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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배운 시
13화
걷는 이
by
건희
Jan 2. 2025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걷다가 다다른 길의 끝
아무도 없다
나는 악에 받쳐
스올에서 소리친다
열심히 걸었잖아
나는 왜 내가 되지 못했나
내버려 두지 마
구해줘
화들짝 놀라 중간에 멈추니
뒤에서 밀치며 가라 한다
어깨를 치고 짓밟고 넘어간다
쓰러진 나는
턱을 찢어 아가미를 토한다
죽지를 열어 날개를 낸다
또는 갈빗대를 모두 펼쳐 그레고르 잠자*가 되어
물에 뛰어들고
하늘로 오르고
다리 사이를 비집고 걸어
나 아 간 다
떠난 자리에 흥건한 나의 피
개들이 와서 핥아
깨끗해졌다
이젠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다
추락하고 터져도
웃음은 잃지 말길
나는 기도한다
* 카프카의 ‘변신’에서 어느 날 눈을 뜨니 벌레가 되어 있던 주인공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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