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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고래 Oct 15. 2021

멘탈이 강한 아이로 자란 이유

태어나 처음부터 삶과의 사투를 벌인 삼총사

 이른둥이는 병치레를 하경우가 많다. 탈장, 뇌출혈 등등 우리는 그것을 이벤트라 부른다. 우리 아라, 마루,누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단, 아라는 몸무게 자체가 이벤트였다. 750g 아가의 모습이 당신은 상상이나 되는가?


 눈 빼고 다른 건강 회복이 빨리되어 아기들을 두고 나만 먼저 퇴원야 했다. 병원을 나오며 그 와중에도 배는 고파 순댓국을 먹으러 갔다. 밥을 먹으며 어찌나 두고 나온 새끼들이 눈에 밟히던지 목이 메어 국물도 안 넘어가더라. 엄마 없이 남겨진  것 같은 죄책감에 힘들었다. 엄마 품에 안겨보지도 못하고 딱딱한 인큐베이터에 있는 가엾은 내 아가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하루 종일 눈물만 났다. 젖몸살에 잠도 못 잘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정신적인 고통이 더 컸다. 그렇지만 아가들 퇴원하기 전 컨디션 회복이 급선무라 국비지원 산후조리 도우미를 불렀다. 다태아 산모는 소득에 따라 국비로 산후조리 지원이 가능한데 나는 해당이 되었다. 몸조리를 집에서 하면 아이들을 보러 다녔다.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아 꽤나 고생을 했었다. 또 3월 초의 찬바람에 몸이 부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도 했다. 말로만 듣던 산후풍이었다. 아기들은 아기들대로 나는 나대로 정말 사투 아닌 사투를 벌였다.

 

  운전면허가 없을 시절이라 아기들 면회는 친구  찬스를 썼다. 때마침 짝꿍이 친구랑 결혼하고 거제도로 온 대학 친한 친구가 있어 어찌나 든든했던지 모른다. 주중에 한 번은 친구랑 주말엔 짝꿍이랑 면회를 갔다. 30분간의 면회시간 동안 아가들 셋을 돌아가면서 보는데 진짜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들을 떼어놓고 나올 때마다 눈문이 났다. 언제쯤이나 되어야 품에 안아볼 수 있을까?

인큐베이터 안 삼둥이

 아가들은 하루하루 잘 버텨주었다. 뇌출혈 소견도 좋아졌고, 몸무게도 잘 늘어주었다. 둘째 마루가 젤 빨리 인큐베이터를 탈출했다. 드디어 품에 안아보게 된 것이다. 우리 마루는 내가 지금까지 본 아가들 중에 가장 잘 생겼다. 물론 지금도 한 인물 하지만 신생아 이목구비가 이렇게 뚜렷하다니 너무 신기했다. 누굴 닮았는지 첫눈에 딱 알아볼 수 있었다. 어른들 말씀으로 '씨'도둑질은 못한다고 하지 않던가. 아빠 판박이 었다.

강마루

 퇴원 초읽기에 들어갔다. 산소포화도만 괜찮음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하루하루 기다림에 초조했다. 아가들도 엄마한테 너무너무 오고 싶겠지? 요로감염이 와 며칠 늦어졌지만 마루가 퇴원을 하게 되었다. 감격스러워 또 눈물을 훔쳤다. 몸무게 2 KGf의 인형같이 작은 이 생명을 내가 과연 잘 지켜줄 수 있을까, 어른이 될 때까지 잘 도와줄 수 있을까?


 다행히 지금 보니 우리 아가들은 엄마, 아빠보다 강한 멘탈의 소유자들이었다. 웬만해서는 그들을 꺾을 수 없고 웬만해서는 주눅 들지 않는다. 언제나 당당하고, 하고 싶은 것은 자신 있게 하며 혼이나도 잠시 눈물을 훔칠 뿐 꿋꿋하게 이겨낸다. 회복 탄력성이 아주 그냥 최고다.


 아이들의 멘탈이 좋은 이유는 아마도 뱃속에서부터 치열하게 살아남아서가 아닐까 생각다. 셋이 나눠먹고 크려니 스스로 강해져야 했고, 태어나서는 엄마 없는 병원, 인큐베이터 안에서 또 삼총사는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였다. 생길 때부터 무엇하나 거저가 없었다. 그 덕에 조금 더 빨리 성숙했고 조금 더 강한 멘탈을 가질 수 있었다. 험한 세상 살아가기 위한 든든한 강철 방패가 되리라 엄마는 굳게 믿는다.


 언제까지고 내가 지켜주고 싶지만

언제까지나 내가 있을 수 없을 것이기에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다.


세상은 험하지만

노력하는 자에겐 끝이 있고

세상은 험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고

세상은 험하지만

그래도 살만하다고

살아보니 행복한 날이 더 많다고

그러니 너를 믿고 신나게 살면 된다고

강철 멘탈 세 쌍둥아!

스스로를 믿고 신나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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