔뿔이 흝어지는 건 보너스였다.
좋은 리더는 결코 안보다 바깥을 더 중시하지 않는다. 그들은 두꺼운 껕데기로 밤알을 안고 있는 밤송이의 모습과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