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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토끼 Oct 23. 2021

수미상관(首尾相關)

#12




‘술이란 찾는 사람에게 항상 위로나 축하가 되어야 하니 구정과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는 연중무휴로 운영할 것.’


과연 지당하신 말씀이다.


식자재가 충분히 구비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다소 모자라다 싶은 것은 재빨리 시장에 다녀와 보충해두었다. 술은 어제 양조장 업자를 통해 넉넉하게 마련해뒀으니 주당은 물론 주당 할아버지가 온다고 해도 끄떡없을 만큼 풍족했다.


가게의 가구며 기물 등을 그 어느 날보다 정성 들여 깨끗이 준비했다. 평생 술집을 운영해왔던 장사와는 다르게 오늘은 뭔가 특별한 기분마저 들었다.


곧 미닫이문을 열고 손님이 들어왔다.

오늘의 첫 손님이다.



‘옳거니.’


“안녕하셔요. 오늘도 장사하시죠?” 시선이 향한 곳에는 김향화가 이규식, 임영신 그리고 신태준과 함께 서 있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임영신 옆에 꼭 붙어 현기증이 난다는 듯 기댔다.


‘하….’

“네, 그럼요. 오늘도 장사합니다.” 나는 짧게 대답했다.


“아유, 다행이어요. 좋은 날에는 둘도 없는 언니랑 오라버니들 모시고 자주 오던 이곳에서 축하하고 싶었거든요. 정말 가슴이 너무 뛰어요. 놀라서 어지럽기도 하고요.” 김향화는 얼굴색 하나 안 바뀌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독립운동가들을 챙기고 있었다.


“저희 떡갈비랑 고갈비 그리고 노가리랑 빈대떡도 주세요. 술은 혹시 소주 준비되어 있을까요? 뜻깊은 날이니 특별히 고급 소주로요.”


그렇게 말하는 김향화의 손가락에는 여전히 샛노란 호박을 꽃 모양으로 깎아서 올려놓은 옥가락지가 끼워져 있었고, 저고리 사이로는 백옥으로 된 향갑노리개가 늘어져 있었다.


‘….’

“네, 알겠습니다. 금방 준비해서 드리겠습니다.”


나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묵묵히 손님이 주문한 안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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