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이

by 건희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걷다가 다다른 길의 끝


아무도 없다


나는 악에 받쳐

스올에서 소리친다


열심히 걸었잖아

나는 왜 내가 되지 못했나


내버려 두지 마

구해줘


화들짝 놀라 중간에 멈추니

뒤에서 밀치며 가라 한다

어깨를 치고 짓밟고 넘어간다


쓰러진 나는

턱을 찢어 아가미를 토한다

죽지를 열어 날개를 낸다

또는 갈빗대를 모두 펼쳐 그레고르 잠자*가 되어


물에 뛰어들고

하늘로 오르고

다리 사이를 비집고 걸어


나 아 간 다


떠난 자리에 흥건한 나의 피

개들이 와서 핥아

깨끗해졌다


이젠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다


추락하고 터져도

웃음은 잃지 말길

나는 기도한다





* 카프카의 ‘변신’에서 어느 날 눈을 뜨니 벌레가 되어 있던 주인공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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